"선생님들께 한 약속대로, 저 소년원 나가 정~말 멋지게 살고 있습니다!”
전주소년원(원장 김행석)에서 나갔던 녀석이 출원 7개월 만에 느닷없이 제 발로 소년원에 모습을 나타냈다. 녀석은 이번에는 수용자가 아닌 손님으로 소년원을 다녀갔다.
정ㅇㅇ(남. 입원 당시 17세. 이하 '녀석')은 초등학교 6학년 때 부의 폭음과 가정폭력 탓에 편모슬하에서 살았다. 중학교 진학 이후 불량선배들과 어울려 가출을 일삼았다. 용, 잉어, 두꺼비, 고양이, 뱀, 호랑이 등의 문신으로 또래 친구들을 위협하고 삥을 뜯는 일도 다반사였다.
중1 때 학교폭력으로 강제 전학을 당했다. 중2 때부터는 폭력, 공갈, 절도, 사기 등 상습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다가 체포되어, 2020년 14세의 어린 나이로 구치소에 일시 갇히기도 하였다. 이후 몇 차례 법원의 보호관찰명령에도 번번이 재범하고 비행 행동은 깊어지기만 했다.
결국, 2023.7, 수원가정법원에서 보호처분 10호(소년원 2년) 결정을 받았다. 녀석은 '10호 처분이 너무 부당하다.'라며 재판정에서 고함을 지르며 난동을 피웠다.
소년원 수용 초기부터 고참행위, 폭력 등으로 문제를 일으키면서, 같은 해 11.21. 전주소년원으로 징계 이송되었다. 전주소년원 생활 1주일도 지나지 않아, 화가 난다며 맨주먹으로 유리창을 부숴 손에 20바늘의 접합수술을 하고, 고참 행위(후배 괴롭히기) 등의 잇따른 문제행동으로 징계(근신) 처분을 받기도 하였다.
녀석은 사고(思考)가 단순하고 내재된 공격성이 높지만, 자기 통제력은 부족하여, 한번 흥분하면 화를 주체하지 못하여 폭력 행동으로 이어졌다.
골칫거리인 녀석의 문제해결을 모색하기 위하여 유일한 보호자인 모를 불러 상담하자, "갓난아기 때 너무 화가 나면 숨을 쉬지 않아 응급실도 몇 차례 찾았었다. 제 아버지의 폭력적 양육 방식이 아이의 인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심리상담과 치료에 1억 원 가까운 돈을 들였지만, 폭력성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라며, 지도의 어려움을 호소하였다.
이후, 조금씩 전주소년원 생활에 적응해 가는 듯했지만, 운동 시간에 자신의 운동 제안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폭언(`23.12), 자기 간식이 작아 보인다며 맨주먹으로 호실 벽을 가격(24.2), 이불이 바뀌었다며 폭언과 욕설(`24.2) 등 녀석은 길들지 않은 '문제아' 그 자체였다.
“나 건드리지 말라고 했잖아!”
이대로 방치하면 소년의 문제행동을 개선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정신과 전문의, 정신심리상담 요원, 지도교사의 협업팀을 구성했다. 정신과 전문의는 소년을 설득하여 정기적으로 분노조절치료제 복용과 상담을, 정신심리상담요원은 안정적 소년원 적응을 유도하기 위하여 1:1 심층상담 제공, 지도교사는 기본적인 예절교육(공동체적 가치규범)부터, 인간관계 훈련(사랑받으려면, 사랑스럽게 행동해야 한다), 분노 인식 및 감정조절훈련(분노 감정을 바로 인식하고, 이를 지연하거나 올바른 방향으로 표현하기) 등, 6개월여에 걸친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더해졌다.
치료와 상담 도중에도, 자신의 요구 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이따금 주먹으로 벽을 때리는 문제행동을 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경과할 수록 그 빈도는 현저히 줄어 갔다.
“그럴 수 있어. 하지만 네 마음을 들여다보고 바꾸려는 노력!, 그건 네가 해야 해. 선생님들은 네 편이야. 끝까지 기다려 줄 거야”
어느덧 지도교사에 조금씩 순응하기 시작했고, 교사와 신뢰 관계가 형성되자 어느 순간 변화 의지가 뚜렷해졌다. 조금씩 마음에 안정을 찾는 듯하더니, 결국 주먹 대신 책을 택했다. 고3임을 고려한 교사의 지도에 따라 자격증 취득에 몰입하더니, 코딩, 포토샵, 한자 등의 어려운 자격증을 척척 따내기 시작했다. 자격증 취득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하더니, 어느덧 자격증의 수가 11개에 이르렀다.
전주소년원에서 딴 코딩, 포토샵 자격증은 대학 입학에 가산점으로 작용했다. 결국 모 4년제 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 수시 입학이 결정되자, 보호관찰심사위원회의 임시퇴원 결정이 뒤따랐다. 2024. 10. 임시퇴원 결정된 녀석은 그렇게 전주소년원을 나갔다. 소년원에 들어올 때는 ‘문제아’로 들어왔지만, 나갈 때는 ‘가능성을 가진 청년’으로 나갔다.
가끔씩, 소년원 있을 때 땄던 바리스타 자격증으로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모 대학교 컴퓨터 공학과에 잘 적응하며, 잘살고 있다는 소식만 간간이 들릴 뿐이었다.
2025.2, 녀석은 느닷없이 “잘 지내고 있다. 선생님들께 감사하다”라는 편지를 한 통 보내왔고, 이후 한동안 소식이 끊어졌다. 믿음을 주었던 교사들은 혹시나 헛된 노력이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였다.
2025.5. 봄볕이 좋던 어느 날, 소년원 정문이 열리고 정장 차림의 녀석이 현관에 모습을 나타냈다. “선생님들!, 저, 약속 지키러 왔습니다~”녀석은 말끔한 차림으로 얼굴에 미소를 가득 머금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전주소년원을 찾았다. 그렇게 꿈꾸던 멋진 대학생을 하고 있다고 너스레도 한참이나 떨었다. 그렇게 녀석은 수용자가 아닌 손님으로 다녀갔다. ‘성공해서 꼭 다시 찾겠노라’라는 말을 남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