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 제수씨 될 뻔했죠”…트럭기사 유품이 된 그 약품

2025-07-01

죽음을 목전에 두고 그는 무엇을 후회했을까.

스스로 선택한 죽음 자체를 주저했을까.

아니면 더 오래 전, 그때를 원망했을까.

고인의 친형이 의뢰를 했다.

현장은 원룸보다는 좀 더 큰 공간.

‘쪽방촌’의 벼랑 끝 죽음보다는 여유(?)가 있어 보였다.

삶에도 죽음에도…

평등한 인간이기 때문에 아무 차별이 없다고 믿고 싶다.

다만, 내가 접하는 현장은 대단히 구체적으로 계층이 나뉜다.

그래서 난 좀 의외라고 생각했다.

고인은 여유로운 삶은 아니었지만 벼랑 끝 삶도 아니었다.

의뢰인은 동생으로부터 심상찮은 문자를 받았다.

그는 서울에 살았고 불길한 문자를 확인하자마자 시동을 걸었다.

동생이 사는 지방 도시까지 수 시간 먼 길을 달렸다.

설마, 설마 하면서 두드린 문에선 답이 없었다.

동생은 기다리지 않고 이미 떠났다.

나의 일은 이렇다.

의뢰인은 좋을 경우 고인의 가족, 친인척, 지인이다.

유품 정리를 의뢰할 만큼 망자의 선량한 버팀목이긴 하지만…

‘죽음의 현장’에서 당사자는 따로 있다.

“아직도 번개탄 냄새가 지독하니 큰일이잖아.

이래서야 세를 다시 내놓겠어?”

이번 현장.

의뢰인은 고인의 형이었지만, 계약과 상관 없이 집주인이 ‘갑’이었다.

“냄새 안 나도록 청소해 놔요. 그래야 보증금 내줄 거니까.”

집주인 할머니는 그 돈과 아무 상관 없는 나까지 닦달했다.

“아이고, 어머니, 알았습니다. 제가 전문가예요.”

현장은 4층 건물이었고, 층마다 여섯 가구씩 세를 줬다.

집주인 노부부는 꼭대기 층에 살았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구식 빌라 4층에 사는 노인들이라니.

‘인정은 없어도 관절은 좋은가….’

삐죽 치켜드는 못된 생각을 애써 참았다.

현장은 소위 1.5룸이었다.

적어도 방과 주방이 나뉘어 있는 구조다.

고인은 40대 중반의 남성.

요즘엔 중년으로 분류하기도 애매한 연령이었다.

혼자 사는 남성.

살림살이는 단출했지만, 내가 본 그 어떤 고독사 현장보다 깔끔했다.

술병도 없고 재떨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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