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한잔 마시고 '훅' 부니 "삑!"…오비맥주와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 써보니

2024-10-25

'5년 내 2회 이상 음주 운전' 상습 운전자, 장치 설치 의무화 시행

소주 한 잔·맥주 한 컵만 마셔도 바로 '불합격'

4명 중 1명 음주운전 재범…장치 설치 의무화로 원천 차단

시민들 호의적 반응에 관련 업계도 캠페인 활성화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삑!", 고음의 날카로운 소리가 주차장에 길게 울려퍼졌다. 한잔 분량인 50ml 가량의 소주를 마시고 차량에 설치된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이하 시동잠금장치)에 힘껏 숨을 불어넣자 나는 경고음이다. 이와 함께 장치 화면에는 'FAIL(불합격)'이라는 글자가 점멸하며 숨에서 알코올이 감지됐음을 알렸다.

이런 시동잠금장치를 앞으로는 자주 볼 수 있게 될 예정이다. 25일부터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따라 5년 내 2회 이상 음주운전을 한 상습 음주운전자들을 대상으로 일정 기간 동안 음주운전 방지 장치를 설치하도록 하는 의무화 제도가 시행됐기 때문이다.

이날부터 상습 운전자들은 결격기간이 종료된 뒤 차량을 운전하기 위해서는 결격 기간 만큼의 기간동안 장치를 부착한 차량만 운전할 수 있는 조건부면허를 받게 된다. 결격 기간이 2년이면 장치 부착 기간도 2년이 되는 셈이다. 최소 음주운전 면허 취소 결격 기간이 2년이기 때문에, 2026년 말부터 실제 장치를 부착한 운전자가 나올 전망이다.

개정안의 시행과 함께 시동잠금장치에 대해서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에 뉴스핌 취재진은 지난 24일 오전 10시쯤 서울 마포구 공덕역 모처에서 오비(OB)맥주가 제공한 시동잠금장치 설치 차량에서 여러 종류의 주류를 마시고 장치를 실제로 사용해봤다.

차량에 부착된 장치는 그간 오비맥주와 관련 캠페인을 진행한 센텍코리아의 '알코스캔ALX3000'이다. 이 장치는 경찰의 음주측정 기준에 맞춰 사용자의 혈중 알코올 농도를 확인한다.

오비맥주의 대표적인 맥주 브랜드인 카스 후레쉬(알코올 도수 4.5도)를 100ml 일회용 컵 정도 분량을 따라서 마시고 물로 입을 헹군 뒤 기기에 호흡을 불어넣자 "삐이"하는 신호음과 함께 기기가 측정을 시작했다.

10초~20초의 짧은 시간 사이에 센서가 불어넣은 숨에서 알코올을 측정하더니 "달칵" 소리와 함께 경고음과 'FAIL' 표시가 떴다. 이는 혈중 알코올 농도가 최소 음주운전 기준인 혈중 알코올 농도 0.03%를 넘어섰다는 뜻이다.

앞서 무 알코올 맥주인 카스 제로를 이용해 같은 방법으로 측정했을 때와는 다른 결과다. 카스 제로의 경우 소주, 일반 맥주와는 달리 'PASS(합격)' 표시와 함께 차에 시동이 걸렸다.

◆'4명 중 1명 음주운전 재범' 골머리에…선진국 효과 본 시동잠금장치 적극 운영

당국이 시동잠금장치 설치를 적극 시행하는 이유는 음주운전 재범을 원천적으로 막아 불필요한 인명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경찰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음주운전 단속에 또다시 걸린 음주운전 재범은 5만5038건으로 전체 단속 건수(13만 283건)의 42%이었으며, 5년 내 재범은 2만919건으로 재범자 중 38%를 차지했다.

그 해 음주 사고 발생 건수 역시 1만5059건에 달하며, 해마다 음주운전 사고 사망자가 평균적으로 251명이 나오는 시점에서 시동잠금장치 의무화는 상습 음주운전자들의 음주운전자들이 재차 음주운전을 해 도로 교통 안전을 위협하는 것을 막는 방책 중 일환인 것이다.

이미 미국, 호주, 캐나다, 유럽 등 해외 주요국가에서는 이와 같은 시동잠금장치 사용으로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 지난 1986년 캘리포니아 주에서 최초로 시동잠금장치 법안을 채택한 미국은 버지니아 주 등 25개 주에서 장치 설치를 의무화 한 끝에 메릴랜드주에서 64%, 일리노이주에서 81%의 재범률 감소 효과를 봤다.

캐나다 역시 알버타 주에서 해당 제도를 도입해 89%의 재범률 감소 효과를 봤으며 스웨덴 역시도 95%의 재범률 감소 효과를 보는 등 제도를 도입한 국가들은 40%~90%의 음주운전 재범 감소 효과가 있다는 해외 연구 결과 역시 나왔다.

제도가 한국에서도 시행된 이상, 상습 음주운전자들은 100% 자부담으로 장치를 부착해야 한다. 만약 장치가 없는 차량을 운전할 경우 무면허 운전에 준하게 처벌을 받으며, 조건부 운전면허도 취소 처분을 받는다.

상습 음주 운전자를 대신해 호흡 측정을 하는 방법으로 시동을 걸어주거나 무단으로 장치를 해제하거나 조작한 차량을 운전하는 경우에도 처벌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위와 같은 행위를 한 자에게는) 엄격한 처벌 기준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경찰 당국은 연 2회 정기적으로 정상작동 여부를 확인하고, 조건부 면허 대상자에게 차량 운행 기록을 제출하도록 해 실효성 있는 제도를 운영할 계획이다.

◆"시동 잠금 장치 빨리 써 봤으면" 시민들 호의적 반응…관련 업계도 적극 발 맞춰

이와 같은 제도 시행이 공표되면서 시민들의 반응 역시도 대체로 호의적이다. 한 음주운전자 모임 카페에서도 "시동잠금장치를 빨리 했으면 한다", "술 마시고나면 시동 안걸리는거 너무 좋은 법안같다"는 반응이 이어졌으며 해당 법안 개정에 대한 문의 게시글 역시도 올라오는 추세다.

일반 시민 중에도 해당 장치를 부착해 사용해보고 싶다는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업계에 따르면 이와 같은 시동잠금장치의 가격은 1대당 200만원 상당이며, 설치 비용은 별도로 30~40만원 정도가 들어 비용이 상당하다.

이에 여러 관련 업계에서는 이런 방지장치 도입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각종 시범사업을 진행하는 중이다. 오비맥주는 지난 2022년 이천공장에서 전국으로 맥주를 배송하는 화물차 20대에 음주운전 방지장치를 설치한 것을 시작으로, 임직원 차량에도 장치를 설치해 시범 운영하기도 했다.

이날 차량과 기기를 제공한 오비맥주 관계자는 "회사 정책에 따라 직접 사용해온 차량으로 전날 술을 마시고 다음날 차를 사용한다고 해도 알코올이 감지되면 차에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며 "실제 사용을 해보니 전날에는 과음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음주운전 방지장치 시범 운영 대상을 일반 국민으로 확대한 오비맥주는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5명을 포함한 시민 총 20명을 음주운전 방지장치 국민체험단으로 선정해 3개월간 시범운영을 실시했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국제도로연맹(International Road Federation, IRF)에서 '파인드 어 웨이(Find a way)' 상을 수상하기도 한 오비맥주는 제도 시행 이후에도 관련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이끌어 갈 것으로 전망된다.

doso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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