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9월 파산 신고해, 경영 구조조정 거치는 중
- 美・아시아서 열렬 소비자 팬 남아있어 브랜드 재활 희망 有
[녹색경제신문 =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지난 9월 22일(미국 동부 시간) 20세기 아이콘적 플라스틱 음식 저장용기 기업인 ‚터퍼웨어(Tupperware Brands Corporation)‘가 지난 70년간의 경영을 마감하고 미국 델라웨어 주립 법언에서 미국 파산법 제11장(챕터 11)에 따른 기업 법정 관리를 신청했다. 사실상 파산한 것이다.
터퍼웨어 측은 채권단에게 미화 2,350만 달러 현금과 6,300만 달러 규모의 부채를 매각할 것에 동의했고, 이어서 그다음 주 델라웨어 주립 법원은 기업의 매각을 승인했다. 당시 업체는 파산 신청 접수 이후에도 사업을 계속하면서 30일간 기업 입찰 절차를 거쳐 새 인수자를 물색하겠다고 다짐했었다.
터퍼웨어 사가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업체는 자산액 약 5억~10억 달러와 채무액 1억~100억 달러 규모를 보유하고 있으며 채무자 수는 5만 1명에서 10만 명이라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후 부실채권 투자단은 대폭 할인된 가격에 터퍼웨어 브랜드를 매입하고 업체의 부채 보유량을 레버리지로 브랜드 가치, 지적재산권 등의 구제를 시도했다.
터퍼웨어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46년 플라스틱 소재 과학자였던 얼 터퍼(Earl Tupper)가 플라스틱 소재의 주방용 밀폐용기를 선보인 것을 출발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20세기 후반기 서구 주방 문화 속 아이콘이 됐다.
그가 제일 먼저 시장에 출시한 3단 원형 ‚원더리어 보울(Wonderlier Bowl)‘ 용기는 날 음식과 조리한 음식 할 것 없이 습기와 공기를 외부로부터 완전히 차단해 내용물을 오래 보관할 수 있게 한, 당시로서 치면 요리 기술과 음식 문화의 대혁명을 일으킨 경의의 주방용품이었다.
급기야 1996년, 터퍼웨어 사는 영업 실적 13억 7,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그러나 2013년 26억 7,000만 달러라는 사상 최고 매출 실적 절정을 끝으로 터퍼웨어 브랜드는 매출 하강을 거듭하다 결국 올해 가을 파산 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터퍼웨어는 우리나라에서도 1970~80년대에 성장한 지금의 50대 이상 세대들이라면 터퍼웨어 물병과 도시락 반찬통 한 두개 정도는 사용해 봤을 가정용 플라스틱 밀폐용기의 대명사다.
우리나라에는 1980년대에 수입되기 시작해 ‚타파웨어’로 불리며 엄마들이 자녀의 도시락과 보리차를 담아주는 용기로 애용됐었다. 견고한 플라스틱 소재로 파손이 없고 유연한 완전밀폐형 뚜껑 디자인 덕분에 내용물의 흐름과 쏟아짐이 없어 저가 유사 제품이 많이 나돌 정도로 선풍적 히트 제품이었다.
그런 터퍼웨어 플라스틱 용기 회사가 지금으로부터 꼭 10년 전부터 고전을 거듭한 채 결국 경영 회복에 실패한 이유는 1) 시대에 뒤떨어진 이른바 ‚가정방문 직접 영업‘ 방식을 고집한 것, 2) 경쟁사들의 유사 제품들의 선전, 3) 소비자들의 외식 및 배달식 문화에 따른 일회용 용기 선호 추세가 주원인으로 꼽힌다.
21세기 소비자들이 전문 영업사원(특히, 컨설턴트로 불리는 터퍼웨어 여성 영업 사원)이 소비자의 가정을 방문해 파티 이벤트를 주관하며 제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제품 구매 방식을 선호하지 않는다. 쇼핑몰 매장 구입과 팬데믹 이후 온라인 구매를 선호하는 소비자 구매 행동 변화에도 불구하고 왜 터퍼웨어가 직접 영업 방식을 고집했는지는 미궁으로 남아있다.
1980년대부터 터퍼웨어의 여러 주요 특허 기한이 만료된 것도 문제의 시작이었다. 미국의 경쟁 제조업체들 — 가령, 러버메이드(RubberMaid), 글래드(Glad), 파이렉스(Pyrex) 등 — 은 1) 터퍼웨어 특허 기술 기반 친환경 플라스틱 제품을 2) e-커머스(아마존) 사이트와 소매 매장(월마트, 타깃 등) 통로로 마케팅해, 3)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며 터퍼웨어의 시장 점유율을 사실상 전면 잠식시켰다고 로이터 통신은 최근 기사에서 분석했다. 환경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면서 플라스틱은 공해의 주범이라는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도 한 몫 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터퍼웨어 브랜드는 그렇게 쉽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 같지 않다.
특히 미국에서 터퍼웨어에 대한 깊고 따뜻한 추억을 간직한 소비자들은 아직 많다. 아시아의 겨우, 시장은 계속 성장세에 있을 뿐만 아니라 특히 중산층 이상 소비자들은 터퍼웨어 브랜드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자료: 터퍼웨어 법정관리신청서/로이터 통신).
실제로, 터퍼웨어의 기업 부실 소식 이후, 생산 중단된 옛 터퍼웨어 모델들이 급격히 희귀 가치를 얻으며 일부 소매망을 통해서 웃돈에 거래되는 등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최근 터퍼웨어는 새 경영진을 임명하고 ESG 경영 맹세와 현대적 마케팅 및 제품 디자인 도입으로 재활을 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벌써 2025년 신제품 카탈로그를 출시했다.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gogree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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