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를 ‘전면 중지’하라고 지시했다. 지난주 파행으로 끝난 백악관 회담의 후속조치로, 미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종전 협상에 우크라이나의 참여를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지원이 중단되면 우크라이나의 전쟁 수행 능력에 큰 손실이 예상된다.
AP통신과 블룸버그통신 등은 이날 백악관 관계자와 미국 국방부 고위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우크라이나 지도자들이 ‘평화를 위한 성실한 약속’을 입증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판단할 때까지 미국이 현재 제공중인 모든 군사원조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이날 성명을 내고 “대통령이 평화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우리의 파트너들도 그 목표에 헌신해야 한다”며 “우리의 원조가 해결에 기여한다는 것을 확실히 할 때까지 원조를 중지하고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군사지원 중단 조치에 따라 배편으로 운송 중인 무기나, 폴란드 등 제3국에서 인도를 기다리고 있는 물자를 포함해 아직 우크라이나에 도착하지 않은 모든 군사원조가 멈출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항공기와 선박을 통해 운송 중이거나 주문된 10억 달러(약 1조4600억원) 이상의 무기 및 탄약에서부터 이날 조치가 적용된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지난 3년 동안 1197억달러(약 175조원) 규모의 지원을 제공했으며, 이중 군사지원은 665억 달러(약 97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지원이 중단되면 우크라이나의 전력은 치명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몇 달 동안은 현 수준의 전쟁 수행 역량을 유지하겠지만, 이후 첨단 무기와 탄약 중심으로 물자부족이 심각해질 수 있다.
미국이 무기 지원을 중단하면 우크라이나는 미국산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이나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등 러시아 영토를 직접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다. 또한 공중방어시스템 등 후방을 보호하는 능력까지 저하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 중단이라는 극단적 카드를 꺼내 드는 한편, 광물협정은 지속할 뜻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양국의 광물협정이 끝났냐’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군사원조 중단으로 우크라이나를 굴복시켜 미국이 원하는 종전협상과 광물협정을 모두 얻어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NYT는 “미국 군사원조 중단의 직접적 수혜자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다. 러시아는 그 시간을 이용해 더 많은 영토를 점령할 수 있다”며 “젤렌스키로 하여금 트럼프가 지시하는 조건에 따라 휴전하도록 강요하거나, 우크라이나를 더 큰 전장 손실로 몰아넣는 조치”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