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회계사회-세무사회 때아닌 설전 ‘회계검증은 회계감사 아니다?’

2025-03-21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회계사회와 세무사회가 회계감사의 뜻을 두고 때아닌 설전을 벌였다.

앞서 서울시의회가 민간위탁사업비 검증을 회계사와 세무사에게 맡긴다는 조례를 뒤엎고, 회계사에게만 맡긴다는 조례를 의결한 데 따른 후폭풍이 점차 가열되는 양상이다.

이에 대해 세무사회는 회계사회가 수생하는 지자체의 민간위탁사업비 지출 검증을 두고 회계감사가 아니라고 지적했고, 회계사회는 회계감사의 일종이라며 반박하는 모양새다.

이른바 자격성 시비인데 현행 지방자치법 체계에서는 민간위탁사업비 검증을 회계사가 못 한다고 하여 세무사만 할 수 있지 않고, 회계사만 할 수 있다 하여 세무사는 못 한다고 할 수 있다는 근거가 없다.

대법에서 누구에게 검증을 맡길 지는 지방의회에 따른다는 판례를 못 박아 둔 만큼 결론은 정치의 장에서 풀 필요가 있다.

◇ 재무제표 부분 검증‧이행감사도 회계감사

세무사회는 지난 11일 회계사들이 회계감사도 아니면서 회계감사 대가를 받았다는 것을 주 취지로 한 비판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회계사의 민간위탁사업비 검증은 감사가 아니며, 검증보고서는 감사보고서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서울시는 돈을 주고 지방정부 사업을 민간업체에 맡길 수 있다(민간위탁사업).

사업을 의뢰받아 수행하는 곳(수탁기관)은 사업비를 쓴 내역을 담은 결산서를 작성하고, 이를 외부 전문기관에 검증(결산서 검증)받도록 하고 있다.

법에서는 결산서를 검증하는 전문기관을 누구로 삼을지 정하고 있지 않고, 대법 판결에선 지방의회 자체 재량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이를 회계사(회계법인)에게만 맡겨두는데, 서울특별시 행정사무의 민간위탁에 관한 조례 제15조 제7항, 서울특별시 행정사무의 민간위탁에 관한 조례 시행규칙 제8조의2에 근거하고 있다.

세무사회의 주장 요지는 회계사들이 회계감사도 안 하고, 감사보고서도 안 쓰고, 조서도 안 쓰고, 돈만 비싸게 받는다는 것이다. 일은 제대로 안 하고, 돈만 받는지는 실제 업무내용을 봐야하고 용어 다툼으로 풀기는 어렵다. 다만, 지금은 용어 시비로 싸움이 붙은 상태다.

일단, 핵심 주장은 회계사들의 서울시 민간위탁사업비 검증이 회계감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민간위탁사업비 결산서 검증이 통상 거론되는 회계감사와 다소 다른 것은 맞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이하 외감법) 제2조 제8호에서는 회계법인은 주식회사의 모든 활동을 담은 재무제표가 회계기준에 맞춰 작성하였는지를 보아 적정‧비적정 의견을 낸다.

하지만 회계감사의 범주에는 재무제표 감사 외 이행감사나 업무감사 등도 있다.

결산서 검증은 이행감사 및 이행 관련 재무제표 감사 쪽에 가깝다. 서울시가 보도블록을 깔라고 돈을 줬다면, 업체는 보도블록 까는 데에만 자재비 쓰고 인건비 써야 한다.

주식회사 감사보고서라면 보도블록 업체의 전체 활동을 봐서 회계장부를 정직하게 작성했는지를 보고, 회계기준에 따라 작성했는지 감사의견을 낸다.

반면, 이행감사를 중심으로 한 재무제표 감사에서는 서울시에서 준 돈이 보도블록 까는 자재비‧인건비로 제대로 쓰였는지를 본다. 업무특성상 회계사들의 감사의견(감사결론) 역시 적정‧비적정이 아니라 지출에 대한 지적사항 중심으로 작성된다.

다만, 10억원 이상 큰돈(보조금)을 받는 업체의 경우, 회계사들은 사업비 감사에 더해 그 업체가 정직하고 신뢰로운 지 보기 위해 회사 재무제표도 함께 본다. 이를 감사보고서라고 하지 않고, 검증보고서라고 하는데, 감사와 검증 간 용어 차이가 업무의 차이를 뜻한다고 단언할 법률상 조문이 없다.

다만, 검증보고서는 감사보고서와 마찬가지로 다른 데에서도 증거나 증빙으로 쓸 수 있고, 그러하기에 공적 인증 및 증명의 효력 또한 있다.

회계법인들은 검증을 의뢰한 지자체에 검증보고서를 내지만, 회사 내부에는 관련 조서 내지 업무기록을 남겨둔다.

조서를 쓰는 이유는 통상 두 가지인데, 하나는 그 일을 한 회계사의 업무 평가 자료, 다른 하나는 검증보고서 가지고 시비가 걸렸을 경우 잘잘못을 따지기 위한 근거자료다.

이런 기록을 언제까지 보관해야 한다는 법규는 없으나, 회계법인 입장에선 회사 업무자료이기에 되도록 오래 보관한다.

◇ 억울한 세무사회, 위험한 행정부

한편, 세무사회 입장에선 뭐라도 격렬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없는 상태다.

2021년 12월 세무사도 서울시 민간위탁사업비 검증을 맡을 수 있다는 조례가 서울시의회에 의해 통과됐으나, 해당 조례는 금융위의 재의결 요구, 서울시의 조례 무효확인 청구 소송 등 3년의 시간을 송사로 보내야 했다.

2024년 10월 대법에서 해당 조례가 적법하다는 판단을 내렸으나, 그 사이 여야 구성이 바뀐 서울시의회가 2025년 3월 회계사만 검증을 할 수 있게 조례를 바꾸었다. 세무사들은 적법한 조례가 있었음에도 송사로 인해 검증 업무에 손 한번 대보지 못했다.

반면, 회계사회 입장에서 보면, 세무사가 서울시 민간위탁사업비 검증을 맡게 되면 상대적으로 회계사들의 영역은 줄어들게 된다. 회계사회는 회원의 권리와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로서 대응을 해야만 한다.

따라서 양측의 대립은 불가피하며, 그 자체로 자신들에게 있어 정당한 행위이다.

다만, 문제는 '지자체'에 있다.

세무사와 회계사들이 어떠한 주장을 하든, 조례 관련한 의결은 서울시의회의 몫이며, 서울시는 의결된 조례를 따라야 한다. 이게 의회 민주주의에 기본이다.

그런데 본건은 서울시장이 불복하여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과 무효확인 청구 소송으로 일종의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특정 조례를 일정 시간 무력화하고, 사법으로 의회자치를 훼방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

정말 문제되는 조례라면, 지자체장이 무효확인 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 있으나, 서울시 민간위탁사업비 검증 조례 관련 소송은 기계적으로 상위법인 지방자치법에 지자체 위탁사업비 검증에 회계감사를 의무화하는 글자 자체가 없다. 무언가 관행이 있었을 지라도 법률상 명백한 근거 조문이 없었다.

관련 대법 판례가 하나 나왔으므로 이론적으로는 서울시나 다른 지자체가 동일 사안에 대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및 무효확인 청구 소송을 제기하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본안 소송이 각하될 것을 감수하더라도 민간위탁사업비 검증 계약을 맺을 시점에 소를 제기하는 꼼수를 쓸 수도 있다.

조례 무효확인 청구의 소는 대법원이 관할이지만,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은 본안과 관계없는 행정법원에 제기한다.

관련 대법 결정이 있기에 행정법원이 가처분신청을 그냥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다고 할 수 없지만, 적법하게 소송이 제기되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기계적으로 가처분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0%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민간에서 의회에 대안을 제안하고, 의회가 이에 따라 의결했다면, 행정부는 큰 법률적 하자가 없는 이상 의회의 결정에 따르는 것이 원칙이다. 금융위든 서울시든 마찬가지다.

행정부가 이를 자꾸 사법으로 끌고 가려면 의회자치는 사라진다.

이는 행정부 독재로 갈 수 있다는 대단히 위험한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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