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PICK!] 댕댕이와 잊지 못할 추억 만들기…“집사야 즐거웠다개~”

2025-05-11

가족의 일원이 된 반려견, 하지만 반려견과 함께 여행을 떠나기 위해선 교통편부터 숙박시설·식당·관광지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충남 태안군은 2023년부터 ‘반려동물 친화관광도시’ 조성사업을 시작하며 보호자와 반려동물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그중 하나인 반려견 동반 버스 투어 ‘태안 댕댕버스’ 프로그램에 동행했다.

5월 ‘황금연휴’의 둘째날인 4일. 태안의 한 식당 앞에 관광버스가 섰다.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들 품엔 모두 강아지가 안겨 있다. 이들은 태안 댕댕버스 참가자들이다. 1박2일 일정으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첫날 새벽 수도권에서 버스를 타고 출발해 태안의 반려동물 친화 관광지 이곳저곳을 둘러본 후 다음날 저녁 집으로 돌아간다. 숙박은 애견 펜션에서, 식사는 반려견 출입이 가능한 식당에서 한다. 가격은 숙박비를 제외하고 ‘1인 1견’에 13만5000원(반려견 추가 시 1마리당 1만원의 추가 요금 발생). 보호자 4끼 식사와 버스 요금, 시설 입장료가 포함된 금액이다. 태안군으로부터 일부 비용을 지원받아 반려동물 동반 전문 여행사 ‘펫츠고 트래블’이 운영한다.

댕댕버스 정원은 20명이다. 연휴라 그런지 이번 회차는 일찌감치 마감됐다. 참가자 중 18명이 여성이며 나이는 3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했다. 반려견도 몰티즈, 폼피츠부터 ‘시고르자브종(시골 잡종을 재미있게 부르는 말)’까지 제각각이다. 대부분 보호자 1인이 강아지 한마리를 데려왔지만 강아지 두마리를 동반한 사람도, 지인과 함께 온 사람도 몇 있었다.

프로그램 첫날인 3일 세계튤립꽃박람회와 꽃지해수욕장을 즐긴 이들은 반려견 동반이 가능한 칼국숫집에서 둘째날 일정을 시작했다. 식당엔 야외 테라스와 반려견 동반 전용 방이 있어 반려견을 데리고 온 손님도, 그렇지 않은 손님도 모두 편하게 식사할 수 있다. 보호자들이 밥을 먹는 동안 강아지들은 보호자 품에 안겨 있거나 케이지(이동장) 안에 들어가 얌전히 쉬고 있었다. 태안 댕댕버스 프로그램에 4번째 참여한다는 김경순씨(서울 종로구)는 “여행지에서 반려견 동반 식당을 찾는 것도 어렵고 강아지를 데리고 혼자 식사하는 것도 눈치가 보이는데 댕댕버스를 이용하면 그런 걱정이 없어 좋다”고 말했다.

식사 후 다시 버스에 올라탔다. 보통은 강아지를 케이지 안에 넣고 고개가 나오지 않게 지퍼까지 꼭 잠가야 하지만 댕댕버스에선 그럴 필요가 없다. 케이지 없이 보호자 옆자리에 반려견을 태우고, 목줄에 반려견 전용 안전벨트를 연결하면 된다. 강아지들은 훈련이 잘된 덕에 버스에서 짖거나 돌아다니지 않고 보호자 옆을 얌전히 지켰다.

다음 목적지는 청산수목원이다. 이곳에선 5월에도 단풍을 만날 수 있다. 봄에 붉은색 새순이 돋아나는 ‘홍가시나무’가 심겨 있기 때문이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 붉게 물든 나무 사이를 걷는 보호자와 반려견의 발걸음이 경쾌하다. 김화영씨(경기 수원)의 반려견 봄이도 흙과 잔디를 밟으며 한껏 신이 났다. 그런 봄이를 보며 김씨도 함박웃음을 터트린다. 김씨는 “나에게 변함없는 사랑을 주는 반려견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행복해진다”며 “이게 반려견과 함께 여행을 다니는 이유”라고 전했다. 눈앞에서 마주한 그들의 행복은 강아지를 키워본 적 없는 기자마저도 ‘이래서 반려견을 키우는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나 홀로 참가자가 많은 댕댕버스 프로그램에선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추억을 남긴다. 포토존이 나타나면 강아지를 한곳에 모아두고 단체 사진을 찍기도 했다. ‘귀여운 애 옆에 또 귀여운 애’라니, 귀여움이 배가 될 수밖에. 서울에서 온 황세진씨는 “댕댕버스 덕에 태안에 오게 됐다”며 “태안에 반려견과 함께 갈 수 있는 곳이 많다는 것을 알게 돼 다음에 다시 방문하려 한다”고 말했다.

수목원에서 카페나 화장실을 갈 때도 댕댕버스 프로그램은 빛을 발한다. 일정을 함께하며 참가자들을 도와주는 ‘펫가이더’ 2명에게 강아지를 맡길 수 있어서다. 반려견 2마리와 댕댕버스를 탄 김건숙씨(경기 용인)는 “혼자서 두 강아지를 데리고 여행을 다니기란 사실상 불가능한데 펫가이더 덕에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고 흡족해했다.

댕댕버스 마지막 일정은 바다를 보며 나무 덱(deck)을 걸을 수 있는 ‘솔향기길’. 바닷바람을 맞으며 태안에서의 마지막 산책을 즐긴 강아지들은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고요히 잠들었다. 녀석들, 다시 태안에서 뛰어놀 그날을 꿈꾸는 건 아닐지.

태안군은 댕댕버스뿐 아니라 해변 운동회, 갯벌 체험 등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여럿 운영 중이다. 원정후 관광진흥과 주무관은 “태안은 애견 펜션이 많고 해변과 공원에서 반려견과 함께 여유를 만끽하기 좋은 곳”이라며 “더 많은 반려견 동반 여행객이 태안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태안=황지원 기자 support@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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