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벽을 없애겠다고 한 약속이 반년도 안 돼 뒤집혔습니다. 정부 정책이 불명확해서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한 중소 서비스형 플랫폼(PaaS) 기업 임원의 토로다. 복수 공공기관이 최근 발주한 공공 클라우드 네이티브 사업 제안요청서(RFP)에 과거 논란이 됐던 '독소 조항'을 슬그머니 부활시켰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본지 지적에 따라 “오해 소지 문구를 삭제하고 입찰 장벽을 없애겠다”고 했던 약속이 다시 뒤짚힌 것이다.
부활한 조항은 '민간 클라우드 제공사(CSP)의 서비스 또는 오픈마켓 서비스를 활용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사실상 대기업 CSP의 PaaS를 쓰거나 그들의 장터에 입점한 서비스만 쓰라는 강요로 해석됐다. 독자 기술력을 갖추고 정부가 주도한 'K-PaaS' 인증까지 획득한 전문 기업들은 대기업의 하청이 되지 않는 한, 입찰 문턱조차 넘을 수 없게 됐다.
정부의 행태는 자기부정이자 모순이다. 그동안 정부는 국산 SW 경쟁력을 높인다며 예산을 투입해 K-PaaS 표준을 만들고, 기업들에 인증 획득을 독려해왔다.
기업들은 이 정책을 믿고 돈을 써가며 연구개발(R&D)에 매진했다. 그런데 정작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공공 사업이 본격화되자, 정부가 이들을 나몰라라하는 격이다.
정책의 신뢰는 일관성에서 비롯된다. 가뜩이나 글로벌 빅테크의 공세 속에서 힘겨운 경쟁을 벌이는 국내 중소기업들에 정부 정책마저 불확실성을 더해서는 곤란하다.
행정 효율성만큼 중요한 것은 건강한 산업 생태계 조성이다. 정부가 이번 RFP를 세심하게 재검토하길 바란다. 불필요한 오해를 걷어내고, 기술력 있는 모든 국산 PaaS 기업이 공정하게 실력을 겨룰 수 있도록 기회의 문을 활짝 열어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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