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규(65)는 44년을 일하면서 단 한 주도 쉬지 않았다. 1년간의 일본 유학생활(1998년)을 제외하고는 장기 휴가를 낸 적도 없다. 심지어 공황장애가 오고, 관상동맥이 막혀 심장에 스텐트를 박는 수술을 하고서도 곧바로 방송에 복귀했다.
1981년, 흑백TV와 컬러TV의 경계에서 데뷔한 그는 한국 예능의 산증인이다. 콩트 코미디에서 버라이어티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지상파에서 OTT와 유튜브로 변화하는 길목마다 이경규가 있었다. 히트작이 산더미처럼 쌓였고 2022년엔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공로상까지 받았으나, 그는 “박수 칠 때 떠나지 않겠다, 끝까지 살아남겠다”고 다짐했다.
총성 없는 무한 경쟁의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영원한 현역’이 되는 것, 그것은 어떻게 가능할까? 지금도 고정 프로그램 3개, 유튜브와 영화 팟캐스트 제작, 시나리오 집필, 매니지먼트사 대표 업무까지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실패가 두려웠던 적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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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이 질문들을 품고 지난 3일 이경규를 만나러 갔다. 이 시대의 ‘예능 대부’는 아들뻘의 기자를 깍듯하게 맞아주었다. 방송에서 호통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다정한 유머와 진심 어린 답변이 내내 이어졌다. 그는 의외로 ‘불안’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했다. 불안이 자신의 DNA라면, 죽음은 곧 삶의 이유라고 했다. 곧 출간될 그의 에세이집 제목은 의미심장하게도 『삶이라는 완벽한 농담』이다. 오늘 ‘더,마음’에서는 어디에서도 듣지 못한 이경규의 삶과 죽음, 불안과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런 내용을 담았어요
📌호통이 유머가 될 때
📌나는 나를 학대했다
📌‘이경규 위기설’의 실체
📌마지막 광대는 계속 앞으로 간다
📌죽음이 없다면, 인간사는 아수라장
📌호통이 유머가 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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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출간될 에세이집 제목이 『삶이라는 완벽한 농담』입니다.
처음에는 제목에 독설을 하려고 했어요. ‘걸리면 죽는다’ 같은 식으로요.(웃음) 그런데 제 인생을 돌아보니, 독한 내용이 아니더라고요. 끊임없이 뭔가를 잡으려고 달려왔는데, 막상 잡히는 게 없었어요. 뭘 잡으려고 그렇게 달렸는지 모를 정도로요. 이 나이가 되어보니 삶이라는 게 특별한 것이 없구나. 결국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과 실없는 농담과 유머를 나누는 순간이구나. 그게 전부인 것 같아서 책 제목을 그렇게 정했어요.
44년간 시청자들에게 유머를 나눠주셨습니다. 이경규의 ‘호통’은 왜 사람들을 웃게 할까요?
그게 진짜 어려운 거예요. 저도 참 신기하거든요. 이제 저의 캐릭터로 받아들여 주시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런 거죠. 식당에 갔는데 욕쟁이 할머니가 있는 거예요. 처음 간 사람은 욕하는 할머니를 보고 당황하겠죠. 그런데 갈 때마다 할머니가 맛깔나게 욕을 해 준단 말이에요. 점점 그 캐릭터를 이해하게 되고 재미가 생겨요. 저는 이게 참 좋아요. 우리 매니지먼트 회사 이름도 ADG(Angry DoGs, 화난 개들) 컴퍼니로 정했어요.
과거로 돌아가도 지금 같은 캐릭터를 가져가실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