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하기 그지없는 혹한기를 지나고 있다. 대한민국 게임산업에도 찬바람이 쌩쌩 분다. 시장 규모는 더 이상 커지지 않고, 주요 기업 성장세 또한 주춤하고 있다. 기업 내부에서는 비용 절감 등 운영 효율화를 강조하고 있다. 프로젝트를 축소하거나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회사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극강의 한파로 시작된 2025년, 게임 산업은 어떤 변화와 도전을 맞이하게 될까.
게임사들은 다양한 장르와 플랫폼으로의 확장, 글로벌 시장 공략 강화 등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신작 출시는 계속 이어지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오랫동안 국내 시장에서 대세로 자리했던 모바일 MMORPG는 앱마켓 매출 순위에서 예전보다 많이 약해진 위상을 보이고 있다. 서브컬처 장르는 이제 더 이상 비주류가 아니다. 10대들 사이에선 RPG보다 샌드박스 장르가 더 인기를 끌고 있다. 확장현실(XR)도, 클라우드 게임도, e스포츠 활성화도 각각 저마다 트렌드 한 축을 이루고 있다.
PC·모바일·콘솔 등 여러 플랫폼을 아우르는 크로스 플레이 게임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하반기에 선보인 신작 중에서는 넥슨의 '퍼스트 디센던트'가 대표적이다. 카카오게임즈 '오딘:발할라라이징'도 모바일과 PC간의 크로스플레이를 지원하고 있다. '구글 플레이 게임스' 베타 버전을 PC에서 다운로드하면 여러 종류의 모바일 게임을 PC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이와 같은 서비스 제공과 투자 비용이 부담으로 다가오겠지만, 플랫폼의 종류에 관계없이 이용자들에게 통합된 게임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게임 선호도와 만족도를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다.
IP의 적극적인 확장 움직임은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용자 경험을 넓혀 충성도 높은 고정 팬층을 확대하며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은 비단 게임사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나 혼자만 레벨업'과 같이 인기 웹툰이나 웹소설 IP를 게임으로 제작해 성과를 거두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기존 인기 게임 IP를 활용해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거나 다른 콘텐츠로 확장하고 있기도 하다. IP를 활용한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해 직접적인 수익을 거두는 회사들도 많아지고 있다. IP 가치의 극대화는 콘텐츠 기업 모두의 과제가 됐다.
게임 생태계에서도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이 더욱 광범위하게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크래프톤은 최근 개최된 CES 2025에서 엔비디아와 함께 AI 기술을 적용해 개발한 CPC(Co-Playable Character)를 공개했다. CPC는 온 디바이스 소형 언어 모델(On-device SLM for Gaming)을 기반으로 이용자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신개념 캐릭터라고 한다. 이처럼 주요 기업들은 파트너십 또는 자체 연구개발(R&D)을 통해 AI 활용에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올해 인디게임과 콘솔 게임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게임 질병코드 도입도 적극적으로 막아내겠다고 약속했다. 이처럼 반가운 소식도 들리지만, 게임사들 입장에서는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도 계속되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에 이어 이용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 강화까지 규제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업계를 전방위적으로 살피며 제재를 가하는 공정위의 움직임에 게임사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미래 먹거리 준비에 분주한 시기지만, 규제 리스크 관리에도 촉각을 곤두세우며 지내야 하는 겨울이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신뢰 확보를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적극적인 소통, 투명한 게임 운영과 같은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이용자 피드백을 반영한 게임 업데이트 및 개선, 오류 및 기술적 문제 등에 대한 신속한 대응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이에 더하자면 믿을만한 전문가나 단체를 활용해서 실증을 통해 소비자들의 불신을 없애는 것은 어떨까. 이용자 눈높이를 감안해 변화를 추진하고, 사회적 책임도 충실하게 이행해야 하는 시점이다. 게임사들이 이용자 니즈를 보다 발 빠르게 캐치해서 게임 생태계가 더욱 기민하고 활기차게 움직이길 바란다.
일신우일신. 나날이 새로워지는 혁신과 도전이 계속되지 않으면 소비자들의 마음은 쉽게 떠나간다. 시장은 늘 새로운 가치에 주목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게임 본연의 가치들은 변함없이 사랑받을 것이라고 믿는다. 재미와 공감이 가득하면서, 참여와 신뢰가 더해진 K게임의 봄날을 기대한다.
임지현 한국게임자율정책기구 이사·한국PR협회 부회장 brand9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