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가장 한국적인 술"…화요, 해외에 ‘K스피릿’ 띄운다

2025-12-06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믿음으로 우리의 전통 증류주를 세계에 알릴 것입니다”

조희경 화요 대표는 이달 1일 창립 22주년을 맞아 경기 여주 제2공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시장 공략 의지를 이같이 밝혔다. 41도라는 높은 도수를 고집해온 데는 한국 전통 증류주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전 세계에 'K스피릿(증류주)'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자리잡고 있었다.

이날 화요 원액이 만들어지는 건물 내부로 들어서자 구수한 쌀 냄새가 강하게 풍겨왔다. 국산 쌀 100%로 고두밥을 찌는 과정에서 나는 향 다음으로는 여러 개의 배관과 대형 탱크 설비가 펼쳐졌다. 일반 양조장에서는 보기 힘든 첨단 설비들이 쉴 새 없이 가동되고 있었지만 정작 작업자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본격 가동된 이곳은 전통 옹기 숙성 방식에 자동화 시스템을 결합한 스마트팩토리다.

300여 개의 커다란 옹기가 나란히 배치된 숙성실에는 옹기마다 QR코드가 부착돼 원액 투입일, 산화 변화, 숙성 기간 등 모든 작업 과정을 데이터로 살펴볼 수 있었다. 장관호 화요 양조팀장은 "일관된 품질 유지를 위해 어느 지역의 쌀을 썼는지, 온도와 습도 관리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등의 작업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이를 두고 "과거 장인의 감각을 데이터로 저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화요 한 병은 고두밥을 미생물과 함께 발효해 얻은 원액을 감압증류한 뒤 옹기에서 3개월 이상 숙성해 탄생한다. 일반적으로 80도에서 끓는 술덧(술의 원료)를 40도에서 증류함으로써 탄 맛이나 쓴맛 없는 깔끔한 원액을 얻을 수 있다. 화요 관계자는 "1차와 2차 발효를 합쳐 3주 가량이 소요되며 제품이 완성되기까지는 약 4개월이 걸린다"며 "화요는 인위적 첨가물 없이 물과 쌀, 효모로만 만든다"고 강조했다.

희석식 소주 중심의 국내 주류 시장에서 생산비용이 높은 증류식 소주는 경쟁력을 갖추기 쉽지 않았다. 실제로 화요는 설립 이후 12년간 적자를 겪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홈술 트렌드가 확산하고 프리미엄 소비 시장이 커지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화요는 2020년 매출 128억 원에서 지난해 397억 원까지 성장했고 해외 진출 국가는 미국·영국·일본·호주 등 30여 개국으로 늘었다.

조 대표는 "매출 1000억 원 달성은 화요의 비전이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필수 과제"라며 "올해는 목표 달성에 실패했지만 내년에는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K컬처를 기반으로 한 소비자 경험 마케팅을 강화하겠다"며 "내년 출시 에정인 캔 하이볼을 비롯해 RTD 제품 연구개발에도 힘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외 시장 공략에 앞서 넘어야 할 과제도 있다. 판매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종가세’ 구조다. 화요 측은 현행 제도가 고품질 원료를 쓰는 프리미엄 주류 제조사에 불리하다며 "출고가의 절반이 세금이다. 좋은 재료로 좋은 술을 만들려는 모든 비용에 세금을 매기니 산업 발전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화요는 지난 15년간 38차례 주세법 개정 청원을 제출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화요는 이번 간담회를 통해 화요그룹 체제 출범도 공식화했다. 도자 브랜드 광주요, 식문화 플랫폼 가온소사이어티와 함께 술·그릇·음식을 아우르는 종합 문화 브랜드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조 대표는 "일종의 '한식 문화'를 하나로 묶는 게 우리의 기업 정신"이라며 "해외 소비자들에게도 기업의 뿌리인 한국의 전통으로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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