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청년일보 】 제2형 당뇨병 치료를 위해 개발된 GLP-1 주사제(Glucagon-Like Peptide-1 계열)가 최근 체중 감량을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사용되며 의료계가 경고에 나섰다.
혈당 조절과 식욕 억제 효과로 고도비만 환자에게도 처방되는 이 약물은 전문적인 진단과 처방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다이어트 주사'로 포장되며, 의료적 필요 없이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 "살 빼고 싶어서 그냥 맞았어요"
서울의 한 미용 클리닉을 방문했던 20대 대학생 A 씨는 "처방 받기 어렵고 비싸지만, 주변에서 다 맞는다기에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당뇨병도, 비만 진단도 받은 적이 없다.
이처럼 GLP-1 주사제가 단순 체중 감량 수단으로 소비되는 현상은 일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약물에 대한 왜곡된 정보와 상업적 유통 구조가 만든 결과다.
◆ 효과만큼, 부작용도 존재한다
GLP-1 계열 약물은 식욕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유도해 체중 감소를 유도한다. '삭센다(리라글루타이드)'와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가 대표적이며, 두 약물 모두 식약처로부터 처방용 전문의약품으로 승인받았다.
하지만 의학계에선 이 약물이 '모든 사람에게 안전한 약'이 아님을 강조한다. 구토, 설사, 복통과 같은 위장관 부작용은 물론, 일부에선 근육량 및 모발 손실, 급성 췌장염을 동반하고 우울증 등 정신적 부작용까지 보고된 바 있다.
한 대학병원 내분비내과 전문의는 "비만 진단이 없는 사람에게는 약물 효과도 제한적이고, 부작용 위험은 훨씬 커진다"며 "일시적인 체중 감소만을 기대하고 맞는 건 위험한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 대한당뇨병학회 "처방 기준 지켜야"
대한당뇨병학회는 작년 11월, '인크레틴 기반 당뇨병 치료제 및 비만병 치료제'에 대한 성명서를 통해 "GLP-1 계열 주사제는 반드시 전문의의 진단 아래 사용돼야 하며, 미용 목적으로의 사용은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와 유관기관에 온라인 불법 유통 차단과 약물 오남용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실제로 SNS상에서는 '대리 구매', '비처방 판매' 같은 게시물이 여전히 확산되고 있으며, "부작용 거의 없다"는 사용자 후기가 위험성을 희석하고 있다.
◆ 지금 필요한 건, 정확한 경계 그리기
GLP-1 계열 주사제는 분명 효과적인 약이다. 그러나 그 효과는 병이라는 조건 아래에서만 유효하다. 그 경계가 무너지면 약물은 '편리한 소비재'가 되고, 치료는 '선택적 미용'이 되며, 결국 의학은 시장의 논리에 휘둘리게 된다.
지금 필요한 건 처벌이 아니라 기준의 재정립이다. 정부는 더욱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유통 규제를 마련해야 하고, 의료기관은 환자의 동기를 꼼꼼히 따져야 하며, 사회는 '건강'과 '외모' 사이의 무너진 균형을 다시 바로잡아야 한다.
체중 감량보다 '왜 이 약을 사용하려 하는가'라는 질문이 우선돼야 한다.
【 청년서포터즈 8기 김수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