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낯선 일본 패션 브랜드 조조(ZOZO)가 6년간 총 2000억원 규모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회를 열겠다고 발표해 화제가 됐다. 패션과 골프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아직 작은 회사가 굴지의 자동차 기업들이 하던 PGA 투어 대회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속에 조조 챔피언십은 시작됐다.
그리고 첫해인 2019년 타이거 우즈가 PGA 투어 최다승인 82승을 달성하며 우승해 대박을 냈다. 2021년 대회에선 일본의 간판스타 마쓰야마 히데키가 우승했다. 조조타운은 일본의 최대 패션 커머스 기업이 됐다.
PGA 투어와 후원사가 함께 윈윈한 아시아 시장 개척의 상징이다. 그 주역은 한국인인 이승호(45·미국 이름 크리스 리) PGA 투어 수석부사장 겸 아시아태평양 대표다. 세계 주요 스포츠 기구도 유리 천장이 있다. 보수적인 골프는 그 천장이 가장 단단할 것이다. 머리 노랗고 눈 파란 사람들이 다 한다. 동양인이 PGA 투어에서 수석부사장은 물론 대표 직함을 단 건 이 대표가 처음이다.
이 대표는 중학교 1학년 때 미국 뉴저지로 조기 유학을 갔다. 농구를 좋아했다. 학교에서 농구 선수도 했는데 무릎 십자인대를 다치고 키도 덜 커 그만뒀다. 그러나 스포츠에 대한 사랑은 버리지 않았다.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워싱턴대학에선 경영학과 마케팅을 전공하고 일본어를 부전공했다.
군에 가기 전 월드컵 조직위, 마라톤 대회와 축구 피스컵 등에서 영어 통역을 하면서 이력을 쌓았다. 그러다 스포츠 마케팅 대행사에서 세계 한상대회, LG전자 하프파이프 X게임 등의 일을 했다. 2006년 미국프로농구(NBA)의 드웨인 웨이드와 르브론 제임스가 한국에 왔을 때 이 회사가 주관대행사였다. 이 대표는 워낙 열심히 일해 ‘농구에 미친 놈’이라는 얘기도 들었다.
그러면서 신설된 NBA 한국지사의 유일한 직원이 됐다. 혼자라고 봐주는 건 없다. 업체와의 계약, 그러니까 돈을 벌어와야 했다. 말 그대로 맨땅 헤딩이었다. 입사 1년도 안 돼 기적적으로 도미노피자를 스폰서로 영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