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이 이번 설연휴 기간 모든 전자금융서비스를 중단하고 슈퍼앱인 '올원뱅크'를 전면 개편한다. 올해 새로 취임한 강태영 농협은행장은 '디지털 리딩뱅크' 도약을 위해 슈퍼플랫폼을 구축하고 IT 기반 사업 혁신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14일) 오후 농협은행은 오는 28일부터 이틀간 모든 전자금융서비스를 중단한다고 고객들에게 공지했다. 현재 운영 중인 디지털금융 서비스를 전면 개편하기 위해서다. 현재 농협은행은 스마트뱅킹, 올원뱅크, 콕뱅크, 모바일브랜치, M사이트 등 모바일 앱을 비롯해 인터넷뱅킹, 퇴직연금디지털 등의 전자금융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농협은행의 대대적인 전자금융서비스 개편은 지난 2020년 이후 약 5년 만이다. 농협은행은 이번 개편을 통해 기존 간편뱅크 기반의 '올원뱅크'를 고도화해 차세대 슈퍼플랫폼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스마트뱅킹, 올원뱅크 등으로 흩어졌던 금융서비스를 통합하고 UX와 UI를 개선하는 게 이번 개편의 핵심이다.
NH농협금융지주는 앞서 지난 2016년 8월 금융권 최초의 금융지주 공동 모바일 플랫폼이자 간편뱅킹 앱인 올원뱅크를 출시했다. 다만 현재까지는 농협 서비스 통합 조회, 간편송금, 환전, 상품 가입 등 금융거래를 보안매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간편 앱'에 머물러왔다. 이번에 큰 폭으로 개편되는 올원뱅크 앱은 은행, 카드, 보험, 증권 등 종합금융 서비스를 비롯해 다양한 생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농협은행은 올원뱅크 출시를 계기로 차세대 전자금융 시스템 도입을 위한 로드맵을 실행하고 있다. 올원뱅크 개발을 맡은 농협은행의 개인디지털플랫폼부는 데이터사업부, IT 등과 협업해 '마이데이터' 연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다.
농협은행은 ▲2022년 6월 증권·카드·보험 등 금융계열사 연동 서비스 ▲2023년 1월 클라우드 시스템을 통한 차세대플랫폼 전환 ▲2024년 6월 금융상품몰 통합 플랫폼 도입에 이어 올해부터는 모든 뱅킹업무를 지원하는 '풀 뱅킹 서비스'를 지원할 계획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클라우드 기반의 차세대 디지털금융 플랫폼 구축을 위한 로드맵을 지난 2020년 올원뱅크 개편 이후부터 본격 실행해 왔다"며 "이번 개편 이후에는 스마트뱅킹 앱에서만 취급했던 금융상품들이 올원뱅크에서도 판매되는 등 올원뱅크에 보다 힘이 실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농협금융그룹이 금융권의 슈퍼앱 경쟁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올원뱅크를 제외한 앱들을 정리할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스마트뱅킹 앱은 상호금융(단위농협)과 함께 쓰고 있어 당장 사라지진 않겠지만, '원앱' 서비스는 금융플랫폼 경쟁력의 핵심이라는 평가다.
'뉴 KB스타뱅킹'에 주력하고 있는 KB국민은행은 지난해 'KB스타뱅킹 미니'를 없앴고, 우리은행은 지난달 말 모든 그룹사의 핵심 서비스를 담은 '뉴 우리원뱅킹'을 새롭게 출시했다. 하나의 앱에서 계열사의 모든 서비스를 제공해 '락인효과'를 극대화하고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낼 수 있어서다. 비대면 금융서비스 수요가 늘고 토스 등 플랫폼 업체와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원앱' 고도화는 금융권의 핵심 전략으로 꼽힌다.
농협은행이 집계한 결과 지난해 12월 기준 올원뱅크의 가입자 수는 1170만명,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는 432만명이다. 국내 대표 금융앱인 토스의 MAU가 2023년 말 1910만명을 돌파하고 국민은행의 '뉴 KB스타뱅킹' 이용자 수가 1400만명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갈 길이 먼 셈이다.
올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강태영 농협은행장은 '디지털 리딩뱅크 도약'을 핵심 경영목표로 내걸고 있다. IT 기반의 사업 혁신을 통해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혁신금융서비스 활용 등 신기술 대응에 앞장서겠다는 게 강 행장의 계획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향후 올원뱅크를 중심으로 인공지능 전환 가속화, 고객중심 플랫폼 최적화, 혁신금융 서비스 주도 등의 IT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올원뱅크의 생활밀착형 비금융서비스도 지속적으로 발굴해 슈퍼플랫폼으로서의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