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 20살 아내, 술먹고 베꼈나…첼리스트 울리는 ‘기묘한 악보’

2025-03-18

김호정의 콘서트홀 1열

이 곡은 하나의 경전입니다. ‘최고’의 작품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게 붙고요. 세상의 여러 장면에도 어울립니다. 예를 들면 2011년 스티브 잡스의 장례식에서도 연주됐죠. 요한 세바스찬 바흐(1685~1750)가 첼로 홀로 연주하도록 한 6곡짜리 모음곡입니다.

첼로가 혼자 연주하는 150분짜리 음악. 그런데 첼리스트 문태국(31)이 콘서트홀 1열을 위해 이 곡을 설명하다가 그 유명한 첫 부분의 악보를 손으로 짚으며 말했습니다.

거기에는 꼭 작은 손톱처럼 생긴 이음줄(⌒)이 여러 개 있습니다. “바흐가 그린 악보가 아니거든요.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악보예요.”

바흐의 작품에 누가 손을 댄 걸까요?

바로 바흐의 두 번째 아내인 안나 막달레나 바흐(1701~60)입니다. 바흐는 첫 아내와 사별한 후, 16세 아래인 안나가 스무 살일 때 결혼했죠. 이 악보는 안나가 결혼하고 얼마 안 돼 바흐의 작품을 필사한 것입니다. 여기에 어떤 문제가 있다는 걸까요?

최근 몇 년 동안 바흐의 무반주 모음곡을 들여다보며 녹음과 연주에 매진하고 있는 문태국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일관성이 없고, 그 당시 연주 기법을 염두에 둬도 어색하고 의아한 부분이 많아요.”

특히 이음줄이 문제였습니다. 이음줄은 그 줄 안에 묶여 있는 음표들을 한 호흡으로 연주하라는 지시입니다. 그런데 바흐의 아내가, 바흐의 악보에 이해하기 어렵고 알아보기도 힘든 이음줄을 그어놓는 바람에 제대로 연주하기가 힘들다는 뜻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첼리스트가 동감하는 부분이죠.”

그렇다면 안나가 그린 대로 연주하면 어떻게 들릴까요? 바흐의 무반주 조곡에서 가장 유명한 1번의 가장 첫 곡을, 안나 막달레나 바흐의 지시대로 연주한 영상을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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