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 가격의 유혹

2025-05-11

“그래도 알리가 제일 싸더라.”

최근 게재한 11번가와 SSG닷컴의 신선식품 협력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품질이나 상품구색은 둘째 치고 오로지 '가격'만으로 알리익스프레스가 우위에 있다고 평가한 셈이다. 이는 중국 쇼핑몰이 한국 소비자들을 얼마나 강하게 끌어들이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C커머스로 불리는 중국 쇼핑몰이 내세운 가장 큰 무기는 단연 가격이다. 최신 휴대폰 액세서리를 1000원대에, 꽤 세련된 디자인의 의류를 5000원대에 판매한다. C커머스 쇼핑 앱을 스크롤하다 보면 “이걸 이렇게 싸게 판다고?”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당장 쓸 곳도 없는 상품을 자신도 모르게 결제하는 이들이 많다.

C커머스의 저가 공세는 단순히 소비자 지갑을 열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있다. 일부 개인 사업자가 C커머스를 저가 도매 통로로 악용하면서 시장 건전성을 해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중국 쇼핑몰에서 상품을 구매해 국내에 재판매하고 있다. 개인용 직구 상품을 국내에서 다시 유통하는 것은 불법이다.

물론 영세한 개인 사업자 입장에서는 초저가·다품종을 내건 C커머스를 아주 매력적인 물품 공급처로 볼 수 있다. 국내에서 생산된 비슷한 품질의 상품은 제조 원가와 유통 비용을 고려하면 C커머스 가격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가격의 유혹'이 국내 유통 생태계를 무너뜨리고, 장기적으로는 불법 유통을 고착해 자신에게 더 큰 비용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저렴한 가격에 품질 좋은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소비자 권리는 당연히 지켜져야 한다. 하지만 C커머스의 초저가 전략이 우리나라 유통산업 질서를 흔들고 있는 현실도 직시해야 한다. C커머스의 가격 공세가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규제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우리 정부와 유통업계의 노력이 절실하다.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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