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농업·농촌 기후위기 대응 역량강화 협의체 포럼'
기후변화 피해 현실화…농업 정책, 적응 전략까지 확대
"과학 기반의 예측·모니터링 체계 수립 필요" 의견 제시
[부산=뉴스핌] 이정아 기자 = 새 정부의 농업 정책 축이 온실가스 감축에서 적응으로 옮겨지고 있다. 이에 탄소중립직불제를 확대하고, 저탄소 농업 프로그램을 보다 유연하게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태영 경상국립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27일 부산 벡스코 기후산업국제박람회에서 열린 '농업·농촌 기후위기 대응 포럼'에서 "탄소중립직불제는 저탄소 농업 정책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아야 하며, 단순히 감축 목표 달성에 머무르지 않고 기후변화 적응까지 포괄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기후 변화가 농업 생산성 저하를 넘어 농가 소득, 농식품 수급, 국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온실가스 감축 실적은 여전히 목표치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고, 농가의 소득 불확실성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며 "2030년까지 감축 목표 달성은 현재 방식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농업 분야 기후 대응은 크게 완화(온실가스 감축)와 적응(재해 대응·생산 안정)으로 나뉜다. 완화 수단으로는 배출권 거래제 외부사업, 농촌 자발적 감축사업,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제, 저탄소 농업 프로그램 등이 있다.
기존 제도는 감축량만큼 보상하는 구조였지만, 활동비 대비 편익이 낮아 농가 참여가 저조했다. 이에 정부는 활동 자체에 보상을 지급하는 탄소중립직불제를 새롭게 도입해 참여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탄소중립직불제란 농업 분야에서 저탄소 영농활동을 실천하는 농업인에게 활동비 또는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제도다.
김 교수는 "온실가스 감축량에 따라 보상하는 방식은 효율적이지만 참여율이 낮고, 활동비 보상 방식은 참여율은 높일 수 있으나 예산 부담이 크다"며 "효율성과 참여율 사이 균형점을 찾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교수는 저탄소 농업 정책이 '적응'에 무게를 실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재해보험과 재배 기술 지원, 수급·가격 안정화 등은 단기적 피해를 줄이는 동시에 농가의 기후 대응력을 높이는 수단이라는 것이다.
해외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미국, 영국, 유럽연합(EU)은 온실가스 감축 외에도 토양·수질·대기질 개선, 생물다양성 보전 등 다양한 환경 지표를 직불제에 포함하고 있다. 감축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더라도 잠재적 가치가 있으면 지원 대상에 포함하는 등 제도를 유연하게 운용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우리도 감축과 적응, 공익적 기능을 함께 평가하는 다목적 직불제로 전환해야 한다"며 "탄소 저감 활동만으로는 확장성이 떨어진다. 농업환경보전 프로그램과 저탄소 직불제를 통합해 운영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저탄소 농업 프로그램의 효율성 제고도 과제로 꼽혔다. 벼 재배를 제외한 대부분의 활동은 톤당 비용이 과도하게 높아, 에너지 전환 부문과 비교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저비용·고효율 기술 발굴, 자재비 절감, 활동 번들링(패키지화) 등을 통해 비용 부담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부처 간 협력 강화와 민관 협력형 사업 확대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직불제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기업 ESG 공시 확대와 연계해 농가-기업-지자체가 참여하는 프로젝트형 협력사업을 늘려야 한다"며 "연구개발(R&D) 지원을 통해 신규 감축 활동 발굴과 스마트농업 전환을 촉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포럼에서는 또 다른 주제발표도 이어졌다. 김광수 서울대 교수는 "농업 부문의 기후변화 영향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며 "피해 최소화를 위해 과학 기반의 예측·모니터링 체계와 지역 맞춤형 적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김인규 의성군 농업기술센터 지도사는 현장에서 추진 중인 '이상기상 조기경보 서비스'를 소개했다. 기상 데이터를 활용해 폭염·한파 등 위험 상황을 사전에 알리고, 농가에 대응 방법을 전달하는 시스템이다.
김 지도사는 "기후위기 대응은 결국 지역 현장에서 얼마나 빠르게 체감 대책을 마련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예보 정확도와 활용성을 높여 농가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plu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