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시즌이 시작된 뒤 한 달 가까이 되어가는 가운데 주요 기록 순위표에 낯선 롯데 선수들의 이름이 보이기 시작했다.
14일 현재 타율 1위에는 롯데 전민재가 이름을 올렸다. 전민재는 타율 0.400으로 NC 손아섭(0.389), 삼성 강민호(0.371), LG 김현수(0.362) 등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이 부문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했다.
홀드 부문에서는 롯데 정철원이 7홀드로 선두를 달리는 중이다. 등판한 11경기에서 7개의 홀드를 거뒀다.
두 명의 선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지난해 11월 트레이드로 롯데로 옮겨온 선수들이라는 것이다.
당시 롯데는 2023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3순위로 뽑은 김민석과 함께 가능성을 보였던 또 다른 외야수 추재현, 그리고 투수 최우인을 내줬다. 불펜과 내야 보강이 필요했던 롯데였기에 촉망받던 유망주까지 내주면서까지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트레이드는 양 팀이 모두 ‘윈-윈(win-win)’을 바라고 진행하지만 성패가 갈릴 때가 있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까지만해도 두산 유니폼을 입은 김민석이 펄펄 날았고 상대적으로 롯데가 데려온 선수들은 힘을 못 써보이는 듯 했다.
그러나 개막 후 현재 시점에서는 롯데가 웃고 있다. 특히 전민재의 활약이 롯데가 얻은 큰 소득 중 하나다.
사실 트레이드를 진행할 때까지만해도 메인 카드는 정철원이었기 때문에 전민재는 크게 집중을 받지 못했다. 전민재는 두산에서도 백업 자원으로 분류되던 선수였다. 롯데는 내야 뎁스를 두텁게하기 위해서 전민재를 데리고 왔다.
하지만 전민재는 롯데에서 주전 자리를 꿰차더니 팀의 오랜 고민인 유격수 고민까지 해결하고 있다.
3월22일 개막전에서는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지만 바로 다음날 전민재가 주전 유격수로서 기회를 받았다. 이날 경기에서 2안타로 멀티히트를 기록한 전민재는 선발 라인업에 계속 이름을 올리는 듯 했으나 타격감이 갑자기 뚝 떨어졌다. 이후 6경기에서 단 1안타만 뽑아내면서 선발 라인업에서도 제외됐다.
그러나 결국 전민재에게 다시 기회가 돌아왔다. 기존 주전 유격수 박승욱은 타격 침체에 빠졌고 신인 내야수 이호준은 경험이 부족했다. 전민재는 4일 두산전에서 2루타 2개를 포함한 3안타 맹타를 휘두르더니 13일 NC전까지 안타 행진을 이어갔다. 이 기간 9경기 중 6경기에서 멀티히트를 달성했다. 더불어 수비에서도 안정적인 모습으로 팀의 중심을 잡았다.
롯데는 그동안 유격수 고민을 풀어나가기 위해 많은 시도를 했다.
2020~2021년에는 외국인 타자 딕슨 마차도로 이 자리를 채웠으며 2022년에는 삼성에서 방출된 이학주를 데려왔다. 2023시즌을 앞두고는 자유계약선수(FA) 노진혁을 4년 50억원에 영입했다. 그러나 유격수 고민은 계속됐다. 2023시즌이 끝나고는 KT에서 방출된 박승욱을 데리고 와 지난 시즌 주전 유격수를 맡겼다. 하지만 박승욱은 올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는다는 변수가 있었다. 그런 가운데 전민재가 팀의 고민을 지워주는 활약을 선보이는 중이다.

불펜에서도 정철원은 이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2022년 신인왕 출신인 정철원은 지난 시즌 초반까지만해도 소속팀 두산의 마무리였다. 하지만 부진으로 이 자리를 내줬고 급기야 필승조에서까지도 이름이 빠졌다. 지난해 성적은 36경기 2승 1패 6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 6.40이었다.
정철원은 트레이드로 김태형 롯데 감독의 품에 다시 안겼다. 롯데가 가장 필요한 건 마무리 김원중까지 마운드를 이어줄 수 있는 투수였다. 그리고 정철원이 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현재 롯데 불펜에서 가장 믿을수 있는 투수다.
롯데의 트레이드 성공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롯네는 지난해 시즌 초 LG와의 트레이드를 통해서 내야수 손호영을 데리고 왔다. 손호영은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경기인 102경기에 출전하며 타율 0.317 18홈런 78타점 등을 기록했다. 팀 내 홈런 1위를 기록하며 팀의 중심 타자 중 한 명으로 자리 잡았다.
손호영에 앞서 2024년 1월 말 사인앤트레이드로 영입한 베테랑 김민성도 최근에는 팀에 보탬이 되는 활약을 하고 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스프링캠프 명단에서도 제외됐지만 지난 14일 1군으로 올라온 뒤 자리를 잡았다. 젊은 선수들이 즐비한 롯데 내야에 경험의 힘을 불어넣고 있다.
사실 롯데는 그전까지는 트레이드에서 줄곧 손해보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KT와의 트레이드에서 좋은 선수를 많이 내줬다. 2021년 KT가 통합 우승을 차지했을 때에는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된 선수 중 롯데 출신 선수가 6명이었는데, 이 중 4명이 트레이드로 이적한 선수들이었다.
이제 롯데는 트레이드로 성공 사례를 여러 차례 만들어내고 있다. 롯데는 이적 선수들로 만들어진 ‘봄의 기세’가 가을까지 게속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