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톡] 영화 '굿 포춘'... 뻔한 설교로 힘 뺀 바디 스와프 코미디

2026-01-06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살인 병기 '존 윅'의 키아누 리브스가 덜 떨어진 천사로 출연하는 영화 '굿 포춘'은 보다 보면 왠지 지루해지는 영화다. 마치 권선징악이나 해피엔딩을 앞세우는 고전 동화를 연상케 한다. 키아누 리브스가 연기하는 21세기의 하급 천사 가브리엘은 "돈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려다 처참히 실패한다. 총과 칼을 든 살인병기 존 윅 대신 사람 한 명 안 죽이는 천사를 등장시켰다가 본전도 못 찾았다는 느낌이다.

영화는 주거 불안정에 시달리며 차에서 잠을 자는 아르즈(아지즈 안사리)와 냉온탕 치료에 집착하는 억만장자 VC 제프(세스 로건)의 몸이 바뀌면서 전개된다. 아르즈와 제프의 몸을 바꾸는 설정은 마크 트웨인의 '왕자와 거지'를 참조하고 있다. 가난을 체험하게 된 부자는 고통에 몸서리치지만, 부자가 된 빈자는 그 '안정감'이 주는 달콤함에 취한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는 동화적인 거짓말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극중 아르즈는 "차 안에서 잔다". 이는 단순한 설정이 아니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밀레니얼 세대의 주거 불안정을 압축한다. 미국에서 '카 캠핑(car camping)'은 때로 로맨틱하게 포장되지만 실제로는 주거비용 상승으로 인해 강제된 노마디즘이다. 중산층은 차를 이동 수단으로, 상류층은 사치품으로, 하류층은 주거지로 사용한다. 아르즈의 차는 가정의 불가능성을 상징한다. 그는 집이 없기 때문에 결국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 하급 천사 가브리엘은 아르즈에게 부자가 되는 것이 실제로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 하지만 몸이 바뀐 아르즈는 부자로 사는 것이 정말 좋다는 것을 알게 된다. 돈은 실제로 많은 문제를 해결한다. 주거, 식량, 의료, 안정 등등.

살인 병기 '존 윅'의 이미지를 벗어던진 리브스는 치킨 너겟에 감탄하고 규칙에 얽매이는 관료적 천사를 소화한다. 천사 가브리엘은 "문자 운전을 하는 사람들을 (사고로부터) 보호하는" 하급 천사다. 그는 "더 큰 책임과 더 큰 날개"를 갈망하지만, 상사인 마사(산드라 오)로부터 승진을 거부당한다. 천국조차 '핵심성과지표'로 운영되는 시스템을 보여주면서 자본주의의 뒷골목을 드러내 보인다. 변변치 않은 천사 가브리엘은 이 때문에 제대로 된 날개조차 달지 못한다.

결론적으로 가브리엘은 선하지만 무능하고, 아르즈는 공감력 있지만 무력하며, 제프는 호의적이지만 특권적이다. 안사리의 장편 감독 데뷔작인 이 작품에서 바디 스와프 코미디를 내세우면서 자본주의의 계급 비평은 물론 낭만적 코미디, 그리고 노동조합 운동까지 다양한 소재를 비벼 넣었다. 1980년대 '바디 스와프 코미디'들이 '개인의 성공'으로 끝났다면, 이 영화는 엘레나(케케 팔머)라는 인물을 통해 '노동조합'이라는 집단적 저항을 결말로 선택한다. 이는 감독인 안사리가 밀레니얼 세대에게 건네는 가장 현실적인 제안인 셈이다.

이 영화가 지닌 가장 큰 약점은 후반부의 계몽적 태도이다. 코미디로서의 경쾌함이 계급 불평등에 대한 안사리의 강박적인 메시지에 짓눌리면서 뻔한 결말을 맞이한다. 또한 '백만장자들이 만든 가난 이야기'라는 태생적 한계 역시 존재한다. 안사리의 시선은 따뜻하지만, 그가 포착한 빈곤은 실제 삶의 무게보다는 '전시된 풍경'처럼 느껴진다. 경쾌한 코미디로서는 거의 완벽하지만 안사리가 비벼 넣은 소재들로 인해 설교적이고 강제적이다. oks3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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