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올해만 50만건 고소·고발 남용 실태…정작 기소는 25%

2024-11-09

올해 검찰에 접수된 고소·고발 사건이 2021년 수사권 조정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검찰에서 처분한 사건 중 기소까지 이어진 사건은 25%에 불과해 법조계에선 고소·고발 제도가 남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8일 중앙일보가 대검찰청을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국 검찰청에 접수된 고소·고발 사건은 총 46만 2434건(경찰 송치사건 포함)이다. 고소·고발 사건 접수 건수는 2021년 40만 6172건을 기록했다가 2022년 46만 3937건, 2023년 48만 1231건으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3분기까지 추세라면 연말엔 60만건을 넘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제는 고소·고발 사건의 상당수가 혐의가 없거나 공소권이 없어 불기소 처분이 나는 사안이라는 점이다. 검찰이 9월까지 처분한 40만 3735건 중 기소한건수는 10만 2284건으로, 기소율이 25%에 불과했다. 반면 불기소 건수는 13만 8808건이었다.

특히 불기소 사건 중에는 요건조차 되지 않아 각하 처분한 사건이 4만 9952건에 달했다. 검찰사건사무규칙에 따르면 검찰은 수사를 개시·진행할 자료가 없거나 진위가 불분명한 언론 보도나 인터넷 게시물 혹은 추측만을 근거로 할 경우 사건을 각하 처분할 수 있다. 서울의 한 부장검사는 “접수된 고발장을 살피면 언론 보도 몇 개와 함께 의혹 수준인 경우가 종종 있다”며 “수사하는 입장에서도 바로 각하하는 건 부담이 되기 때문에 고발인 조사라도 진행하는데, 그럴수록 수사력은 낭비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패소하면 판사 고발”

고소·고발 남용 추세를 보여주는 단적인 범죄 혐의는 직권남용권리방해죄(직권남용죄)다.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검찰이 처리한 직권남용죄는 21년 1만 2607건에서 지난해 2만 7177건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의 경우 6월까지 처리한 사건만 2만 5839건으로, 올해는 5만건을 넘을 가능성도 있다.

반면 직권남용죄를 적용해 검찰이 수사 후 기소까지 한 경우는 30건(2021년)→10건(2022년)→7건(2023년)→3건(2024년) 등 감소 추세가 뚜렷하다.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한 부장검사는 “2017년과 2018년 국정농단 사법농단 사태 때 직권남용죄가 많이 알려지면서 벌어진 현상 같다”며 “민사소송에서 본인 마음에 들지 않은 선고를 내린 판사, 공공기관에서 민원을 반려한 공무원을 직권남용으로 고발하는 터무니없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올해 부쩍 늘어난 것은 지난해 고소·고발 반려제도가 없어진 영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민사분쟁형 사안이 다수… 조정 제도 등 활성화돼야”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는 “한국의 형사 사건을 보면 상당 수가 사기 등 사인 간 재산 범죄”라며 “민사에서 해결해야 할 영역은 전부 수사기관에 외주화하는 경향이 있다. 민사소송은 당사자가 입증 책임을 지지만, 형사 고소를 하면 수사기관에서 관련 자료를 찾아주고 피고소인에게 미치는 심리적 압박도 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형사조정제도와 같은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홍보해서 민사 분쟁 성격의 형사사건을 해결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김성룡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구 10만명당 피고소인이 우리랑 사법 시스템이 비슷한 일본에 비해 200배 이상 많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법률자문 서비스 시장을 확대해 사인 간 계약 단계부터 변호인 조력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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