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이 심화하는 미중 경쟁 속에 핵심 산업인 반도체에서는 전략적 균형점을 잡으면서 인공지능(AI) 응용 분야에서는 적극적으로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가 27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미국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공동 개최한 '세계 경제질서 재편: 무역, AI, 금융회복력의 해법 모색' 국제 콘퍼런스에서 마틴 쵸르젬파 PIIE 선임연구위원은 이같이 밝혔다.
마틴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중국 AI 경쟁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AI는 미·중 전략경쟁의 핵심으로, 미국의 반도체 통제와 중국의 오픈모델 전략이 글로벌 AI 생태계를 양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AI 연산을 뒷받침하는 반도체와 장비 등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미국 주도의 수출 통제가 강화되고 있으나, 모델과 서비스 등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중국 주도의 개방형 모델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또 "한국은 AI 응용 분야에서 기회를 창출할 수 있으나, 반도체 생산국으로서 미·중 양측의 압박 속에서 전략적 균형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국제금융의 미래에 대해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전 국제통화기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달러는 여전히 세계의 기축통화로서 압도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미국 재정적자 규모가 날로 커지면서 달러 패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까지 더해지면서 글로벌 통화 시스템은 더욱 다극화된 형태로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통화 시스템의 변화와 금융회복력에 대해 모리스 옵스펠드 PIIE 선임연구위원(UC버클리 교수)은 안보·주권 논리가 강화되며 자유로운 무역과 자본이동을 제약하는 '금융 분절화'가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모리스 선임연구위원은 "결국 이런 변화는 국제 금융협력 프레임워크, OECD와 주요 20개국(G20) 등 기존 글로벌 금융 아키텍처를 구성하는 주요 제도들을 약화하며 달러 패권의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이어 김진일 고려대 교수는 물가와 환율이 요동칠 때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인 회복 탄력성을 갖추는 것이 핵심이며, 특히 금융시장의 위기가 실물경제 전체로 번지는 시스템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진 한경협 회장은 "지금까지 우리 경제는 자유무역의 혜택 속에서 성장해 왔지만 세계 경제질서의 구조적 변화는 우리에게 새로운 전략적 방향 설정을 요구하고 있어 과거 성공 방정식만으로는 미래의 성공을 기약할 수 없는 시점"이라며 "이번 콘퍼런스가 단순한 이론적 논의를 넘어 구체적이고 실천할 수 있는 전략 수립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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