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돌발 발언보다도 더 시장을 놀라게 하는 뉴스가 있다. 바로 중국의 빅테크 기업 바이두(Baidu)가 하루 만에 주가를 12% 끌어올린 사건이다. 3월 16일 바이두가 자사의 최신 AI 모델 ‘어니(Ernie) 4.5’와 ‘어니 X1’을 공개했다. 홍콩 증시는 즉각 반응했다. 주가는 하루 만에 12% 급등했고, 나스닥에서도 9% 상승했다. AI 전쟁에서 밀려난 듯했던 바이두가 다시 선두권으로 올라설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어니 4.5와 X1, 한시도 짓고 아재 개그도 해석한다
어니 4.5는 대규모언어모델(LLM)로 단순히 텍스트를 학습하는 기존 모델과 차원이 다르다. 이 모델은 시각, 청각, 언어를 동시에 입력 받아 정보를 처리하고 정교한 이미지, 사운드, 그래픽, 문서까지 생성해낸다. 예를 들어 당송 시대의 한시를 즉석에서 짓거나 복잡한 동음이의어 유머(이른바 ‘아재 개그’)도 해석한다. 심지어 이를 가사로 활용해 음악을 작곡할 수도 있다. 인공지능이 단순한 정보 처리 능력을 넘어 감성적 이해까지 구현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는 신호다.
반면 어니 X1은 논리적 사고와 추론에 특화한 모델이다. 요즘 AI 시장의 키워드로 떠오른 ‘딥시크(DeepSeek)’ R1과 경쟁 관계다. 강화 학습을 통해 수학적 정의 및 논리 증명을 12단계 이상 구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8000자 이상의 추리소설을 쓰면서도 인물 설정과 플롯을 일관되게 유지할 정도로 긴 사고 연쇄(long thinking chain)를 수행할 수 있다.
이 두 모델은 서로 보완적이다. 어니 4.5가 ‘지각 지능(perceptual intelligence)’을 담당한다면 X1은 ‘인지 지능(cognitive intelligence)’을 맡는다. 쉽게 말해 4.5는 인간이 외부 세계를 보고 듣고 느끼는 과정과 유사한 역할을 하고 X1은 이를 바탕으로 학습과 추론을 수행한다.
바이두, 본격적으로 AI시장 가격 파괴 나서
기술적 진보도 중요하지만 시장을 뒤흔든 진짜 요인은 따로 있다. 바로 가격이다. 바이두의 AI 모델은 OpenAI나 구글의 AI에 비해 성능이 월등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충분히 좋은 품질’을 훨씬 저렴한 가격에 제공한다.
현재 어니 4.5의 비용은 CHAT GPT 4.5 대비 1% 수준이다. X1 모델 역시 경쟁 모델인 딥시크 R1 대비 절반 수준의 가격이다. 바이두는 6월에 이 모델들을 오픈소스로 공개할 예정이다. AI 시장에서 ‘가격 파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이다.
바이두의 이번 전략은 단순한 기술 발표가 아니다. AI 플랫폼의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출사표’다. 지금까지 고사양 AI 모델은 대기업들이 독점적으로 사용해왔지만, 바이두는 이를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까지 확장하려 한다. AI의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AI 가격 전쟁의 서막, 산업 생태계가 바뀐다
바이두 AI가 활용될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CAD 소프트웨어와 연동해 3D 설계도를 생성하거나 데이터 분석을 통해 상장 기업의 재무 보고서를 자동 생성할 수도 있다. 심지어 휴머노이드 로봇과 결합하면 인간처럼 보고 듣고 말하는 로봇 개발도 가능해진다.
이런 흐름은 알리바바·바이트댄스·텐센트 같은 중국 내 AI 거물들과의 ‘가성비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 것이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바로 AI 기술이 물류·제조업·서비스업 등 전 산업군의 생산비용을 낮추고 효율을 극대화하는 인프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점이다.
바이두의 AI가 단순히 기업 간 경쟁을 넘어 산업의 운영 방식 자체를 바꾸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이는 단순한 기대감이 아니다. 실제로 시장은 이 변화에 응답하고 있다. 바이두 주가가 홍콩과 나스닥에서 동시에 급등한 것은 글로벌 투자자들도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방증이다. 과연 바이두가 AI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이제 경쟁사가 응답할 차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