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그 이후 경제가 살아날까

2024-11-06

얼마 전 치솟는 금값 취재차 찾은 서울 종로의 한 금은방 사장님에게서 호통을 들었다. “지금 금값이 문제가 아니에요. 민생이 문제예요. 정치인들은 경제가 어려운 거 안 보이나 봅니다.” ‘금값이 오르면 금은방 사장님들도 웃음이 가득하지 않을까’ 하는 지레짐작은 착각이었다. “김건희를 백날 외쳐본들 경제가 살아나냐고요.”

맞다. ‘김건희 여사’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건 분명하다. 문제는 그가 공식 라인에서 물러난다고 내수가 회복되지 않고, 고용의 질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초점은 윤석열 정부의 경제가 어디로 향하느냐다.

윤 대통령의 지난 4일 내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은 ‘말의 상찬’이었다. 국무총리 대독이라는 형식은 둘째치고 내용만 보면 한국 경제는 ‘살아나고’ 있다. 경제 분야에선 ‘규제 혁파’ ‘국가 성장동력 되살리기’ ‘징벌적 과세 완화’ ‘부동산 시장 정상화’ ‘반도체·자동차 수출 최고치 경신’ ‘고용률 역대 최고’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 ‘국민들 자산 형성’ 등을 말했다. 숫자상 틀린 말은 없다. ‘앞으로’가 안 보일 뿐이다.

지갑 열지 않아 내수경기 침체

수출도 ‘피크아웃’ 위기의 시대

증권가선 ‘국장 탈출은 지능순’

지금은 ‘경제 리더십’ 보여줄 때

수출은 이미 외국계 투자은행에서 ‘피크아웃’이란 말이 나왔다. 수출의 큰 축인 반도체 시장이 위기다. 미국은 내년 1월부터 중국의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에 미국인과 기업의 투자를 제한한다. 한국 기업도 간접 영향권에 든다.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도 사실상 확정됐다. 높은 관세가 예상된다. 대외경제연구원은 총수출액이 최대 448억달러 줄 것으로 봤다. 대비책은 안 보인다. 수출이 둔화되면 ‘전년도가 너무 높았던’ 탓을 할 것인가.

내수는 수치도 나쁘다. 상품 소비가 어떤지 보여주는 올해 3분기 소매판매액지수는 100.7이었다. 1년 전보다 1.9% 감소했고, 2022년 2분기 이후 2년 넘게 낮아지고 있다. 지갑을 열지 않는다는 뜻이다. 내수경기와 밀접한 도소매업 생산도 지난해 2분기 이후 연속 하락세다. 한국은행은 내수가 하반기에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하지만 속도는 느리고 체감경기는 차갑기만 하다.

일자리 질은 악화되고 있다. 정부 말대로 15~64세 평균 고용률이 69.2%로 역대 최고다. 일자리 핵심은 20대들이 어디로 취업하는지다. 청년들이 일할 만한 곳이 있어야 살 만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경제에 활력이 돋는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8월 기준 20대 임금노동자 10명 중 4명은 비정규직이었다. 이 또한 역대 최고치다. 20대 청년들이 갈 곳은 있어도 갈 만한 회사는 많지 않다. 무조건 고용률이 높다고 자화자찬할 때가 아니다.

자본시장도 ‘한겨울’이다. 윤 정부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가 증시를 살리는 길이라고 했지만 야당 대표까지 가세해 금투세 폐지가 기정사실화한 이튿날 코스피지수는 하락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한 2022년 5월10일 코스피 종가는 2596.56이었다. 이달 5일 코스피 종가는 2576.88이었다. 윤 대통령은 “1000만 개인투자자를 살리는 주식시장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요새 증권가에선 ‘국장(한국 증시)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인 지배구조 문제도 거꾸로 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밸류업’ 우수 기업에 회계감사인 지정제도 유예를 검토 중이다. 회계감사를 통해 투명성을 강화해도 외국인 투자자 눈에 부족할 상황에서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조치다. 일반주주 유상증자를 통해 공개매수에 쓴 차입금을 갚으려는 고려아연만 봐도 한국 증시가 ‘밸류업’(가치 상승)되는 길은 요원해 보인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에서 최현석 셰프는 리더십의 예를 보여준다. 그는 “주방에서 셰프보다 위에 있는 건 신선한 재료”라면서 팀원들에게 재료부터 ‘싹쓸이’해오라고 했다. 특이한 요리를 선보여야 할 경쟁 상황인데 미역국을 만들자고 한다. 흔한 메뉴지만 ‘방향’을 분명히 제시하고, 팀원마다 역할을 명확히 줬다. 위기가 닥치자 해결책도 빨리 내놨다. 관자가 부족하자 얇게 썰라고 했다. 얇게 구우면 질길 수 있다고 하자 한쪽 면만 구우라고 했다. 그렇게 흔한 ‘미역국’이 아닌 특별한 ‘미역수프’가 탄생했고, 팀은 이겼다. 지금 우리 경제에는 ‘길을 제시하는 셰프’와 ‘분명한 메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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