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대회에서 지역글로벌화를 생각한다

2024-10-22

한상대회라고도 불리는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가 전북대학교 전주캠퍼스에서 개최되고 있다. 중국인들의 화상대회처럼 여러나라에 있는 한국혈통 기업인들이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서로 교류하는 장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여러나라 대도시에서 번갈아 열리고 있다.글로벌화가 과제인 전북지역에 이 대회가 좋은 자극이 되었으면 한다.

한국이 여기까지 온 것은 글로벌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제성장은 절대적으로 수출주도 전략에 힘입은 바 크다. 이씨조선 말기 중차대한 기로에서 쇄국정책으로 제국주의 세력을 막을 수는 없었다. 열강에 의한 한반도 분할과 국제전쟁을 치르고 잿더미 위에서 일어나 세계 10대 선진국 반열에 오르게 된 것은 폐쇄 아닌 개방을 택했기 대문이다. 닫힌 정치와 닫힌 경제 아닌 열린 정치와 열린 경제를 택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제발전에는 선진국에서 배워온과학기술과 경제운용이 밑받침이 되었다.재외 한인 기업인들은 그 영향력이 아직 유대인이나 중국인 기업인들에 미치지 못하지만 한국의 발전과 함께 그 역할을 키워가고 있다.

지역이 한상대회와 같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지역사람들에게 글로벌화에 대한 의지가 있고 이를 실행할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전북지역의 현재 상황을 보면 글로벌화의 필요성에 비해 실행 시스템이 약하다.

최근의 예를 들어보자. 전북지역은 바이오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바이오클러스터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바이오클러스터는 세계시장을 지향해야 의미가 있고, 바이오산업의 특성상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는 기업들을 지원하고 유치해야 한다. 전북은 올해 국가첨단전략산업 바이오특화단지 사업을 신청했으나 선정되지 못하였는데, 이는 결코 실패가 아니고 지역에서 바이오산업에 시동을 걸었다는 큰 의미가 있다. 다행히 도지사를 비롯 정책 담당자들도 이를 잘 알고 있다.전북지역에 본사나 공장이 없더라도 유망한 바이오기업에 연구개발자금을 지원하는 등 장기적 안목과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그런데,지사의 총론은 전향적이지만 실무진의 각론은 이에 따르지 못하고 있다. 예를들어 지역에서 제공하는 연구개발지원프로그램에 첨단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글로벌 스타트업이 참여하려고 해도 방법이 없다. 이를 해결하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닌데 실무진들이 천하태평이다.쉽게 비유하자면 외국인들에게 주민등록증을 요구하는 식이다. 외국운전면허증으로 대체하면 되는 간단한 일인데도 그동안 해오던 일이 아니면 손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언론보도에 나오는 걸 보면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에 대한 지역관계자들의 기대가 너무 좁고 단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대회에 ‘진성’ 바이어들을 모셔왔고, 대회현장에서 몇개 해외기업이 지역기업 제품을 몇십억원어치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자랑하는 식이다.그리고보니, 몇년전 지역기업들의 글로벌진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도와주던 때 봤던 일을 다시 보는 느낌이 든다. 제품을 제대로 수출하려면 해외인증을 받고, 구매회사의 테스트를 거치고, 구매자가 요구하는 규격을 맞추고 해서 거래가 성사되기까지 보통 몇 년이 걸린다. 그런데 지역의 프로그램 실무자들은 몇 개월 안에 성과를 내는 데만 집착하고, 지역관계자들이 수출활성화 이벤트로 어느 나라에 가서 이삼일 동안 몇십억원어치 계약하고 온 일을 모범사례로 들었다.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가 단기적인 수출활성화 이벤트가 아니고 장기적인 네트워크 구축의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관계를 잘 만들어 놓으면 거래는 조만간 일어나기 마련이다. 나무를 심어 열매를 따려면 몇 년이 걸린다. 묘목을 키우는 자세가 필요하다.

채수찬<경제학자/카이스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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