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량한 사막 위에 푸른색 태양광 패널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중국 쿠부치 사막에 구축된 준마(駿馬) 태양광 발전소다. 19만 6320개의 태양광 패널이 만들어 낸 말 형상은 청정에너지 대국을 향해 질주하는 중국의 ‘태양광 굴기’(崛起·우뚝 일어섬)를 상징하는 듯하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 30일(현지시각) 중국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쿠부치 사막에 건설 중인 중국의 태양광 발전소를 위성으로 촬영한 이미지를 공개했다.
NASA의 위성 이미지를 보면 2017년에 황량한 모래벌판이었던 곳이 불과 몇 년 사이에 대규모 에너지를 공급하는 발전 단지로 탈바꿈했다. 위성 이미지를 분석한 결과, 쿠부치 사막의 태양광 발전 면적은 2017년 11.14㎢에서 지난해 137.21㎢로 12배 이상 증가했다. 사막 위에 서울 4분의 1 면적의 태양광 패널이 깔린 셈이다.
NASA는 “쿠부치 사막은 모래뿐이고 생명체가 거의 없는 곳으로 한때 ‘죽음의 바다’로 명성이 높았지만, 최근에는 새로 설치된 태양광 패널이 급증하면서 태양광 발전 가능성의 바다로 변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쿠부치 사막에 건설 중인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는 베이징에 전력을 공급하기에 충분한 양의 전기를 생산하는 게 목표다. 쿠부치 사막은 날씨가 화창하고 전기 수요가 많은 산업 시설과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있어 태양광 발전을 위한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30년에 이 프로젝트가 완공되면 400㎞ 길이에 폭은 5㎞, 최대 발전 용량은 100GW(기가와트)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는 5.4GW(기가와트) 용량의 태양광 발전소가 설치된 상태다.
전 세계 태양광 절반 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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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위 미국과 큰 격차
사막에 대규모 태양광 발전 기지를 건설하는 건 중국 정부의 야심 찬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의 핵심 중 하나다. 최근 10년 동안 중국의 태양광 발전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다. 전 세계 태양광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할 정도다.
글로벌 에너지 모니터(Global Energy Monitor)에 따르면, 중국의 태양광 발전 용량은 지난해 6월 기준 38만 6875MW(메가와트)로 전체의 51%를 차지했다. 2위와 3위인 미국(7만 9364MW·11%), 인도(5만 3114MW·7%)와 큰 격차를 보였다.
“식물 성장 돕고, 먼지 폭풍 확산 방지”
중국 정부가 모래사막에 ‘태양광 장성(The Photovoltaic Great Wall)’을 세우는 또 다른 이유는 사막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중국은 기후변화로 인해 최악의 사막화 피해를 겪는 국가 중 하나다. 건조해지는 기후 탓에 토지가 황폐화되고 먼지 폭풍(황사) 빈도도 늘었다.
이에 수십 년에 걸쳐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녹화 사업을 벌이면서 ‘모래와 전쟁’을 벌여왔다. 서울 등 한국의 지자체들도 황사 발원지인 쿠부치 사막의 나무 심기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최근에는 대규모 태양광 기지를 개발하는 게 토지 황폐화를 막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면 전력을 생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모래언덕의 이동을 방지하고 바람의 속도를 늦춰 사막화를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태양광 패널이 직사광선을 차단해 수분의 증발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2022년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태양광 패널이 토양 수분 함량을 59.8%에서 113.6%까지 증가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첸시유 란저우대 대기과학과 교수는 기후연구단체인 ‘카본브리프’(Carbon Brief)에 “태양광 패널은 건조한 지역의 토양 수분을 크게 증가시켜 식물의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자연 장벽을 형성해 먼지 폭풍의 발생과 확산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