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피 살리바 ‘하이퍼사이클’ CEO
국회 AI 정책 서밋 참석차 방한
“독점 국가·기업, 다수 통제 우려
승패보다 힘 모아야 인류에 이익”
亞·유럽 등 8國 협력 모델 추진
“인공지능(AI) 기술을 두고 국가 간 경쟁이 과열된다면 필연적으로 전쟁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협력해야만 인류 전체의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죠.”
글로벌 AI기업 ‘하이퍼사이클’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전기전자공학자협회(IEEE) 전 글로벌AI표준위원장인 투피 살리바의 말이다. 하이퍼사이클은 2022년 미국에 설립된 AI 기업으로 자체적인 분산형 AI 네트워크 솔루션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AI 인프라 플랫폼을 개발했다. IEEE는 160여개국 40만명의 회원을 두고 있는 세계 최대의 전기·전자·컴퓨터 공학 전문 국제 표준화 기구다.

국회에서 열린 AI 정책 서밋을 위해 한국을 방문 중인 살리바 CEO는 지난 14일 세계일보 취재진을 만나 AI 기술의 전망과 한국의 AI 산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살리바 CEO는 12년 전부터 AI 기술이 잘못 활용될 경우 핵무기보다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특히 AI는 인간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알고리즘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조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통제 없는 AI는 인류에 치명적인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살리바 CEO는 “AI가 자체적으로 인간을 공격하는 게 아닌, AI 기술을 독점한 국가나 기업이 다수를 통제하는 상황이 우려되는 점”이라고 말했다.
살리바 CEO는 AI 기업이 특정 기술을 지나치게 부각하며 과도한 경쟁을 일으키는 것 보다, AI 생태계가 전반적으로 조화롭게 발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시각을 제시했다. 그는 “AI 기술에서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AI 경쟁에 집착하는 태도는 결국 파국적인 결과를 부를 것”이라며 “국가와 기업이 승패의 낡은 사고방식을 버리고 ‘윈-윈’ 정신으로 힘을 모을 때 AI는 인류의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살리바 CEO는 ‘탈중앙화 AI 네트워크’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AI 시스템을 오늘날 인터넷처럼 누구나 쓸 수 있도록 공개해 하나의 ‘거대 분산형 지능망’으로 연결하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AI를 독점적으로 통제하지 못하게 하고, AI 기술을 공익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쉽게 말하면 ‘AI 인터넷’이라고 볼 수 있다. 아직 완벽한 해법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미래를 위해 우리 모두가 협력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I 기술은 특정 강대국 주도의 일방향 발전이 아닌 다자간 협력 프레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는 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유럽 8개 국가와 AI 협력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이 협력 모델에서 한국이 주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살리바 CEO는 글로벌 AI 산업에서 한국의 장점과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며 “한국은 미국이나 중국 등 양극에 있는 국가들과 협력할 수 있는 중립적이라는 측면에서 다른 나라를 선도할 수 있을 거라 본다”고 말했다. 한국의 강점에 대해서는 “한국은 반도체를 포함한 훌륭한 정보기술(IT) 인프라를 갖추고 있고 새로운 시스템을 빠르게 구축할 역량이 있다. 또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훌륭하다”며 “이는 한국이 다른 어떠한 나라들보다 우위에 있다”고 밝혔다.
살리바 CEO는 한국의 약점으로 불필요한 진영논리와 좌우 갈등을 조심스럽게 꼽았다. 그는 “AI 정책은 소통을 통한 의견 합치가 중요한데, 이 같은 약점은 한국의 AI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며 “AI 인프라에 필수인 전력 생산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점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이 국제적인 협력을 통해 AI 역량을 키워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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