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성장에도 주가 정체…제약·바이오 주주가치 회복 '총력'

2025-05-20

셀트리온 올해 5500억원 자사주 소각

유한양행·휴젤·보령 등도 소각 행렬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실적 성장에도 주가가 좀처럼 반등하지 않자 자사주 소각과 주주친화 정책을 내세우며 주주가치와 몸값 회복에 나서고 있다. 미국발 관세 및 약가 인하 정책 등의 영향으로 투자자들의 기대와 달리 기업가치가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20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이날 이사회를 통해 약 1000억원 규모의 추가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은 올해 벌써 여섯 차례에 걸쳐 자사주 매입을 단행했다. 누적 매입 규모는 5500억원에 달한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목표치로 제시했던 매출 3.5조를 달성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주력 제품인 '램시마'는 매출 1조를 돌파했고, 블록버스터 의약품 타이틀을 얻었다. 하지만 미국 시장에 진출한 '짐펜트라'의 기대 이하 성적 등으로 주가가 힘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올해 주가 하락률은 전날 종가(15만4000원) 대비 약 16.85%다.

이에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지주사인 셀트리온홀딩스와 계열사 셀트리온스킨큐어의 주식을 잇따라 취득하며 책임경영에 앞장서고 있다. 임직원들 또한 우리사주 매입에 나서며 저평가된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동참하고 있다.

자사주 소각에도 적극적인 모습이다. 셀트리온이 올 1월 이후 소각을 완료했거나 소각 결정한 자사주 규모는 총 9000억원이다.

서 회장은 "주주들과 에비따(EBITDA·상각 전 영업이익)의 3분의 1까지 환원하겠다는 약속을 한 만큼 필요하면 7000억원까지 자사주 취득을 이어갈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회사를 신장시키겠다"고 다짐했다.

폐암 신약 '렉라자'로 글로벌 시장 진출에 성공한 유한양행도 최근 창립 이후 최초로 253억원 규모의 기취득 자사주를 소각하며 주주가치 제고에 나섰다. 지난해 10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이를 시행하기 위한 조치다. 오는 2027년까지 12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자사주 1%(80만2090주)를 소각하겠다는 계획이다.

유한양행 또한 렉라자가 존슨앤드존슨(J&J)의 리브리반트와 병용요법으로 미국에 이어 유럽, 일본 허가를 받으며 마일스톤 및 로열티 수익 기반을 확보했으나, 주가는 10만원대까지 하락했다. 증권가는 지난 3월 유한양행의 목표주가를 20만원대까지 제시했지만 최근 14만원대로 하향조정됐다.

휴젤도 주식 가치 제고와 주주환원 강화를 위해 지난 15일 자사주 537억원 규모(30만주)를 소각했다. 지난해 말에도 휴젤은 약 3000억원대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일부 소각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국내 보툴리눔 톡신 업계 중 유일하게 미국과 중국, 유럽에 모두 진출하며 글로벌 시장 입지를 다진 휴젤은 지난해 톡신 업계 중 가장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올 1분기에도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주기적으로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통해 기업가치를 회복해 온 만큼, 올해 추가로 자사주 소각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외에 보령도 올 2월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102억원 규모(100주)의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다. JW중외제약과 유유제약 등은 자사주 취득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에 힘을 보탰다. 진양곤 HLB그룹 회장도 올해 들어 잇따라 계열사들의 주식을 사들이며 주주들과의 신뢰를 강화하고 회사의 미래 가치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행보를 보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과 소각은 유통 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치를 높이는 가장 직접적인 기업가치 제고 수단"이라며 "투자자 신뢰 회복의 기반이 되고, 실적에 비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제약·바이오 업계 기업 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yk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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