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기밀자료 내라" 용인산단 '환경 소송' 뜻밖의 불똥

2025-09-16

국가산단 ‘환경소송 변수’

“재판부가 제출 명령을 내릴까요?”

지난 11일 서울행정법원 14부(재판장 이상덕) 법정에선 삼성전자의 영업비밀 자료를 두고 재판부와 피고 측이 설전을 벌이는 장면이 펼쳐졌다. 환경단체 기후솔루션과 경기환경연합이 국토교통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무효·취소 소송의 첫 재판에서다.

당초 재판부는 원고 측에 변론 1회로 종결할 수 있다고 했으나, 쟁점 사항들이 튀어나오자 연이어 후속 기일을 잡았다. 때마침 같은 날 서울행정법원은 새만금국제공항 기본계획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소송의 향방에 따라 국가전략산업인 반도체 산업이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평가다.

앞서 지난 3월 기후솔루션 등은 국토부의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사업 승인이 위법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탄소중립기본법 등이 규정한 온실가스 배출량 계산 및 감축 계획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였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은 삼성전자가 360조원을 투자해 총 6개의 반도체 생산 공장(팹)을 짓는 사업으로, 내년 착공을 앞두고 있다.

이날 재판에선 온실가스 배출량 공방의 불똥이 삼성전자 전력사용량 자료 공개 문제로 튀었다. 정부는 이 산단에 필요한 전력량을 10기가와트(GW)로 산정해, 3GW는 산단 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세워 충당하고 나머지 7GW는 외부에서 공급받는 계획을 세웠다. 환경단체는 이 중 7GW의 온실가스 간접배출량 자료가 공개되지 않아 정부가 관련 절차를 생략한 채 사업을 진행했다고 의심한다. 반면 국토교통부 측은 “간접배출량을 계산하는 전력사용량이 대외적으로 공개되면 삼성전자의 용인 산단 생산 규모가 추정될 우려가 있다”며 “(삼성전자의) 요청에 따라 자료를 비공개했을 뿐 환경부와 절차대로 협의를 다 끝낸 사안”이라고 맞섰다.

하지만 재판부는 원고 주장대로 검증이 필요하다며, 개별 기업의 영업 비밀을 가리고서라도 온실가스 배출량 계산 과정을 알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국토부 측은 “용인 산단의 전력사용량이 곧 삼성전자의 사용량”이라며 “(이 자료가) 공개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난색을 보였지만, 재판부는 거듭 ‘제출 명령’을 언급하며 “삼성전자 부분만 가리고 제출하라”고 했다.

결국 피고는 재판부 요청에 따라 ‘삼성전자’ 표기를 가린 관련 자료들을 제출할 계획이지만, 용인 국가산단에 지을 팹의 전력사용량 일부가 공개되는 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사업단지별 전력사용량이 공개되면 특정 공정의 생산 규모나 향후 라인 확장 여부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에 영업 비밀에 속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로선 용인 산단의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커진 점도 부담이다. 이날 재판부는 산단에 대한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하면서 국토부 측에 “감축 계획이 지켜지지 않으면 정부나 기업은 어떤 책임을 지게 되는지 검토해서 설명해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정부와 용인시는 통상 4년 반이 걸리는 행정 절차를 1년 9개월 만에 끝내며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조성에 속도를 냈다. 법원이 무효나 취소 판결을 내리더라도 절차를 다시 밟아 사업을 재추진할 수 있지만 지연은 불가피하다. 현재 계획대로라도 준공 시점은 2031년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반도체 국가산단은 안보와 밀접한 최첨단 반도체 공정의 국내 생산 역량 확보와 고용 창출과도 직결되는 사안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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