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먼법 위반 인정' 구글 판결, '일률적 경업금지' 제동
경쟁법 또는 독점규제법(Antitrust law)은 현재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를 제정, 시행하고 있다. 경쟁법 규제를 일찍이 도입한 서구 여러 국가의 규제체계는 다른 국가에 전범(典範)으로서 영향을 미쳐, 오늘날 서로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근본에서는 유사한 규제를 다수의 국가들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어떤 국가의 적극적인 법집행 사례는 다른 국가의 경쟁당국에도 영감을 주어 종종 유사한 법집행이 시도되는 경우를 보게 된다. 각국의 동향은 팬데믹 이후 더욱 긴밀히 공유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유럽연합 경쟁총국(DG Comp)과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및 법무부(DOJ) 독점금지국(Antitrust Division)은 종종 좀 더 주요한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올해 미국에서는 경쟁법 분야에서 향후에도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새롭고 유의미한 사건과 변화들이 있었고, 개중에는 새로운 Hart-Scott-Rodino(HSR) 규칙과 같이, 전 세계의 인수합병 거래에 대한 기업들의 의사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들도 포함되어 있다.
본고에서는 2024년 미국 반독점법(Sherman Act)의 집행 방향에 새로운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되는 주요 절차적 개정, 판례와 결정 중에서 특히 우리나라 기업과 경쟁법 변호사들에게 유의하다고 보여지는 몇 가지를 골라 간략한 시사점과 함께 정리해 보았다.
1. 기업결합: 새로운 HSR 신고 절차의 도입 예고
FTC는 2024년 10월 10일, HSR법에 따른 기업결합 신고절차 규칙에 대해 제정 후 45년의 역사상 가장 광범위하고도 주목할만한 내용의 개정을 발표하였다(2025년 1월 중 시행 예정). 그 중 몇 가지 관심을 둘 만한 내용만 간략히 소개한다면 다음과 같다.
*서류 제출 요구 범위의 확대: HSR 신고시 제출되어야 하는 문건 관련, 회사의 집행임원 및 이사뿐만 아니라 전략평가담당자(supervisory deal team lead)가 작성하거나 이들을 위하여 작성된, 거래 관련 서류를 비롯한 4(c) 및 4(d) 대상 서류의 범위를 확대하였다.
*새로운 사항에 대한 설명 요구 추가: HSR 신고서에 신고회사의 (i)사업 현황, (ii)거래 추진의 전략적 사유, (iii)현재 및 계획된 제품 및 서비스의 주요한 카테고리, (iv)당사회사들 간의 공급 관계 및 (v)이와 관련된 도식화를 통한 설명이 추가로 요구될 예정이다.
*소유 구조: 매수인은 자신의 소유 구조 및 계열사 및 관계사와의 관계를 설명하고, 임원 및 이사와 5% 이상의 소수 지분을 보유한 법인 또는 개인(합병 후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특정 경영권을 보유한 경우라면, 유한책임조합(limited partnership)도 이에 포함된다)과의 관계도 밝혀야 한다.
*시사점: 개정 HSR 절차 규칙의 시행으로 인해 향후 미국에서 기업결합 신고를 해야 하는 회사들은 이전에 비하여 HSR 신고서 작성에 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게 될 것이다. 문제는, 단지 신고서 작성에만 추가의 시간과 노력이 드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출된 정보를 바탕으로 FTC 또는 DOJ가 대상거래를 좀더 심도 있게 검토할 기회가 생기면서 이 과정에서 소위 'Second Request' 즉, 심층 심사에 나아가게 될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가령 '거래 추진의 전략적 사유(기업결합 사유)'의 경우에는 이미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에 따른 기업결합 신고서 작성시에도 요구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특히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낯설고 새로운 부담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와 관련된 또는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내부 문건을 제출해야 한다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로, 이러한 내부 문건의 문구나 표현 등이 문제가 되어서 기업결합의 반경쟁적 의도와 우려 등이 의심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인수합병 계약을 체결하여 기업결합 신고서를 준비하는 단계보다 훨씬 이전부터 향후 기업결합 신고시에 제출하여야 할 문건이 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경쟁당국의 시각에서 오해가 없도록 보고서 등을 검토하고 작성하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우리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사건에 따라서는 이러한 내부 문건들의 제출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이와 같은 동향을 보면서 마찬가지의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2. 독점행위: DOJ v. Google(온라인 검색 사건)
2024년 8월 8일, 미국 연방 컬럼비아 지방법원(United States District Court for Columbia)의 Amit P. Mehta 판사는 온라인 검색 시장에서 Google의 독점적 지위와 관련한 미 법무부(DOJ)의 주장에 대해, 근 300페이지에 달하는 장문의 판결을 통해 '일반 검색(general search)'과 '일반 검색 문구 광고(general search text advertising)'의 두 가지 온라인 검색 시장에서 Google이 독점적 지위에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Mehta 판사는, 무엇보다도 Google이 주요한 단말기 제조업체(애플, 삼성 등)들과 Google을 단말기의 기본검색 엔진(default search engine)으로 설치할 것을 요구하는 배타적 거래 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행위가 셔먼법 제2조의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결하였다.
기본검색 엔진으로 구글 설치 요구…셔먼법 위반
혹자는 이 사건에 대해 1990년대 후반에 있었던 DOJ의 Microsoft를 상대로 한 반독점 사건에 비견할 만한 '세기의 판결(antitrust trial of the century)'이라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하였는데, 실제로 이 판결이 어떠한 파급효과를 가져올지에 대해서는 Google의 항소 이후 최종 판결이 나와봐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Google의 위반행위에 대한 시정조치를 결정하기 위한 별도의 심리가 예정되어 있고, DOJ는 Google의 해체를 포함한 다양한 범주의 선택가능한 조치들을 담은 서면을 제출한 상태이다.
*시사점: 적어도 1960년도 지난 수십년간 미국에서는 소위 '독점행위' 내지는 '시장지배적지위남용행위'와 관련하여 셔먼법 제2조를 동원하여 규제한 사례가 매우 드문 편이었으나, 최근 들어 이 부분에 대한 법집행 관심도가 높아진 상태이다. 더군다나 전통적 굴뚝 산업이 아닌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여러 다양하고 복잡한 쟁점에 대한 판단을 거쳐 내려진 이번 판결은, 앞으로 뒤따를 유사한 사건들에 대해 향후 법리적 해석뿐만 아니라 시정조치에 있어서도, 과거 Microsoft 판결이 그 후 컴퓨터와 온라인 서비스 경쟁에 영향을 미쳤던 것처럼 중요한 참고 내지는 이정표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3. 부당공동행위: DOJ의 Real Page 사건
DOJ는 2024년 8월 23일 부동산 관리 소프트웨어 회사인 RealPage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요지는 RealPage가 임대인들로부터 경쟁적으로 민감한 비공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이용하여 임대인들이 가격 담합을 할 수 있도록 알고리즘을 만들었고, 이로 인해 전국적인 임대료의 인상이 초래되었다는 것이다. 소장에 따르면, RealPage는 경쟁적으로 민감한 데이터를 공유하는 것을 명시적인 목적으로 하여 임대인들과 계약을 체결하였고, 이러한 정보 공유가 아파트의 임대료 책정을 위한 경쟁을 왜곡시켰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나아가 RealPage가 상호 경쟁관계에 있는 임대인들 사이에 경쟁적으로 민감한 정보의 공유를 장려하고 용이하게 만듦으로써 가격 담합에 이르게 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시사점: 종래에도 DOJ는 가격 알고리즘을 통한 담합에 대해 형사적 반독점 사건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왔고, 실제 DOJ가 특정 임대인 또는 부동산회사를 상대로 수사를 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DOJ가 올해 초 대배심원 소환장을 발부하고(각주 1) 애틀랜타 소재 임대업체를 기습 압수수색한 바(각주 2) 있는 점도 고려하면, RealPage 사건과 유사한 소위 '알고리즘 담합'의 양상을 보이는 다른 사건에서는 조만간 유사한 논리로 형사사건화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가격 추천이나 벤치마킹 서비스(예: 호텔 예약, 소매유통 등)를 통상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산업에 종사하는 국내 기업들은 이러한 서비스 이용이 자칫하면 '공통의 알고리즘을 통한 담합'이라는 의심을 받지 않도록 예방조치를 취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할 것이다. 가령 경쟁적으로 민감한 정보를 좀 더 주의깊게 관리하고, 가격추천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으로는 온전히 독립적인 가격결정을 하였음을 보여주는 증빙을 보관하는 등이 그러한 조치 중의 하나이다.
4. 불공정거래행위: FTC의 일률적 경업금지 규칙에 대한 제동
FTC는 2024년 4월 23일, 일부 예외를 전제로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경업금지(non-compete) 조항을 연방공정거래위원회법(FTC Act) 제5조에 따른 '부당한 경쟁수단'으로 보아 금지하는 규칙을 제정하였다. 경업금지약정에 대한 이와 같은 FTC의 일률적인 금지 조치는 본래 2024년 9월 4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다수의 주 현행법을 위반하게 됨에 따라 즉각적인 법적 쟁송을 일으키게 되었다.
2024년 8월 20일, 미국 텍사스 북부지방법원의 Ada Brown 판사는, FTC의 경업금지규칙을 취소하는 명령과 함께, FTC 규칙의 시행을 막기 위해 전국적인 중지명령을 발령하였다(Ryan LLC v. FTC). 법원은 해당 명령을 발령하면서, FTC는 해당 규칙을 공표할 법적 권한이 없고, 해당 규칙이 행정절차법상 "자의적이고 예측가능성이 떨어지는" 것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으며, FTC는 해당 판결에 불복하여 현재 이를 미국 연방 제5 항소법원에서 다투고 있는 중이다.
*시사점: 위와 같은 법원의 금지명령이 없었더라면 미국에 소재한 우리나라 기업들의 자회사 또는 계열회사는 향후 근로자들과의 고용계약이나 취업규칙상 경업금지 조항을 유지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다만 주의할 점은, 비록 FTC의 일률적 금지규칙의 시행은 중지된 상태이지만, FTC가 개별 사건의 차원에서는 경업금지 조항을 연방공정거래위원회법 위반으로 보아 집행할 것임을 밝힌 것이다. 또한 FTC가 연방법 집행에 나서지 않더라도, 경업금지 약정은 여전히 개별 주법의 위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올해 6월에 있었던 Loper Bright Enterprises v. Raimondo 사건에서 미국 연방대법원이 40년간 유지되어 온 Chevron 원칙(의회가 제정한 법률이 그 구체적 해석에 관한 의도를 직접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경우, 이를 집행하는 정부기관이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해당 법률을 해석 · 적용했다면, 법원은 그 해석을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를 번복함으로써, 향후 미국에서는 사법부(법원)를 통한 행정기관의 법령 해석 의견에 대한 도전이 보다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처럼 FTC의 행정조치 관련 권한 여하에 대한 해석도 마찬가지의 상황에 놓일 수 있다. 향후 경쟁법 집행기관의 규제행위와 그 근거에 대한 문제제기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귀추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1. https://www.politico.com/news/2024/03/20/rental-housing-market-doj-investigation-00147333 ("The department’s antitrust division is conducting the probes and issued subpoenas earlier this year on behalf of a federal grand jury in Washington")
2. https://mlexmarketinsight.com/news/insight/fbi-raids-cortland-management-in-atlanta-as-part-of-us-doj-antitrust-probe-of-rental-housing-market ("The Federal Bureau of Investigation conducted an unannounced inspection at Cortland Management in Atlanta as part of a criminal antitrust investigation by the US Department of Justice into a conspiracy to artificially inflate rents for apartment units")
김경연 변호사, 류경선 외국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kyoungyeon.kim@kimch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