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방 유출은 시작일 뿐? 군사회담에도 ‘민간인’ 아내 데려간 미 국방장관

2025-03-29

나토·영국과의 회담 연달아 동석

남동생도 여러 출장·행사 동행

미 국방부 “부정확한 내용” 주장

민간 메신저 ‘시그널’ 채팅방에서 군사작전 계획을 노출시켜 자질 논란에 직면한 킨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민감한 군사기밀을 논의하는 고위 군사회담에 민간인인 아내를 최소 2차례 동석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단독기사에서 헤그세스 장관이 지난달 브뤼셀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본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방위연락그룹’(UDCG) 회의와 이달 6일 미국 국방부 청사에서 존 힐리 영국 국방부 장관과 한 양자회담에 각각 아내 제니퍼를 동석시켰다고 보도했다.

힐리 장관과의 미-영 국방장관 회담에는 영국군 최선임자인 토니 래더킨 국방참모총장 등이 동석했으며, 양국 간 군사협력 방안과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정보공유를 중단한 배경 등이 비공개로 논의됐다.

회담에 앞선 모두발언 때 있던 기자들이 퇴장한 이후에도 제니퍼는 회담장에 남았다.

당시 회담 날짜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보공유 중단 조처를 한 지 바로 다음 날이어서 미-영 동맹관계에 상당히 민감한 시점이었다고 WSJ는 지적했다.

역시 비공개로 진행된 UDCG 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등 지원과 무기 생산 상황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감한 사안을 비공개로 논의하는 고위급 회의에는 기밀 취급 자격이 있는 높은 수준의 보안 허가를 받았거나, 업무상 참석이 긴요한 인물이 아니면 원칙적으로 동석이 허용되지 않는다.

정부 고위 인사의 배우자가 낮은 등급의 보안 허가를 받고 의례적 행사나 공개 행사에 동석하는 사례가 없지는 않지만, 제니퍼 헤그세스가 어떤 등급이든 보안 허가를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 질문에 국방부 공보담당자는 답변을 거부했고 본인도 답하지 않았다고 WSJ가 전했다.

헤그세스 장관이 부인인 제니퍼뿐만 아니라 우파 팟캐스트 프로듀서인 남동생 필립과 여러 출장 및 행사에 동행하는 점 또한 논란거리다.

필립은 최근 국토안보부(DHS) 장관의 선임 보좌관이라는 직함을 받아 국방부와 연락을 담당한다는 명목으로 형이 근무하는 국방부를 드나들고 있다.

필립 헤그세스가 이런 직함을 받아 국방부와 연락 업무를 맡고 있다는 사실은 27일 국방부가 AP통신에 보낸 해명자료에서 공개됐다.

민주당 소속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대통령 정보자문위원장과 국방장관을 지낸 공화당 소속 척 헤이글 전 연방상원의원은 “장관들이나 나토 고위인사들과 회담을 하면 거의 항상 민감한 안보 관련 대화가 포함되기 마련”이라며 “만약 1급 기밀인 국가안보 사안을 논의하려고 한다면 (동석자를 참여시킬 때) 매우 선별적이어야 한다”고 짚었다.

폭스뉴스 프로듀서 출신인 제니퍼 헤그세스는 두 번 이혼한 헤그세스 장관의 세 번째 아내다.

그는 폭스뉴스의 ‘폭스 앤드 프렌즈’ 제작팀에 근무하던 2017년 이 프로그램의 주말 진행자이던 헤그세스 장관과의 혼외관계로 임신해 직장 내 불륜 논란에 휩싸였으며, 딸을 낳았다.

기혼자였던 두 사람은 각자 배우자와 이혼한 후 2019년에 결혼했다.

이번 단독보도를 한 WSJ의 모회사인 뉴스코프와 폭스뉴스의 모회사인 폭스코프는 소유주가 머독 일가로 동일인인 계열사다.

숀 파넬 국방부 수석대변인은 상세한 논평을 요청하는 WSJ의 이메일에 “당신 기사는 부정확한 내용이 가득할 것이고 선의로 작성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명백하다”고 답했으나, ‘부정확한 내용’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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