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비아대 반전시위 주도한 마흐무드 칼릴
“정치적 구금·직권남용 책임 물을 것”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를 주도했다가 미국 이민당국에 구금돼 추방 위기에 몰렸던 미국 컬럼비아대 졸업생 마흐무드 칼릴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2000만달러(약 275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칼릴은 10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트럼프 행정부는) 정치적 보복과 권력 남용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제게서 빼앗긴 104일은 어떤 것으로도 되돌릴 수 없다. 그 시간 동안의 트라우마, 아내와의 생이별, 첫 아이의 탄생 순간에 함께하지 못한 아픔은 결코 회복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칼릴 측 변호인들은 미국 영주권자인 칼릴이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불법적으로 투옥되고, 악의적으로 기소됐다고 주장하며 미 국토안보부, 이민세관단속국(ICE), 국무부를 상대로 연방배상법(FTCA)에 근거해 소송을 제기했다. FTCA는 연방 정부의 불법 행위로 인해 피해를 받은 시민들이 소송을 통해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변호인들은 칼릴이 “테러리스트로 낙인찍혀 그와 그의 가족이 괴롭힘, 안전 위협, 경제적 불안에 시달리는 등 지속적 피해를 당했다”며 구금 기간 부족한 영양과 수면 부족 탓에 체중이 15파운드(7㎏) 감소하는 등 피해를 입었다고 덧붙였다.
칼릴은 지난해 컬럼비아대에 확산됐던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 반대 시위에서 대학 당국과 협상을 맡으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이유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후 이민당국의 표적이 됐다. 지난 3월 아내와 저녁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던 길에 ICE 요원들에 의해 체포된 칼릴은 이후 루이지애나 구금시설로 이동, 104일간 구금됐다 지난달 20일 석방됐다.
당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칼릴이 테러 단체를 지원함으로써 국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며 그의 영주권을 취소해야 한다고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칼릴의 체포가 “친테러, 반유대주의, 반미 활동에 가담한 사람들에 대한 첫 번째 체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칼릴에 대한 영주권 취소와 추방 소송은 현재 진행 중이다.

시리아 난민 캠프에서 나고 자란 팔레스타인인 칼릴은 레바논에서 봉사활동 중 미국 시민권자인 아내 누르 압달라를 만나 미국으로 건너와 결혼한 후 컬럼비아대에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칼릴이 구금된 지난 3월, 아내는 임신 중이었다. 칼릴은 아내가 출산해 첫 아들이 태어난 순간에도, 대학 졸업식이 열릴 때도 구금 상태였다.
칼릴은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목표는 침묵 속에서 겁먹고 있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들은 자신이 건드릴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권력을 남용하고 있다”며 “그들이 어떤 종류의 책임이라도 져야 한다고 느끼지 않는 한, 이 문제는 통제되지 않고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칼릴은 소송을 통해 받은 배상금은 미국 정부와 컬럼비아대의 표적이 된 다른 학생들을 돕는 데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칼릴의 변호사이자 헌법권리센터의 법률 책임자인 바헤르 아즈미는 “칼릴의 목표는 연방법원을 통해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처음부터 끝까지 어떻게 불법적이었는지, 어떻게 해를 끼쳤는지 보여줌으로써 ICE의 광범위한 관행을 조명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트리시아 매크로플린 미 국토안보부 차관보는 칼릴의 주장이 “터무니없다”며 “칼릴을 구금한 것은 법적·헌법적 권한에 따라 적절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칼릴 측은 정부가 공식적인 사과를 하고 팔레스타인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체포·구금·송환하려는 정책을 폐기한다면 보상금 대신에 이를 받아들일 의향도 있다고 밝혔다. 칼릴은 로이터에 “이번 소송이 (트럼프)정부에 대한 억지력으로 작용하기 바란다. 트럼프는 ‘돈의 언어’만 이해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소송 제기 배경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