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디지털 전쟁’의 핵심 ‘틱톡’…우려에서 매각까지

2025-10-08

미·중 디지털 전쟁의 핵심 쟁점이었던 ‘틱톡’ 갈등이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틱톡 미국 법인의 매각 합의를 승인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틱톡을 둘러싼 안보 위협이 처음 제기된 이래, 결국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틱톡의 운명이 결정된 셈이다. 트럼프의 귀환과 미·중 관세 갈등, 미 정치권의 대중국 강경론과 맞물렸던 틱톡 매각을 둘러싼 과정과 쟁점들을 문답식으로 정리했다.

틱톡은 어떻게 미·중 갈등 현안으로 부상했나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가 2017년말 미국 립싱크 앱(뮤지컬리)를 인수한 뒤 출시한 틱톡은 순식간에 전 세계 이용자들을 끌어모았다. 알고리즘에 기반한 개인 별 동영상 추천, 간편한 숏폼 콘텐츠를 제작·공유 방식 등이 앱에 대한 몰입도를 높여 ‘충성도’를 넘어서는 ‘중독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에서도 틱톡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자 미 정치권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틱톡을 사용하는 미국인들의 데이터가 중국 정부에 넘어갈 수 있다, 플랫폼이 아동·청소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등이었다. 이에 트럼프 1기 행정부 시기인 2019년 미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바이트댄스의 뮤지컬리 인수 과정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그해 말 미 국방부는 모든 군인들에게 틱톡을 휴대폰에서 삭제하도록 명령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인 2020년 트럼프는 아예 ‘틱톡 전면 금지’를 공언했다. 2020년 8월에는 미국 기업들의 틱톡 및 바이트댄스와의 거래를 금지하고, 틱톡 미국 사업권을 90일 이내 매각하라는 내용의 행정명령 두 건을 발표했다.

2020년 대선에서 당선된 조 바이든 대통령은 틱톡 금지를 유예했으나 미 정치권의 경각심은 더욱 커졌다. 2022년부터 연방 및 주정부 차원에서 틱톡 사용을 금지하는 조치가 확대됐다. 미 의회는 틱톡 최고경영자 추쇼우즈를 청문회에 불러 중국과의 연관성을 집중 추궁하기도 했다. 결국 2024년3월 ‘틱톡 금지법’이 상·하원을 모두 통과했고 조 바이든 대통령도 법안에 서명했다. 바이트댄스가 180일 이내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매각하지 않으면 미국 내 서비스를 전면 금지하기로 한 것이다.

트럼프의 틱톡에 관한 입장은 어떻게 바뀌었나

그런데 2024년 미 대선을 앞두고 있던 트럼프는 틱톡에 유화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 틱톡 금지법에 대해 트럼프는 국가안보 우려를 인정하면서도 “솔직히 많은 사람들이 틱톡을 이용하고 그것을 사랑한다. 틱톡을 이용하는 많은 젊은이들은 그것이 없어지면 미쳐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틱톡 금지는 메타(페이스북)에만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틱톡의 미국 이용자만 1억7000만명에 달하고 특히 청년층으로부터 인기가 높다는 점을 의식한 행보였다. 트럼프는 직접 틱톡 계정을 개설했고, 민주당 선거캠프도 틱톡에서 바이든과 이후 후보가 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관한 홍보를 진행했다.

틱톡은 트럼프 취임 이틀 전인 올해 1월18일 미국 내 운영이 중단됐다. 하지만 트럼프가 취임 후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 사업권 매각 기간을 연장하겠다고 하자 하루 만에 서비스를 재개했다. 틱톡 금지법을 전후해 워싱턴에서 광범위한 로비를 벌여 온 틱톡은 트럼프 자택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트럼프 측과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취임 첫날 법률 시행을 75일 연기했고, 이후 중국과 관세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두 차례 더 시행을 연기했다.

미·중은 마침내 지난달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진행한 4차 무역 회담에서 틱톡 매각에 관해 큰 틀에서 합의했다. 합의에 따르면 미국 법인 지분의 약 45%를 오라클, 실버레이크, 아부다비 국부펀드 MGX를 갖게 되고, 틱톡 모기업 바이트댄스는 19.9%를 보유하게 된다. 틱톡 미국 사업권을 따낸 래리 엘리슨 오라클 창업자는 트럼프 측근이고, 미국 신규 투자자로 합류하는 루퍼트 머독은 친트럼프 언론 폭스 미디어의 소유주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NSC 디렉터를 지낸 러시 도시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에 “틱톡 합의는 모든 시장 참여자들이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 측근들과 정치적 후원자들에게만 열려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틱톡 ‘국가안보’ 우려는 해소됐나

결국 알고리즘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매각 합의에 따르면 미국 투자자들은 바이트댄스가 관리하는 틱톡 알고리즘 사본에 대해 접근할 수 있게 되고, 이후 미국 기반 데이터로 ‘재훈련’을 하게 된다. 하지만 알고리즘 기본 틀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업계에서는 바이트댄스가 미국 외 버전에 대한 알고리즘을 업데이트할 경우 미국판 틱톡도 결국 영향권 아래 놓일 것으로 본다.

미국 전직 외교관료인 크레이그 싱글턴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중국 담당 디렉터는 “백악관은 바이트댄스 알고리즘 복사본을 바탕으로 미국 데이터로 재훈련한다고 설명하지만 여전히 틱톡의 핵심 코드는 베이징에 묶여있게 된다”면서 “(이번 매각은) 독립성을 달성한 게 아니라 단지 의존성을 새롭게 포장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포린폴리시는 이번 틱톡 합의는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기술 전쟁을 포기한 것인가’ 라는 질문을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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