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짜리 시정연설...공수 바뀐 여야 예산 전쟁 불가피

2025-11-04

국힘, 상복 입고 이 대통령 첫 예산 시정연설 보이콧

이 대통령, 텅빈 국힘 의석 보며 "좀 허전하군요" 쓴웃음

이 대통령, '인공지능' 가장 많이 언급..."새로운 100년 준비"

국회 5일부터 본격 예산안 심사...공수 바뀐 여야 예산 전쟁

[미디어펜=이희연 기자]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시정연설이 야당 불참 속 '반쪽 짜리'로 진행됐다. 전날 내란특검이 윤석열 전 대통령 12.3 비상계엄 당시 원내대표를 지낸 추경호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하자 국민의힘이 '시정연설 보이콧'을 선언하면서다.

야당이 대통령 시정연설에 불참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022년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검찰의 수사에 반발해 윤석열 정부 첫 시정연설에 불참했다. 또 국회 로텐더 홀에서 '야당 탄압'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공수가 바뀐 지금 3년 전 상황이 똑같이 재연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6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 나섰다. 10시 6분께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한 이 대통령은 여당 의원들과 악수를 나눈 뒤 10시 8분 발언대에 서 10시 30분까지 총 23분 간 연설에 나섰다.

특히 이 대통령은 이날 '인공지능'(AI)을 총 28회로 가장 많이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가 마련한 2026년 예산안은 AI 시대를 여는 대한민국의 첫 번째 예산"이라며 "내년은 AI 시대를 열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백년을 준비하는 역사적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로 많이 언급된 단어는 '국민(21회)'이었다. 이 대통령은 "정부 예산은 모두 국민이 낸 세금이고, 그 세금에 국민 한 분 한 분의 땀과 눈물이 배어 있는 만큼 단 한 푼의 예산도 허투루 쓰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며 "모든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께서 제대로 감시하고 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산업'이 18회, '예산'이 16회('예산안' 7회 포함) 언급됐으며, '정부'(13회), '투자'(12회), '성장'(11회), '경제'·'국방'(각 6회), '안전'·'지방'(각 5회), '평화'·'청년'·'문화'(각 4회) 등이 언급됐다.

민주당의 환대를 받으며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선 이 대통령은 연설 시작 전 텅 빈 국민의힘 의석을 잠시 바라보며 "좀 허전하군요"라고 씁쓸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비록 여야 간 입장의 차이는 존재하고, 이렇게 안타까운 현실도 드러나지만, 국민과 나라를 위하는 진심은 다르지 않다고 믿는다"며 "이번 예산안이 법정기한 내에 통과돼 대한민국이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초당적인 협력을 부탁 드린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이재명 정부 시정연설 보이콧을 결정한 뒤 국회 본관 로텐더홀 계단에서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 대통령이 본청에 들어서자 일부 의원들은 "수사 받으시라", "범죄자", "꺼지라"라고 거칠게 항의했다.

이어 당 소속 의원 전원 명의의 성명서를 통해 "이재명 정권의 '정치보복용 쌍칼', 특검과 경찰의 무도한 야당 탄압 수사가 조급함 속에 광기를 드러내고 있다"며 "국민의힘 107명 국회의원 어느 누구도 자유로운 의사와 양심에 따른 표결을 방해받은 사실이 없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국회는 오는 5일 공청회를 시작으로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본격 돌입한다. 이재명 정부의 첫 예산 심사로 공수가 바뀐 가운데, '빚잔치 예산'이라고 공세에 나선 국민의힘과 '예산안 사수'에 나선 민주당의 치열한 예산 전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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