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원자력전지 넘어 금속연료까지…우주선 무한동력 꿈꾼다[사이언스포커스]

2024-10-09

유인 달 탐사를 비롯해 화성·목성 등 심우주 탐사가 본격화하면서 우주선을 더 오래, 더 멀리 가동하기 위한 차세대 동력원이 우주 수송 경쟁의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화학 엔진 이상의 태양전지와 원자력전지는 물론 우주에서 구하기 쉬운 금속을 연료로 쓰는 신개념 엔진까지 각종 기술이 우주항공학계와 업계에서 연구되고 있다.

9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김민관 영국 사우샘프턴대 우주항공학과 교수팀은 영국 우주 스타트업 ‘매그드라이브’와 함께 철·알루미늄·구리 같은 금속을 연료로 사용하는 추진 엔진을 개발하고 있다. 우주선이 달이나 소행성 등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중 전력이 바닥나면 주변에 흔한 금속으로 전력을 새로 수급할 수 있다는 발상이다. 추력 측정 등의 검증을 맡은 김 교수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금속 표면의 좁은 부위에 순간적으로 높은 전기에너지를 집중적으로 가하면 해당 부위가 초고온 상태가 되면서 금속 플라스마가 만들어진다”며 “이 플라스마로 추력을 얻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이는 고체·액체·기체를 넘어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제4의 물질 상태이자 기존 화학연료보다 추진 효율이 높은 플라스마를 내뿜는 플라스마 엔진의 일종이다.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도 희귀 기체인 제논을 사용하는 플라스마 엔진을 탑재했는데 우주에서 보다 흔한 재료로 엔진을 구현하겠다는 게 연구팀의 목표다. 다만 기존보다 까다로운 금속 플라스마 구현 조건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충족하는지가 상용화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속 연료 엔진 연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플라스마 방식은 아니지만 2010년대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하버드대와 함께 ‘금속수소 엔진’을 게임체인저로 평가하며 설계 연구를 진행했다. 수소를 초고압으로 압축한 금속수소는 현재 널리 쓰이는 수소 연료인 액체수소보다 비추력이 2~3배 높고 산소 없이도 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금속 연료 엔진은 양자컴퓨터처럼 아직 상용화 조건이 까다롭지만 수급이 쉽고 추진 효율이 높아 선진국을 중심으로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다. 문윤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엔진개발부장은 “가령 금속수소는 섭씨 6700도의 고온과 400만 기압의 고압이 필요해 아직은 실험실에서만 구현 가능한 고난도 기술”이라며 “미국 등이 주력하는 우주현지자원활용(ISRU) 기술의 일환으로 연구가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주목되는 동력원은 태양전지와 원자력전지다. 조만간 목성 위성 유로파를 탐사하기 위해 발사될 나사 위성 ‘클리퍼’ 역시 태양전지를 탑재했다. 최근 한화시스템이 사내 벤처를 통해 미국 위성 제조사와 공급 업무협약(MOU)을 맺으며 관련 사업에 진출하기도 했다. 태양전지는 태양빛으로 에너지를 얻는 만큼 반영구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대신 태양빛을 받지 못하거나 영하 40도 이하의 저온에서는 작동이 멈춰 사용이 제한적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영국 원자력연구소와 손잡고 공동 연구 중인 원자력전지도 눈길을 끈다. 환경과 무관하게 40년 이상 수명이 보장되고 부품이 단순해 고장 가능성이 낮다. 방사성 위험 탓에 널리 쓰이지는 않지만 태양전지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어 점차 국내외 개발이 확산되고 있다. 충전이나 연소 방식이 아니라서 한번에 큰 출력을 낼 수 없다는 것은 단점이다.

지난해 나사와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록히드마틴을 사업자로 선정해 이르면 2027년 시범 발사를 목표로 원자력 발사체 개발에 들어갔다. 기존 화학엔진 로켓보다 3배 이상 추진 효율이 높아 향후 화성 유인 수송을 위한 필수 기술이 될 것이라는 게 나사의 평가다. 이온 플라스마 엔진 역시 올 초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국산화에 착수하는 등 개발 경쟁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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