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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아산정책연구원 명예이사장이 미국과 동맹이 북한·중국·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에 ‘아시아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이사장은 17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존스홉킨스 국제학대학원(SAIS) 캠퍼스에서 한 연설에서 “미국과 그 동맹국 및 파트너들도 북한, 중국, 러시아의 군사적 모험주의를 억제하기 위해 결연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아산정책연구원은 지난 12일 정 이사장이 최근 SAIS에 안보 연구 기금으로 750만 달러(약 109억원)를 기탁했다고 밝혔다. SAIS는 이 기금으로 ‘MJ Chung 안보 석좌교수직’을 설치해 북핵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안보와 국제 안보에 관한 연구·교육을 수행하기로 했다. 정 명예 이사장은 지난 1993년 SAIS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정 이사장은 이날 설립식에서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은 전문가와 지도자들이 아시아의 집단 안보 체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한다”면서 “이를 인도태평양 조약기구(IPTO)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심축과 바큇살(hub and spokes)의 동맹체제 내에서 미국과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필리핀, 태국 등 동맹국은 바큇살 간 협력(spoke to spoke)을 더 강화해야 한다”며 “또한 인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베트남과 같은 중요한 파트너들과의 협력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 이사장은 이날 전술핵 배치를 언급했다.
그는 “북한은 한국의 성공과 확연히 대비되는 존재로, 백만 명이 넘는 주민이 굶어 죽는 대기근을 겪으면서 자유롭고 번영하는 대한민국의 존재를 위협으로 여기고 한반도의 공산화를 정권 유지의 필수 요소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등에 100개의 전술핵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안보 상황이 유럽보다 훨씬 더 심각한 한반도에 전술핵을 배치하지 않는 것은 논리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일부 전술핵을 한국 기지에 재배치하는 문제를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 1위 조선업체인 HD현대그룹을 이끌고 있는 정 이사장은 또 “저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의 조선업 협력에 관심을 표명한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는 미 해군 함대를 더 강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며 한국은 이 공동의 노력에 많이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정 이사장은 지난 2022년에도 SAIS 헨리 키신저 센터에 50만 달러(약 7억원)를 기탁했다. 세계 2차대전 이후 냉전시대의 외교 질서를 좌우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의 이름을 딴 연구소다. 정 이사장은 지난 2008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 당선인의 특사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하며 키신저 전 국무장관과 인연을 맺었고, 2023년 11월 사망한 키신저 전 장관의 추모식이 지난해 1월 뉴욕에서 열리자 유가족의 초청을 받아 이 자리에 참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