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미국이 수입한 중국산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가 전년 대비 59%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 관세 전쟁을 이어가면서 중국산 수입이 줄어든 것이다. 미국 현지 생산능력을 키워온 한국 배터리에 반사이익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15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 무역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 1~2월 미국의 중국산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수입액은 2억8900만 달러로, 전년 동기(3억8300만 달러) 대비 24.4% 줄었다. 1월 수입액은 전년 대비 14.8% 늘었지만, 2월 들어 58.8%나 급감했다. 중국은 미국의 전기차용 배터리 수입 1위 국가다.

1~2월 미국의 전체 배터리 수입은 23.1% 늘었다. 중국을 제외한 일본·한국·폴란드 등 다른 나라로부터 수입이 128% 증가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 자체는 오히려 늘었지만, 중국산 공급을 크게 줄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 기간 전체 수입액에서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68.8%에서 42.3%로 줄었다.
앞서 미국은 지난 2월 4일(현지시간) 펜타닐 등을 문제 삼으며 중국에 대해 10% 보편 관세를 발효했다. 중국산 배터리는 당초 28.4%의 관세율을 적용받고 있었는데, 38.4%로 늘어난 것이다. 배터리 업계에선 중국산 배터리 수입이 급감한 데에 트럼프발 관세 영향이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시적인 수요·공급 요인으로 수치가 크게 흔들렸을 가능성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관세로 인해 중국산 배터리의 강점인 ‘가격 경쟁력’이 저하된 것으로 보인다”며 “(2월 수입 급감은) 미중 관세 전쟁 여파의 전조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3월 이후 미국의 대중 관세율이 점점 불어나면서 중국산 배터리가 받는 제약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월 10% 추가 보편 관세를 부과하는 한편, 오는 5월 3일부턴 자동차 부품에 대해 25% 품목별 관세까지 부과할 예정이다. 부품 관세는 적용 시기가 유예될 가능성도 나오지만, 만약 예정대로 발효된다면 중국산 배터리 관세는 최대 73.4%까지 치솟는다. 미국 수출이 사실상 차단되는 셈이다. 자동차용 배터리는 자동차 부품 관세 대상에 포함되고, 대중 145% 상호관세 대상에선 제외된다.

중국산 배터리가 미국 시장에서 주춤하면서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모두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일찍이 미국 현지 배터리 생산 체계를 구축해왔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주 홀랜드 단독 공장 등 3곳을 가동하고 있고, SK온은 조지아주에 자체 공장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SDI도 최근 미국 완성차인 스텔란티스와 함께 설립한 인디애나주 코코모 공장 가동에 돌입했다. 여기에 추가로 건설 중인 공장까지 완공될 경우 한국 배터리 3사의 미국 내 배터리 생산능력(CAPA)은 600기가와트시(GWh)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내로 들여오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영향을 받을 순 있지만, 완제품을 수입해 들여오는 중국과 비교하면 원가 상승률이 제한적”이라며 “올 들어 미국 내 전기차 시장이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는 만큼 중국산 배터리의 빈 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면 국내 배터리 3사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