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 연등(燃燈)을 달자

2025-04-29

부처님 오신 날인 초파일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불기 2569년 전에 부처님께서 태어나셨습니다. 우리나라는 고구려 소수림왕 시절인 372년에 불교가 들어왔으니 우리 불교 역사가 1,653년이나 됩니다. 그 시절부터 해마다 초파일이 되면 절(寺) 마다 ‘등(燈)’을 밝히고 마을에서는 축제를 열었습니다. 초파일은 종교적인 의미를 넘어서 우리 민족의 오래된 전통과 문화로 자리 잡았고 연등 행렬과 같은 축제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까지 되었습니다.

‘연등(燃燈)’은 등불을 뜻합니다. 이 연등은 단순한 장식이 아닙니다. 한문을 풀어보면 ‘연(燃)’은 태운다는 의미고, ‘등(燈)’은 등불을 뜻합니다. 즉, ‘자신의 마음속 무지(無智)를 걷어내고 지혜의 등불을 밝히는 것’입니다. 이게 바로 부처님 오신 날에 연등(燃燈)을 다는 이유입니다. 부처님 오신 날은 자신을 돌아보는 날입니다. 나를 중심으로 내 주위를 살펴보는 날입니다. 나의 발걸음이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잘 봐야 합니다. 내가 속한 가족, 직장, 단체. 모임 속에서 나의 말과 행동을 살펴봐야 합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연등(燃燈)을 답니다. 행복하게 해달라, 건강하게 해달라, 합격하게 해달라, 결혼하게 해달라, 사업이 잘되게 해달라, 복권에 당첨되게 해달라 등등 각각 개인마다 무언가를 기원하면서 연등(燃燈)을 달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두운 마음으로 기원하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나를 비우는 마음으로 등(燈)을 달아야 합니다.

연등(燃燈)을 다는 것은 내 마음속 어둠을 몰아내고 밝게 하는 행위입니다. 내 마음속 어둠은 ‘해서는 안 될 생각과 행동’을 말합니다. 원칙을 어기고, 법과 규칙을 지키지 않고, 서로 발전을 위한 상생이 아니라 나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말과 행동이 바로 ‘해서는 안 될 생각과 행동’입니다.

내려오는 흐린 물을 맑게 하려면 상류를 먼저 맑게 해야 합니다. 하류에서 아무리 맑게 하려 해도 상류가 흐리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사람의 마음이 상류 역할을 하는지라 우리 마음에서 어둠만 몰아내면 행복은 절로 오는 것입니다.

부처님은 이 어두운 마음을 몰아내는 생활을 위해 ‘팔정도(八正道)’를 수행하라고 하셨습니다. 첫째, 정견?(正見)은 바른 인생관과 세계관입니다. 둘째, 정사유(正思惟)는 항상 올바른 생각입니다. 셋째, 정어(正語)는 언제나 바른말을 하는 겁니다. 넷째, 정업?(正業)은 올바른 행동입니다. 다섯째, 정명(正命)은 바른 직업활동과 바른 일상생활입니다. 여섯째, 정정진(正精進)은 올바른 방법과 방향으로 열심히 노력하는 것을 말합니다. 일곱째, 정념?(正念)은 바른 생각이 마음에 깊이 새겨져 지속함을 말합니다. 여덟째, 정정(正定)은 정신통일을 말하며 선정(禪定)을 의미합니다. 이 중에서 바른 인생관과 세계관을 가지는 ‘정견?(正見)’이 나머지 일곱을 달성하기 위한 기본자세입니다.

아무리 행복을 바라더라도 마음속에 어둠이 깔리면 절대로 행복이 오지 않습니다. 어두운 생각은 자신과 가정 그리고 사회생활을 망치는 일입니다. 부처님은 언제나 바른 생각, 바른말, 바른 행동으로 살아가라고 하셨습니다.

작은 연등(燃燈) 하나가 나의 불성(佛性)을 밝혀줍니다. 내 불성을 밝히는 그런 불, 우주를 밝히는 그런 불, 바로 그 등(燈) 하나가 우주를 밝힙니다. 부처님 법문은 ‘원융무애(圓融無碍)’입니다. 하나와 전체가 같이 융합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하나가 잘되면 그때는 우주가 다 그의 영향을 받는 것입니다.

이번 부처님 오신 날에는 나만을 위한 욕심에 찬 마음을 비우고, 주변 사람들의 행복을 기원하는 내 마음에 ‘연등(燃燈)’을 하나씩 달기를 기원합니다.

진성 <마이산 탑사 회주/(사)붓다 이사장/한국불교태고종전북특별자치도종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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