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투자 피난처’ 각광... 美생물보안법 반사익 기대

2024-11-11

KRX 헬스케어 지수, 이달 초 대비 3.22%↑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알테오젠 등 편입

알테오젠, 시총 연초 대비 5배 올라 관심 '쑥'

트럼프, 미국 우선주의에 생물보안법 추진 '박차'

금리 인하·생물보안법 등 줄줄이 호재 작용

"생물보안법 따라 국내 CDMO 기업 수혜 예정"

"글로벌 시장 내 가능성 보유 기업, 성장 전망"

국내 제약·바이오 종목이 글로벌 경제의 변동성 확대에 따른 불안감을 해소할 안정적인 투자 피난처로 주목받고 있다. 미 금리 인하, 트럼트 대통령 당선에 따른 정책 효과 기대감 등의 영향이 크다.

특히 국내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들이 미국의 ‘생물보안법’ 입법 가시화에 따른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11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KRX 헬스케어 지수는 오후 2시 30분 기준 3942.26을 기록하며 이달 초 3819.12에서 3.22%(123.14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KRX 바이오TOP10 지수 역시 2314.43에서 2453.35로 6.00%(138.92p)올랐다.

이들 지수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알테오젠 ▲유한양행 ▲SK바이오팜 등 코스피, 코스닥 내 상장된 주요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편입돼 있다.

최근 제약·바이오 분야 내에서는 호재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RX 헬스케어 지수 편입 기업인 알테오젠은 지난 8일 일본 다이이치산쿄와 총 3억달러(한화 약 4200억원) 규모의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기반 SC(피하주사) 제형 플랫폼(ALT-B4)을 독점 적용하는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다이이치산쿄는 아스트라제네카와 공동으로 개발한 항암제 '엔허투'에 알테오젠의 SC 제형 플랫폼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엔허투는 항체약물접합체(ADC) 치료제로 지난해 25억 7000만달러(약 3조 5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바 있다. 이를 SC 제형으로 개발하는 것은 알테오전이 세계 최초다. 인간 히알루로니다 기반 제형 변경 기술을 지닌 기업은 알테오젠과 미국의 할로자임 두 곳이 대표적이다.

특히 알테오전은 기술력, 특허 등 업계 내에서 우수한 지위를 확보하고 있어 이번 계약이 회사 성장의 신호탄이라고 업계는 분석한다. 알테오젠의 기술이 할로자임 대비 고온 분해가 덜 되기 때문에 우수성이 더 탁월한 것은 물론, 특허 만료 기간도 할로자임 대비 더 긴 2040년까지다.

알테오젠은 올해 2월 미국 머크(MSD)의 면역 항암제 '키트루다'에도 SC제형 플랫폼을 수출했다. 키트루다는 지난해 250억달러(약 35조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1위 치료제로 등극한 바 있다.

이 같은 성과에 따라 알테오젠의 시가총액은 지난 8일 종가 기준 23조 3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연초(4조 7000억원) 대비 약 5배 뛴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항암제와 함께, 향후 가장 많이 팔릴 항암제에 대한 라이선스를 보유했다는 점에서 알테오젠의 시가총액은 더 상승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이번 엔허투 계약으로 향후 매출은 훨씬 더 증가하고 주가 역시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전반적인 시장 상황도 긍정적이다. 지난 7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는 기준금리를 4.75~5.0%에서 4.50~4.75%로 0.25%포인트(p) 인하했다. 9월에 이어 두 번째 인하 수순이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신약, 기술 등의 연구·개발 과정에서 대규모의 투자금이 필요하다고 평가된다. 투자 과정에서 금리가 낮아지는 경우 그만큼의 자본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수혜가 기대되는 업종으로 꼽힌다.

이번 미국 대선 결과 역시 호재로 작용했다. 지난주 최대 관심사로 꼽혔던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되며 제약·바이오 부문은 수혜 예상 분야로 다수 언급됐다.

트럼프 당선인이 주장하고 있는 '생물보안법'이 그 근거로 작용했다. 생물보안법은 중국 기업을 저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그는 선거 진행 전 공약 발표 등을 통해 "의약품을 포함한 필수 상품의 중국산 수입을 중단할 것을 목표로 한다"며 "이를 반영한 4년 계획 역시 도입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해당 법안은 미국 의회의 지지를 받고 있기도 하다. 지난 9월 미국 하원 상임위원회에서는 생물보안법에 대해 306개의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표는 81개에 불과했다. 입법 과정은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초에는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법안이 최종 통과되면 반사이익으로 국내 의약품 CDMO 기업이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생물보안법, 금리 인하 등에 대한 수혜 예상으로 국내 대표 바이오 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수주 규모는 지난해 대비 크게 늘어났다.

지난 7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소재 제약사와 10억 6000만달러(약 1조 4637억원) 규모의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달에는 아시아 소재 제약사와 12억 4265만달러(약 1조 7028억원) 규모의 계약도 성사했다.

회사의 올해 누적 수주 금액은 4조 3600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연간 수주 금액(3조 5009억원) 대비 24.5% 증가한 규모다.

김선아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올해 9월 말 미국 하원을 통과한 생물보안법에 따라 중국 기업 '우시바이오직스'의 입지가 좁아졌다"며 "이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수주 문의는 지난해 대비 100%가량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만 1조원대 수주 계약이 두 건이나 있었고, 매 분기 1조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는 등의 긍정적인 모습이 보인다"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서도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한승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은 구조적인 성장세를 지속하며 합산 시가총액 3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금리 인하라는 긍정적인 매크로 요인과 함께 국내 바이오 개발, 생산, 판매 등 전체 밸류체인에 대한 레벨 업이 구조적 성장의 근거"라고 분석했다.

김준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생물보안법은 9월 하원을 통과해 상원과 대통령의 서명 절차만 남아 있는 상황으로, 이를 통해 연말까지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라며 "미국 바이오협회 설문조사 결과 124개 응답 기업의 79%가 중국 기업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파트너를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 속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내 기업들이 관심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시장 눈높이는 내수시장이 아닌 글로벌 시장에 맞춰져 있는 것은 물론, 내년 역시 글로벌 시장 내 가능성을 보유한 기업에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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