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미국 내에서 쌀 소비량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현지에서 한식과 케이푸드(K-Food·한국식품)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소비자들이 밀 대체 곡물로 ‘쌀’에 주목하는 흐름을 감안하면, 한국산 쌀제품도 건강상 이점과 편의성을 앞세워 현지시장을 공략해볼 만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서카나(Circana)에 따르면 2024년 미국 내 한식당수는 전년 대비 10% 늘었다. 2018년 이후 약 450곳의 한식당이 새로 문을 열었고, 지역도 로스앤젤레스(LA)·샌프란시스코·뉴욕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외식기업 해외 진출 실태 조사 결과 미국에 진출한 한국 외식기업은 2020년 528개에서 2023년 778개로 증가했다.
이같은 한식당의 인기는 케이(K)-문화 열풍과 케이푸드 수출 증가가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올 1분기 북미지역 케이푸드 수출액은 4억87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1.7% 성장했다. 한식진흥원의 2024년 해외 한식 소비자 조사 결과 뉴욕 내 한식 인지도는 2020년 54점(100점 기준)에서 지난해 59.6점으로 상승했다.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마케팅 연도 기준 2024·2025년 미국 쌀 소비량은 753만t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전체 소비량 중 약 70%는 장립종 쌀이다. 현지 소비자들이 동남아식 볶음밥 등으로 장립종을 접할 기회가 많고, 조리가 간편한 제품들이 여러가지 출시돼 있기 때문이라는 게 유통업체들의 설명이다.
역으로 한식의 저변이 넓어지면 한국산 쌀제품도 수출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이 뒤따른다. 한식진흥원 조사 결과 미국인이 선호하는 한식 메뉴는 비빔밥(3위), 불고기(4위), 삼겹살구이(6위) 등 주로 ‘밥’과 함께 먹는 음식이 많았다. 최근 중단립종 쌀로 만든 한국산 즉석밥도 현지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정혜경 호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명예교수는 “미국에서는 ‘라이스(쌀) 다이어트’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한식 인기로 이어진 측면이 크다”며 “밥 중심의 한식 기초를 탄탄하게 쌓아 올려 쌀을 비롯한 다양한 농식품 수출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미국에서 농식품 유통업체를 경영하는 피터 강 다원INC 대표는 “비만과 성인병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제로’ 음료, 저당 요거트 등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쌀에 대한 관심도 그 연장선에 있다”며 “1인가구를 겨냥한 중단립종 간편식 쌀제품과 쌀가루를 베이스로 하되 현지인에게 익숙한 맛을 구현한 쌀칩 등 현지시장에 맞춘 제품을 수출한다면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김해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