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 속도와 확장성은 볼수록 놀랍습니다. 특히 텍스트·이미지·음향 등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동시에 이해하고 처리할 수 있는 멀티모달 AI의 등장은 의료 현장의 혁신을 한층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강미라 삼성서울병원 디지털혁신센터 부센터장(건강의학본부 교수)은 12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서경 바이오메디컬포럼 2024에서 ‘AI가 바꾸는 의료 서비스… AI 잠재력과 혁신’이라는 주제의 강연자로 나서 미국 의료정보경영학회(HIMSS)에서 호퍼의 멀티모달 의료 AI 솔루션을 체험해본 경험을 소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호흡기 증상으로 내원한 환자의 흉부 X레이 영상을 보여주면 AI가 전자의무기록(EMR)에 담긴 질병 이력과 약물 투약, 각종 검사 결과 등을 참고해 한국어로 의심 소견을 내놓을 수 있는 수준까지 진화했다는 설명이다.
의료 AI는 X레이, 컴퓨터단층촬영(CT) 같은 영상 검사를 판독해 의료진의 진단을 보조하던 초기 수준을 벗어나 의료진의 치료 의사결정을 돕는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질병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가까운 미래에 어떤 질병에 걸릴 위험이 높은지 예측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의료 현장에서 대규모언어모델(LLM)이 급부상하면서 이뤄진 변화다.
삼성서울병원은 AI 솔루션을 국내 의료기관 중 선제적으로 도입하며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루닛 인사이트 CXR’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병원에서 16㎞나 떨어진 곳에 생활치료센터를 운영하면서도 중증 폐렴 발생에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던 핵심 비결 중 하나로 꼽힌다. 루닛 인사이트 CXR은 폐암, 폐결절, 폐결핵, 폐렴, 기흉, 기복증, 종격동 비대, 흉수, 폐 섬유화, 심장 비대 등 흉부 X레이를 통해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10가지 비정상 소견 진단을 보조하는 의료 AI 솔루션이다.
강 센터장이 파인헬스케어와 공동 연구를 통해 개발한 AI 욕창 단계 예측 솔루션 ‘스키넥스’는 카메라로 욕창 부위를 촬영하면 욕창 단계를 예측하고 치료 방향에 맞는 드레싱 제제도 추천해준다. 간호사들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환자에게 적절한 간호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돕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의료진의 진료 편의성 향상을 위해 셀바스 AI와 함께 음성으로 진료과별 의무기록이 가능한 EMR도 개발 중이다.
AI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한 로봇은 병동 회진, 방역, 물류 등 병원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다. 강 부센터장은 “아직 AI가 한 명의 의사를 완전히 대체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며 “AI 활용 능력이 병원의 경쟁력을 판가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다만 “환자의 안전에 직결되는 만큼 AI 활용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며 “적재적소에 활용하기 위한 (법과 관련 제도 등)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