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마스 첫 평화 합의, 세계는 종전과 가자 살리는 길로

2025-10-09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지난 8일(현지시간) 가자지구 휴전협정에 합의했다. 하마스에 붙잡혀 있던 인질과 이스라엘에 수감된 하마스 대원·가자 주민들이 풀려나고, 이스라엘군도 단계적 철군에 나서기로 했다. 2년간 이어진 폭격과 살상, 인도주의적 지원 차질로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된 비극을 생각하면 쌍수로 환영할 휴전협정이다.

이번 협정은 인질 석방, 하마스 무장해제, 이스라엘 단계적 철군이 담긴 ‘가자 평화구상’을 양측이 처음 수용하면서 이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평화계획 1단계에 동의했다”며 “(이번 합의는) 지속적이고 영구적인 평화를 향한 첫 단계”라고 말했다. 미국의 역할과 카타르의 중재 노력이 바탕이 됐지만, 최근 국제사회가 잇따라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승인한 것도 협상 타결에 적잖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가자지구는 ‘죽음의 땅’ ‘인류의 재앙’으로 불릴 정도로 피폐해졌다. 이미 목숨을 잃은 5만여명의 민간인엔 어린이도 다수이고, 학교·병원·공공 인프라는 폐허로 변했으며, 의료·식수 부족에 시달리는 ‘거대한 감옥’이 된 지 오래다. 협상 타결로 가자지구 위기가 상당 부분 해소될 여지가 생긴다. 휴전협정 속 교환자로는 하마스의 생존 인질 20명, 팔레스타인 수감자 2000명도 포함됐다고 한다. 휴전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면 가자지구의 통치 체제부터 재건 구상까지 장기적인 공존 방안도 모색할 수 있다. 첫 평화 합의가 종전으로 가는 시작점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1단계 휴전’이라는 말에서 보듯, 이번 협정이 양측 갈등을 해소하는 근본적 해법은 아니다. 종전 조건인 이스라엘군 완전 철수가 이뤄질지부터 관건이다. 하마스는 무장해제를 두고 “보유 무기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넘기겠다는 조건을 걸고 (무장해제에) 동의했다” 하고,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괴멸될 때까지 완전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런 제한적·조건부 협상은 언제든 휴전을 깰 수 있는 불씨가 될 수 있다. 중동 분쟁의 특성인 이행·위반 여부에 대한 외부 감시 부재, 양측의 신뢰 부족, 내부 극단세력 반발도 휴전 유지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휴전협정은 전쟁의 중단일 뿐 끝이 아니다. 이번 협정만으로 가자지구 평화가 온전히 보장되지 않는다는 걸 국제사회는 명심해야 한다. 가자의 폐허에서 전쟁을 멈추는 중재자 역할에 그칠 때가 아니다. 국제사회는 지속적으로 감시해 명확한 종전을 이끌고, 인도적 복구·재건과 평화 지원을 통해 가자를 살리는 길에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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