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가자지구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구상’ 1차 합의를 이뤄냈지만 세부 실행 방법과 나머지 협상안을 두고 양측의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스라엘군은 9일(현지시간) “가까운 미래에 병력을 조정된 선으로 이동시킬 준비가 됐다”고 밝히며 일부 지역에서의 철군을 예고했다. 다만 아비차이 아드라이 이스라엘군 아랍어 대변인은 가자지구 북부는 여전히 전투 지역으로 지정하고 있다며 “안전을 위해 공식 지침을 내릴 때까지 북쪽으로 돌아가거나 군이 활동 중인 지역에 접근하지 말아달라”고 가자 주민에게 경고했다.
다음 협상의 주요 쟁점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완전 철군과 하마스 무장 해제다.
하마스 측은 지난해 첫 휴전 협상이 시작될 때부터 이스라엘군의 완전 철수를 강력히 요구해왔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국경과 가자시티 진입 지역, 넷자림 회랑, 모라그 회랑 등 가자지구 주요 통로 곳곳에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가 괴멸될 때까지 완전 철수는 불가하며 하마스가 무장해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올해 초 두 사안을 둘러싼 양측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2차 협상은 성사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이번 합의에서 단계적 철수와 군사 작전 중단을 약속했다. 그러나 철군 범위와 시점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양측을 중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이 “합의된 선”까지 후퇴한다는 내용이 합의문에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임의로 경계선을 그은 지도를 공개하며 “이스라엘이 초기 철군 경계에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협상 내용을 아는 유럽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하마스가 무장해제에는 동의했지만 보유한 무기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에 넘기겠다는 조건을 걸었다고 전했다. WP는 네타냐후 총리가 해당 조건을 거부할 것으로 관측했다. PA가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안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측 인질·팔레스타인 수감자 교환도 관건이다. 하마스 고위 관리는 이스라엘이 살아있는 인질 20명을 대가로 약 2000명의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석방할 것이라고 AFP통신에 전했다. 하마스는 합의 시점을 기준으로 72시간 안에 교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TOI는 생존 인질 석방이 오는 11일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이스라엘은 1차 휴전 당시 하마스가 생존 인질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휴전 연장을 거부했다. 하마스는 이번 협상 도중에는 생존 인질 명단을 공개했고, 이들을 모두 풀어주기로 합의했다.
다만 하마스는 사망한 인질의 시신을 송환할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생존 인질·수감자를 한꺼번에 교환할지, 단계적으로 교환할지도 불명확하다. 인질·수감자 교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변수도 2차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앞서 이스라엘은 지난 2월 하마스가 인질을 풀어주는 과정에서 이들의 위치와 상태를 공개하지 않았다며 수감자 620명 석방을 미뤘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2단계 협상에서 가자지구 통치 방식도 협의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안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의장인 ‘평화이사회’가 꾸려지고, 팔레스타인 기술관료들로 구성된 ‘팔레스타인 위원회’가 평화이사회 감독하에 가자지구를 임시로 관리한다. 이후 상황이 안정되면 PA가 가자지구를 통치한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 자체를 반대하고 있어 이와 관련한 논의가 시작되면 양측이 마찰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도 이스라엘·하마스 합의 임박 소식을 긴급하게 전달받았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 안티파(미 좌익운동) 대응 회의 진행을 가로막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메모지를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자 루비오 장관은 그에게 귓속말 한 뒤 회의장을 나갔다.
AP통신이 촬영한 메모지에는 가자 평화 협상과 관련해 ‘대통령께서 먼저 합의 사실을 발표할 수 있게 트루스소셜 게시안을 곧 승인해야 한다’고 적혀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