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2030 민생 분야 대상 착수
결혼 서비스업체, 현장 추가금 수두룩
할인 미끼로 현금 이체 받아 매출 누락
산후조리원, 임차료 2배 높여 비용 축소
영어유치원선 교재비 등 현금만 받아
5년간 탈루 혐의 금액 2000억원 달해
“모든 수단 동원 불투명 수익구조 추적”
서울 강남에 있는 A스튜디오는 웨딩촬영으로 잘 알려진 업체다. 결혼 과정의 필수코스로 불리는 ‘스드메’(웨딩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시장에서 이른바 ‘네임드’로 통한다. 유명한 만큼 비용도 만만치 않다. 사진 촬영 후 원본·수정본 구입비, 액자비, 장당 추가비 등 현장 추가금이 수두룩하다. A스튜디오는 할인을 미끼로 사주의 친인척 명의 계좌 등 다수의 차명계좌에 현금 이체를 유도하는 수법을 썼다. 사주는 이 같은 방식으로 매출을 누락해 세금을 탈루한 뒤 100억원 상당의 부동산 및 주식을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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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영어유치원은 고가의 원비에도 불구하고 최근 원생이 급격히 늘어났다. 현금 결제 할인을 통해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원생을 유치하고, 수강료 외에 별도로 결제해야 하는 레벨테스트 비용, 교재비, 재료비, 방과후 학습비 등도 모두 현금이나 계좌이체로만 받았다. 또 영어 교육과 전혀 연관 없는 사주 배우자의 업체로부터 실제 용역을 제공받은 것처럼 꾸며 세금을 탈루하기도 했다.
국세청은 A·B 업체처럼 결혼·출산·육아 등 2030 청년층의 민생과 직결된 분야에서 각종 수법을 동원, 세금을 탈루한 업체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11일 국세청은 ‘스드메’ 등 결혼 준비 서비스업체 24곳, 산후조리원 12곳, 영어유치원(영유아 영어학원)과 저학년 영어학원 10곳 등 46개 업체를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들 업체 상당수는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됐으며,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소득 탈루 혐의 금액은 총 2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민주원 국세청 조사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결혼·출산·유아교육 시장의 비정상적 현금 결제 유도나 비용 부풀리기 관행을 면밀히 점검하고 조사대상자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을 비롯한 관련인의 재산 형성 과정까지 세세히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이들 탈루 혐의 업체들은 대부분 현금 결제를 유도한 뒤 소득을 숨기는 수법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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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에 있는 고급 웨딩드레스 대여숍 C업체는 드레스 선택을 위한 샘플 착용 비용인 ‘피팅비’는 현금으로만 받고 대여 드레스의 브랜드에 따라 차등 발생하는 추가금도 10% 할인을 제시하며 현금 결제를 유도해 매출을 누락했다.
산후조리원도 마찬가지였다. 산후조리원 이용료는 매년 가파르게 올라 일부 업체는 1000만원이 넘는 이용료를 책정하고 있다. 임신 초기부터 예약하지 않으면 입실이 어려울 정도로 인기 있는 D산후조리원은 상담 때 코디네이터를 통해 현금 할인을 종용하고 있다. 기간에 따라 수백만원이 넘는 비용이 들다 보니 산모 입장에서는 10% 할인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구조다. 이 업체는 현금으로 받은 이용료와 마사지 등 부가서비스 요금을 매출에서 누락해 세금을 탈루했다. 또 사주로부터 임차한 사업장 임차료를 시세보다 2배가량 비싸게 지급하는 등 비용을 높여 세금을 축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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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국장은 “금융 추적 등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불투명한 수익 구조와 자금 유출 과정을 낱낱이 확인하겠다”며 “현금영수증 미발급 가산세를 철저히 부과하고 조세범칙행위 적발 시 형사처벌이 이뤄지도록 엄정 조치하겠다”고 했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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