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환자의 치과치료: 행동심리증상과 단계별 접근법

2024-09-20

[특별기고①] 대한치매구강건강협회 서혜원 총무이사(따뜻한치과병원 대표원장)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치매환자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치매환자의 구강 관리와 치과진료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치매환자는 인지능력의 저하로 인해 스스로 구강관리를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이는 곧 구강건강 악화로 이어져 전신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대한민국에서 치매환자들의 구강건강 문제에 대한 관심은 미흡한 실정이다. 대한치매구강건강협회(회장 임지준 이하 치구협)의 본지 특별기고는 치매환자의 구강건강 문제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치과의료진의 치매환자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기획됐다.

치매환자의 구강건강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전반의 관심과 협력이 필요한 중요한 문제이다. 치구협은 이번 특별기고를 통해 치매환자의 치과진료와 구강관리, 보호자 및 종사자 교육, 정책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면서 치과의료진과 보호자, 돌봄종사자 및 관계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내용을 다룰 예정이다.

이번 특별기고를 통해 치과의료진과 함께 우리 사회가 치매환자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실천적인 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 편집자 주

초고령사회로의 진입과 함께 치매환자의 수 역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2022년 보건복지부와 중앙치매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국내 치매환자는 100만 명을 넘어섰으며 만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이, 80세 이상 노인 10명 중 3명이 치매를 앓고 있다. 언제 우리 치과에 치매 환자와 보호자가 방문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치매가 진행됨에 따라 구강위생관리와 치과 내원이 어려워지며 이로 인해 구강건강 역시 악화되기 쉽다. 구강건강의 악화는 영양섭취 불량, 섭식연하의 저하, 흡인성 폐렴 등을 비롯한 감염성질환의 발병증가로 이어지며 결국 노인사망의 주요 원인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치매환자에 대한 적극적인 구강위생관리와 적절한 치과치료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치매환자의 치과치료는 쉽지 않다. 치매환자는 치과치료의 필요성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거부하는 경우가 많으며 치료 중 돌발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행동심리증상(Behavioral and Psychological Symptoms of Dementia 이하 BPSD)과 함께 여러 전신질환과 약물복용으로 인한 구강건조, 출혈 등의 문제는 치과치료에 큰 어려움을 야기한다.

이번 글에서는 BPSD의 관점에서 치매환자의 특성과 그 대응법에 대해 알아보고 치매환자의 구강상태의 특징 및 치매단계별 치과치료 접근방법에 대해 기술해보고자 한다.

1. 치매환자의 행동심리증상(BPSD)

치매는 뇌기능의 점진적인 손상에 의해 나타난다. 뇌기능 손상에 의해 직접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은 핵심증상이라 하며 기억력 저하, 언어장애, 시공간 지각능력 저하, 집행기능 장애, 판단력 저하 등이 이에 속한다.

BPSD는 치매환자의 비인지적 증상으로 환자의 행동과 심리에 나타나는 문제들이다. 배회, 초조, 불안, 공격성 같은 행동문제와 환각, 망상, 우울증, 수면장애, 무관심 등 심리적 문제가 포함된다. BPSD는 치매환자 중 약 90%에서 나타나며 치과치료를 포함한 일상적인 치료와 관리에 어려움을 야기할 수 있다.

치과에서 보일 수 있는 치매환자의 행동

① 불안 및 초조: 치과진료 중 낯선 환경으로 인해 불안을 느끼며 이로 인해 치료에 대한 거부감이 강해질 수 있다.

② 공격성: 돌발적으로 의료진을 물거나 때리는 등의 신체적 공격을 해 치료가 중단될 수 있다.

③반복적 행동: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치료과정에서 같은 질문을 반복하거나 같은 행동을 반복할 수 있다.

④ 환각 및 망상: 치과기구나 의료진을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하고 이로 인해 치료를 거부하거나 저항할 수 있다.

⑤ 기분 변화: 치매환자는 갑작스러운 기분 변화를 겪을 수 있으며 이는 치료 도중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⑥ 무감동: 환자가 치료에 대한 반응이 적고 협조하지 않는 경우로 치료 중 환자와의 의사소통이 어려워진다.

대처 방안

치매 환자의 BPSD에 대처하기 위해 환자의 정서적 안정을 돕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 위해 진료실에 보호자를 동반하게 하는 것도 추천된다. 진료시간을 짧게 나눠 여러 번 진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치료가 불가능할 정도로 거부감이 심각한 경우 진정요법이나 전신마취를 고려할 수 있다.

가. 치료 전의 곤란한 상황

① 치과 진료의자에 앉으려고 하지 않고 선 채로 있다: 지남력 장애(disorientation 본인이 시간적, 공간적, 사회적으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올바르게 인식하는 능력의 장애)로 인해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 없거나, 실인증(agnosia)/실행증(apraxia)으로 인해 평소와는 다른 형태의 의자에 어떻게 앉아야 하는지 알 수 없다.

⇛ 대기실로 모시러 가서 시선을 맞추고 웃는 얼굴로 “치과위생사 또는 치과의사인 ~입니다”라고 인사하며 안심하도록 하고 앞으로 무엇을 하는지에 대해 환자 본인이 이해하도록 전하면서 치과 진료의자에 앉는 것까지 유도한다. 앉을 때 당황하는 경우에는 앉는 동작을 분할해서 손으로 표시하면서 돕는다.

② 진료받지 않았는데 집에 가려고 한다. 불안해 보이는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다: 기억장애나 지남력 장애로 자신이 왜 여기에 있고, 무엇을 하러 왔는지를 몰라서 불안한 마음으로 기다리거나, 더이상 참을 수 없으면 집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 치과치료 시작을 기다리는 동안 지난 번에는 어떤 치료를 했고, 이번에는 어떤 처치를 할지 등에 대해 알기 쉽게 전한다. 그래도 불안한 표정으로 있을 경우에는 ‘어디 불편한 곳이 있습니까?’ 등으로 물어, 불안한 마음에 공감(‘~이 불안하셨군요’)한다.

③ 묻는 말에 대해 적절한 답변을 하지 못한다: 질문 내용이나 말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난청으로 인해 안 들려서 적절히 답변을 할 수 없다.

⇛ 시선을 마주치면서 환자가 잘 들을 수 있는 방향을 고려해 말을 전달하고 사진이나 물건 등의 시각정보도 활용하면서 환자에게 확실하게 전해지도록 돕는다.

나. 치료 중의 곤란한 상황

① 치료 중에 갑자기 일어나거나 화를 낸다: 스트레스와 불안을 억제하지 못하고 갑자기 일어나려고 하거나 그 행동을 다른 사람이 제지하려고 하면 화를 낼 수 있다.

⇛ 환자의 불안한 표정에 유의하며 환자가 어떤 것에 불안을 느끼고 있는지 짐작하거나 살피면서 안심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환자가 편안해질 수 있도록 치료 전부터 좋아하는 음악을 들려주거나 TV, 동영상 등을 시청하게 해준다.

② 진료행위를 자신의 손으로 막으려 하거나 큰 소리로 ‘그만두라~’ 고 외친다: 무엇을 하는지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다른 사람의 손가락이나 기구가 입에 들어가는 것에 강한 공포를 느끼기 때문에 시술자의 손을 막으려 하거나 공포로부터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소리를 지르는 경우도 있다.

⇛ 무엇을 하는지 이해가 되도록 쉽게 설명한다. 환자의 이해를 얻은 후에 입술부터 부드럽게 기구가 닿도록 하고 말을 걸면서 치료에 들어간다. 환자가 안심할 수 있는 직원(익숙해질 때까지는 가족)이 환자의 몸에 접촉하거나 손을 잡아드려 의지하도록 한다.

③ 개구상태를 유지할 수 없다: 지속성 주의 장애나 기억장애로 인해 치료 중에 계속 입을 벌리고 있는 것이 어렵다. 노화에 의한 근력저하로 개구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

⇛ 환자가 개구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격려하거나 힘들 때는 한 번 입을 다물도록 이야기하거나, 입술에 손가락을 대어 신호를 주면서 환자가 치료에 협력할 수 있도록 돕는다.

④ 시술자의 지시에 따를 수 없다(‘입을 헹구세요’ 등을 이야기해도 행동하지 못한다): ‘입을 다물어주세요’나 ‘입을 벌려주세요’와 같은 말에 대한 이해가 어렵기 때문에 말로만 지시해서는 어찌할 바를 모른다. 게다가 난청이 있으면 애당초 들리지 않기 때문에 행동할 수가 없다.

⇛ 입을 다물거나 헹굴 때 직원이나 의료진이 직접 시범을 보여주거나, 그림(일러스트)으로 무엇을 하는지를 보여준다. 치과 유니트의 타구대로 물을 뱉고 헹구는 것이 어려운 경우에는 가글 베이슨(gargle basin) 등의 도구를 활용한다.

2. 치매환자의 구강상태의 특징

구강위생관리 불량

치매환자는 구강위생관리에 대한 의욕저하 및 거부, 식사행동의 변화 또는 약제 부작용으로 인한 구강환경의 악화 등에 의해 충치나 잇몸병과 같은 치과질환 및 그에 따른 상실치의 증가, 점막질환 등 구강내 문제를 갖기 쉬워진다.

또한, 감각의 둔화로 통증을 자각하기 어렵고 불편함을 느껴도 말로 표현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치매 환자 본인에 의한 구강관리가 어려워지는 시기부터는 보호자나 간병인(요양보호사), 치과의료진에 의한 관리가 필요하나 입을 벌리지 않는 등 거부도 심해지기 때문에 접근에 애로사항이 많아진다.

구강건조

치매환자는 치매 및 행동심리증상의 완화, 기타 전신질환 등으로 다수의 약제를 복용하며 구호흡 및 입벌리기 습관 등으로 인해 구강건조증이 자주 나타난다. 구강건조증은 다발성 치근우식 및 구강건강 악화의 주요 원인이다.

이갈이 및 이 악물기

치매환자는 뇌기능의 변화와 신경계 불균형, 스트레스와 불안, 복용약제의 영향 등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이갈이(bruxism) 및 이 악물기(clenching) 경향을 보인다.

다발성 치근우식

구강위생불량 및 치은 퇴축, 구강건조 등으로 인해 치경부 및 치근 우식이 호발한다.

치아파절 및 잔존 치근

치근우식 및 이갈이 등으로 인해 치아가 파절돼 잔존치근 상태가 된다.

3. 치매 단계별 환자의 특성 및 치과치료 접근법

초기 치매

초기 치매환자는 일반 환자와 비교적 비슷하게 접근할 수 있다. 대부분의 치과치료가 가능하며 보호자가 동반해 환자에게 안정감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환자가 치료 필요성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불안한 반응을 보일 수 있어 충분한 설명과 이해과정이 필요하다.

중기 치매

치매가 진행됨에 따라 치료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고 입을 벌리지 않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환자에게 심리적으로 부담을 줄 수 있는 치료에 대해서는 충분한 배려가 필요하다. 다양한 약제 복용으로 인해 구강건조가 심화되며 음식물 잔류와 잇몸염증, 치근우식이 자주 관찰된다. 발치시 복용약제, 특히 골다공증약(골흡수억제제), 항혈소판제/항응고제 등에 유의한다.

개구상태 유지를 위해 lip retractor 또는 bite block, 개구기 등의 사용을 고려하나 환자의 거부가 심한 경우 무리한 사용은 피하는 것이 좋다. 틀니의 조정, 수리 등은 어느 정도 가능하나 조정과정에서의 소음, reliner/tissue conditioner 등 의치조정재료의 냄새 등에 예민한 반응을 보일 수 있으므로 사전에 충분한 설명과 함께 가급적 진료시간을 짧게 배려하는 것이 좋다.

협조도가 좋지 않은 환자의 경우, 치료의 시급성 및 치과치료를 통해 향후 환자에게 이점이 많다고 판단되면 전신마취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말기 치매

치과치료 접근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통증조절 및 전신감염을 막기 위한 응급진료와 구강위생 관리가 주된 목표가 된다. 치료 중 흡인 위험이 높기 때문에 초음파 스케일러나 핸드피스 사용에 매우 주의해야 한다. 가급적 핸드 스케일러나 큐렛 등을 이용해 치태 및 음식물 잔사를 제거하는 것이 안전하다.

우식치료 필요시 spoon excavator와 같은 수기구로 우식을 제거하고 방습과 협조가 여의치 않은 경우 glass ionomer 또는 수경성 임시충전재(캐비톤) 등을 이용한 최소한의 수복을 고려한다. 가급적 발치는 신중하게 접근하나 흡인 가능성이 높은 동요도 심한 치아, 치성감염을 유발할 수 있는 우식치아 또는 잔존 치근, 구강점막에 손상을 유발할 수 있는 잔존치 등은 발치를 고려한다.

4. 결론

치매가 진행됨에 따라 치과치료는 점점 더 복잡하고 어려워진다. 특히 환자의 인지능력 저하와 행동심리증상으로 인해 치료가 쉽지 않으며 환자가 스스로 구강건강을 관리할 수 없다는 점에서 치과의사, 보호자, 의료진 등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수적이다.

치매환자의 구강건강은 전신건강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구강문제가 악화되면 영양 저하, 면역력 저하, 감염위험 증가 등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상태가 크게 악화될 수 있다. 따라서 치매 초기부터 구강건강을 철저히 관리하고 적극적인 치과치료를 통해 나중에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구강문제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매 초기에는 환자가 비교적 협조적이므로 필요한 치과치료를 완료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후 단계로 진행될 경우 최소한의 치료 및 관리만 가능할 수 있으므로 이를 감안한 치료계획을 세워야 한다.

결국 치매환자의 치과치료는 단순한 구강건강 문제를 넘어 전반적인 삶의 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다. 치과 의료진은 치매환자의 특성과 BPSD를 충분히 이해하고 단계별로 적절한 치료계획을 세워야 하며 보호자와의 긴밀한 협력과 환자중심의 치료환경을 조성해 치매환자의 건강과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기여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건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