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조 바이든 대통령의 퇴임을 앞두고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쿠바를 제외하기로 했다. 다만 오는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새 정부가 들어서면 바이든 행정부의 해당 정책이 시행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백악관은 14일 ‘쿠바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 철회’ 메모를 내고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의회에 이러한 방침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쿠바는 지난 6개월간 국제적 테러 행위에 대한 어떤 지원도 제공하지 않았다”면서 “쿠바 정부는 향후 국제 테러 행위를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의 이번 방침은 쿠바 정부가 가톨릭의 중재로 정치범을 석방하기로 한 협상의 일환이다. 쿠바는 미국 정부가 부당하게 구금됐다고 생각하는 수감자들을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가 종료되는 20일 정오 이전까지 석방할 예정이라고 미 당국자가 AP통신 등에 밝혔다.
미국 정부는 쿠바에 부과한 경제 압력도 완화할 예정이다. 의회의 절차를 거쳐 쿠바가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되면 무기 수출 금지 및 무역 제한이 풀리고 미국의 금융 시스템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이번 결정은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하게 되면 다시 뒤집힐 가능성이 크다고 AP는 전망했다. 국무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공화·플로리다)은 쿠바에 대한 제재를 지지해왔다. 루비오 상원의원의 부모는 피델 카스트로가 쿠바 혁명 뒤 집권하기 전 미국에 이민을 왔다
앞서 국무부는 지난달 북한을 비롯해 쿠바, 이란, 시리아 등 4개국을 테러지원국으로 명시한 ‘2023년도 국가별 테러 보고서’를 공개한 바 있다.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면 무기 수출 제한, 이중 용도 물품 수출 통제, 미국의 원조 지원 제한, 금융 관련 제한 등의 제재가 부과된다.
미국 정부는 1982년 3월에 남미 내란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쿠바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다가 버락 오바마 정부 때인 2015년, 33년 만에 리스트에서 뺐다. 하지만 2021년 1월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자신의 1기 임기 종료 직전 쿠바를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다.
쿠바 정부는 미국의 이 같은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차기 미 정부의 결정을 우려했다.
쿠바 외교부는 이날 성명에서 “미국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쿠바를 제외하기로 한 것과 제3국에도 영향을 미치는 쿠바의 제한 기관 목록을 삭제하기로 한 방침은 올바른 결정”이라며 “쿠바 정부는 이와 관련한 모든 분의 기여와 세심한 배려에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쿠바 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국민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강압적 조치가 종식된다”며 “오늘 미국의 결정은 잔인하고 부당한 정책을 매우 제한적으로나마 바로잡는 것”이라고 했다.
외교부는 “미국 정부가 우리에 대한 행동의 정당성과 윤리, 일관성 부족을 여러 차례 드러내 왔다”며 “쿠바는 내정 간섭과 허위 정보 유포 작전에 계속 맞서는 한편 대화를 기반으로 해당 국가(미국)와 존중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정부는 2025년 가톨릭 희년을 맞아 553명의 수감자를 단계적으로 석방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교황청에 보냈다고 밝혔다.
가톨릭교회는 25년마다 정기 희년을 선포하고 거행해왔다. 고대 히브리 전통에서 50년마다 특별한 해를 정해 노예 해방을 선포하고 빚을 탕감하던 전통에서 유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