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개표 결과 조작 의혹을 받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세 번째 취임 이후 야당 인사 탄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외교 마찰을 빚고 있는 나라들을 향해선 “무기를 들고 맞서게 될 수 있다”고 공개 발언하며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다.
13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일간지 엘나시오날에 따르면 타렉 사브 베네수엘라 법무장관은 스페인에 망명해 있는 야당 정치인 레오폴도 로페스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하고, 인터폴에 적색 수배를 요청했다고 이날 밝혔다. 사브 장관은 로페스가 국가에 대한 무장 행위, 반역, 조직범죄 등을 선동했다고 주장했다.
인민의지당 지도자인 로페스는 2014년 마두로 정권에 대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을 당시 폭력 시위를 조장한 혐의 등으로 13년 9개월의 징역형을 받았다. 2017년 가택 연금된 그는 3년 후 스페인 대사관의 도움을 받아 스페인으로 망명했다.
로페스는 해외에서도 마두로 대통령을 꾸준히 비난했고, 베네수엘라 국민에게 인기를 얻었다. 그는 지난 11일 엑스(옛 트위터)에 부정선거 의혹 이후 혼란이 발생한 베네수엘라에 외부의 군사 개입이 필요하다는 알바로 우리베 콜롬비아 전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이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두로 대통령과 우리베 전 대통령 사이의 갈등으로 남미의 군사적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10일 국제 반파시스트 회의 폐막식에서 “쿠바와 니카라과, 우리의 형제들과 함께 준비하고 있다. 주권을 수호해야 한다면 언젠가 무기를 들고 무장 투쟁에서 싸워 다시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도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마두로 대통령이 6년 새 임기를 시작한 지난 10일 그에 대한 현상금을 2500만달러(약 365억원)로 올렸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1기 정부가 책정한 현상금(1500만달러·약 219억원)보다 1000달러 더 많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선거 감시를 위해 모인 시민조직도 손보려 하고 있다.
이반 길 베네수엘라 외무장관은 최근 포르투갈, 독일, 스페인,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등 다섯 개국에 있는 자국 외교 시설이 훼손됐으며, 이들 국가 정부에 “책임자를 찾아 수사를 신속히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이날 밝혔다.
길 장관은 용의자로 ‘코만디토’라고 불리는 민간조직을 지목했다. 다만 코만디토의 범행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코만디토는 지난해 7월 대선 당시 선거가 공정하게 이뤄지는지 투표소 등을 감독한 시민 조직이다. 스페인 일간지 엘파스는 이 단체가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 전 야권 대선 후보가 더 많이 표를 얻은 정황을 드러낸 선거관리위원회 회의록을 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앞서 루사통신 등 포르투갈 언론들은 지난 11일 밤 리스본에 있는 베네수엘라 총영사관 건물 외벽에 화염병이 던져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