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배트맨' 시리즈 총괄 프로듀서인 마이클 우슬란(74)이 “할리우드의 속편과 프리퀄, 리메이크에 지친 시청자들이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찾고 있다”며 “한국의 콘텐츠가 새로운 목소리와 새로운 관점을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0일(현지시간) 우슬란 프로듀서는 이날 미국 뉴욕한국문화원에서 한국콘텐츠진흥원 뉴욕센터 주최로 열린 콘텐츠산업포럼에 기조 연설자로 참석해 “할리우드의 진부한 리메이크 제작 관행에 지쳐있는 미국인들에게 한국 콘텐츠가 이 같은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새로운 주도권(initiative)을 잡을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우슬란 프로듀서는 “할리우드 업계가 현재 혼란(chaos), 합병(consolidation), 어수선함(clutter)의 영문 약자를 딴 '3C'로 대변되는 '우울증' 상태에 있다”고 진단한 뒤 “스튜디오가 다른 스튜디오를 사들이고, 이어 또 다른 스튜디오를 사들이고 있다. 예산은 삭감되고 사람들이 해고되고 있다”며 암울한 상황을 전했다.
이어 “우리가 필요한 것은 새로운 목소리와 새로운 관점”이라며 한국 콘텐츠가 힘과 능력, 재능,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슬란 프로듀서는 “지금은 주도권을 잡을 때”라며 “새 주도권의 주된 강조점이 이미 세계가 포용하고 있는 한국 문화에서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우슬란은 할리우드 배트맨 영화 시리즈의 총괄 프로듀서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1979년 이미 한물간 캐릭터라고 평가받던 DC 코믹스의 배트맨을 되살리겠다며 영화 판권을 사들였지만,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의 잇따른 거절로 인해 첫 영화가 상영되기까지 10년의 기간이 소요됐다.
우슬란은 배트맨이라는 어두운 영웅 캐릭터보다 그 이면의 브루스 웨인이란 인간에 초점을 맞추는 발상의 전환을 한 게 배트맨 영화 시리즈 성공으로 이어졌다며 이 같은 문법이 이후 마블의 '슈퍼 히어로' 프랜차이즈 구축의 초석이 됐다고 이날 포럼에서 소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