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간편결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금액이 하루 1조원에 육박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든 어디서나 결제가 가능하다는 편리함 덕분에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지만 그늘도 함께 짙어졌다. 높은 수수료 부담과 연체율이다.
24일 하나금융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 ‘일상을 파고든 간편결제, 현재와 미래는’ 내용이다. 간편결제는 카드나 현금 없이 스마트폰이나 온라인에 미리 등록해둔 정보를 이용해 빠르게 결제하는 방식이다.

한국은행ㆍ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간편결제 금액은 9594억원으로, 연간으로 환산하면 378조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민간최종소비(약 1240조원)의 30% 수준이다. 중국의 경우 대도시 거주자의 90%가 알리페이ㆍ위챗페이 등 QR코드 결제를 사용하고, 미국도 애플페이ㆍ구글페이 등 디지털 월렛 사용률이 40%에 달한다. 한국 역시 편의성을 바탕으로 한 간편결제 사용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용자의 저변도 넓어졌다. 지난해 기준 20ㆍ30대는 이미 90%가 간편결제를 경험했고, 50대(81%)와 60대 이상(71%)의 고령층에서도 사용이 크게 늘었다. 다만 신용카드가 없는 계층을 중심으로 후불결제가 늘면서, 연체율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네이버페이ㆍ카카오페이ㆍ토스 등 3사의 평균 연체율은 1.8%로, 주요 카드사의 평균연체율(1.65%)보다 소폭 높다.

간편결제 시장에서 네이버ㆍ카카오ㆍ토스 등 빅테크업체의 점유율은 50%에 달한다. 삼성페이ㆍ애플페이 같은 휴대폰제조사는 24%, 금융사의 앱카드는 26% 수준이다. 간편결제 연결 수단으로 카드를 선택하는 비율(59.9%)은 줄고 있는데, 이 자리를 선불금(33.7%)이 차지하고 있다. 류창원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금융사의 간편결제는 전자금융업자 대비 편의성·할인 등 혜택 부족으로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며 “전자금융업자 입장에선 수수료 절감과 고객 데이터 활용, 자사 플랫폼 연결 등을 이유로 신용카드보다 선불충전금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간편결제 사용 확산에 따른 소상공인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간편결제 수수료율은 평균 1.47%로,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영세 가맹점에 0.4%의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는 카드사들보다 높다. 다만 빅테크업체 관계자는 “가맹점ㆍ결재대행 수수료, 지원서비스 등이 포함돼있어 카드사와 직접 비교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소상공인을 위한 간편결제 수수료 인하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네이버파이낸셜·카카오페이·비바리퍼블리카(토스),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등 간편결제 사업자 11곳에 현 수수료 체계와 향후 수수료 조정 계획을 요구했다. 금융위는 수수료 공시 대상 업체와 공시 항목도 늘린다는 계획이다. 류 연구위원은 “소상공인ㆍ소비자ㆍ카드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 갈등이 커질 수 있다”며 “특히 소상공인 부담이 큰 간편결제 수수료에 대해 공정하고 투명한 부과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스테이블코인 도입도 새로운 변수다. 더 편리한 결제와 송금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소구력이 있지만, 국내에서 쓰기 위해선 전자금융법 개정이 필요하다. 미국의 대표적 핀테크업체 페이팔은 자체 스테이블코인(PYUSD)을 발행해 매매ㆍ예치ㆍ송금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류 연구위원은 “한국은 카드와 간편결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스테이블코인의 결제 유인이 낮고, 특히 신용공여(카드대출) 기능은 카드만 제공할 수 있어 대체가 쉽지는 않다”고 했다. 다만 “더욱 간편한 새로운 결제방식을 구현하는 혁신 기회로 활용하는 사업자도 등장할 전망”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