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산업의 급격한 성장세에 힘입어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센터 건설 붐이 일고 있는 가운데, 공급 과잉에 따른 ‘버블 조짐’ 우려도 나오고 있다. 수요 강세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하지만, ‘큰 손’ 마이크로소프트(MS)가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중단하는 등 업계에선 속도조절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31일 증시에서는 데이터센터 관련 주가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한국 증시에서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3.99%)는 6만원 선이 붕괴됐고 SK하이닉스(-4.32%)·LS일렉트릭(-2.34%)·HD현대일렉트릭(-4.26%)도 동반 하락했다. 공매도 재개 첫날인 데다 조만간 발표될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정책에 대한 우려가 영향을 끼쳤지만, 미국·일본 등 주요국 증시 흐름을 고려할 때 데이터센터 수요 부진에 대한 우려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한국뿐 아니라 일본도 도쿄일렉트론(-6.57%), 후지쿠라(-5.15%) 등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관련주가 일제히 약세를 보였고 지난 28일 뉴욕증시도 반도체와 인공지능(AI) 관련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2.95% 급락했다.
오픈AI '챗GPT'가 쏘아올린 데이터센터 붐

데이터센터 건설 붐에 불을 댕긴 건 2022년 11월 오픈AI의 챗봇 ‘챗GPT’가 공개되면서다. 과거 학계나 일부 기업만 쓰던 AI 기술이 수억 명이 사용할 수 있는 대중 서비스로 확대되면서 AI 서비스를 실시간으로 뒷받침하는 인프라 수요가 폭발했다.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에 따르면 미국 데이터센터의 연간 에너지 사용량은 2018년 미국 전체 전력 소비량의 1.9%에 불과했지만 2023년 4.4%까지 증가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타티스타가 발표한 이달 기준 국가별 데이터센터 현황에 따르면 미국이 5426개로 1위, 독일(529개), 영국(523개), 중국(449개)이 뒤를 이었다.
업계서 과잉 투자 목소리 솔솔, 왜

그러나 최근 데이터센터 과잉 투자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차이충신(조지프 차이) 알리바바 그룹 이사회 의장은 지난 25일 HSBC 글로벌 투자 서밋에서 “(미국의 데이터센터 관련) 일부 프로젝트는 고객 확보 없이 자금 조달부터 시작한다. 버블의 전조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전 세계 2위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MS도 브레이크를 밟았다. 26일(현지시간) 미 투자은행 TD코헨에 따르면 MS가 AI 클라우드의 공급 과잉을 이유로 미국과 유럽에서 약 2기가와트(GW) 용량에 해당하는 데이터센터 건설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올해 미국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혔던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 코어위브는 27일(현지시간), 당초 목표였던 27억 달러에 한참 못 미치는 15억 달러 규모로 IPO를 마쳤다. 코어위브는 엔비디아의 AI 칩을 활용해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기업이다.
하지만 여전히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지난 1월 보고서에서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023년~2028년까지 연평균 16% 성장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2020~2023년 성장률(12%)보다 33% 빠른 속도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인 'GTC 2025'에서 “AI 모델의 추론 작업이 훈련보다 더 많은 토큰(AI 연산 단위)을 소모한다”고 강조했다. AI 성장에 따라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의미다. 실제 오픈AI가 최근 선보인 ‘지브리 스타일 이미지 생성’ 기능이 큰 인기를 끌자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녹아내리고 있다”며 폭발적인 AI칩 수요를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