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마다 마라톤 열리더니…장소 사용료 3배 번 서울시

2025-06-23

서울 여의도 소재 직장을 다니는 김 모(29) 씨는 요즘 일요일이 싫다. 휴일 출근이 잦은 것도 부담되는데 주말마다 마라톤으로 도로가 통제되는 바람에 버스가 회사를 우회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정말 틈만 나면 마라톤이 열린다”며 “나도 달리기를 좋아하지만 이건 좀 아니다 싶다”고 토로했다.

러닝 열풍 속 마라톤을 두고 시민 불편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가 올해 상반기 징수한 한강공원 마라톤 장소 사용료가 지난 한 해 벌어들인 금액의 세 배가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봄·가을 등 성수기에는 마라톤이 사실상 주말마다 열려 시민 불편이 큰 만큼 대회를 가려 받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유정희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관악4)에 따르면 서울시가 한강공원 장소 사용료 명목으로 마라톤·걷기 대회 주최사들로부터 징수한 금액은 올해 상반기 총 1억 4114만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사용료인 4788만 원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달리기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전인 2022년의 1354만 원, 2023년의 3257만 원과 비교해서는 각각 약 10.6배, 4.4배다. 하반기에도 비슷한 추세를 이어간다면 연간으로는 지난해와 비교해 일곱 배 가까운 수입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주목할 점은 상반기에 승인된 대회가 총 20건으로 지난해(연간 46건)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사용료가 급증한 것은 징수 규정이 변경됐기 때문이라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올해 1월부터는 기존의 장소 사용료와 청소이행·시설복구예치금 외에 입장권 수입료 명목으로 마라톤 참가비의 10%를 시에 납부해야 한다. 러닝 열풍이 불면서 2년 전만 해도 10㎞ 코스 기준 1인당 6만 원 선이던 마라톤 참가비는 올해 8만~9만 원 수준까지 껑충 뛰었다.

최근 1~2년 새 마라톤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도로 통제, 소음, 쓰레기 무단 투기 등으로 인한 시민 불편이 커지고 있는 만큼 대회 승인 요건을 까다롭게 해야 한다는 지적 또한 나온다. 한강공원에만 한정하면 대회 허가율은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2022년만 해도 총 20건의 신청이 접수돼 이 중 18건이 승인됐지만 지난해에는 73건 중 46건, 올해는 43건 중 20건만이 승인을 받아냈다.

다만 한강공원에서 서울 시내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마라톤 개최 건수는 2022년 70개에서 지난해 118개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에 접수된 관련 민원 역시 같은 기간 43건에서 101건으로 2.5배가량 늘었다. 올해도 현재까지 벌써 65개의 대회가 열린 만큼 연간으로는 지난해 기록을 가뿐히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노 모(36) 씨는 “지난해 한강공원에서 열린 마라톤에 참가했는데 보행자·자전거와 마라톤 참가자들이 한데 뒤엉켜 무척 혼란스러웠다”며 “마라톤 대회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부실 운영 사례도 늘어나고 있는 만큼 대회를 쉽게 승인해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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